[테마진단] 한국경제, 죽어야 산다
매일경제 2015.09.01(화) 김형태 조지워싱턴대 객원교수·전 자본시장연구원 원장
퀴즈 하나 풀어보자. 다음은 어떤 기업일까. 보유한 특허권이 3만개를 넘는다. 특허를 가지고 다른 기업을 위협하는 특허괴물(patent troll)로 변신했다. 한때는 목재를 가공하는 회사였다. 애플보다 7년 먼저 스마트폰을 개발했다. 한때 자국 거래소 시가총액의 70% 이상을 차지했지만 4%까지 폭락했다가 지금은 8% 정도다. 이 기업이 와해된 후 소속 국가 전체가 흔들린다. 과거 4년간 연속 마이너스 성장,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도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한다. 이제는 기술 혁신이 아니라 특허괴물로 뉴스에 등장한다. 답은 노키아다.
기업은 자신을 성공시킨 바로 그 요인에 의해 실패한다. 특정 분야에서 너무 성공하다 보면 거기에 과도하게 집착해 새로운 적(敵)의 등장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니 느끼지 못한다기보다 의도적으로 느끼지 않으려 한다.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가 아니라 `성공이 실패의 아버지`가 되는 셈이다. `수로 내기(canalization) 오류`라고도 하는데, 계속 성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수로가 생기기 때문에 물줄기를 억지로 바꾸지 않는 이상 기업은 파인 수로를 따라 흘러갈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중략>
코닥도 마찬가지다. 디지털사진기를 스스로 개발하고도 기존 필름사업이 손해를 볼까봐 스스로 사업을 접었다. 이미 파인 수로를 통해 안일하게 흘러가며 미래의 적을 스스로 품속에서 키우지 못한 기업은 남들이 키운 적에 의해 무너진다.
유동성 함정에 빠지면 통화정책이 안 통하듯 성공의 함정에 빠지면 혁신이 어려워진다. 생각이 고착돼 시장의 기저에 흐르는 근본적인 패러다임 변화를 감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완전히 다른 철학과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등장하는 적에게 속수무책이 된다. 그렇다면 기업은 어떻게 이런 적들의 등장에 대비할 수 있을까. 본질적으로 이런 적들은 사전에 감지할 수 없다. 유일한 답은 "나 스스로 품속에서 미래의 적을 키우는 것"이다. 이렇게 내 안에서 키운 적이 나를 잡아먹게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노키아나 코닥과 대칭점에 서 있는 기업이 GE와 인텔 이다.
<중략>
삼성전자라면 어떤 적에 의해 삼성전자가 실패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 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을 잡아먹을 바로 그 미래의 적을 삼성전자 안에서 스스로 키워야 한다.
<중략>
국가 경제도 마찬가지다. 과거 고성장시대 한국의 3대 성장 축은 (자본 수출이 아닌) 상품 수출, (서비스업이 아닌) 제조업, 그리고 (중소·중견기업이 아닌) 대기업이었다. 최근 이런 성장 모델이 뚜렷한 한계를 보이고 있다. 국가 경제도 기업처럼 스스로를 죽이고 새로 태어나지 못하면 남들에 의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하면 자신을 베고 미래의 적을 우리 가슴속에서 키워낼 수 있을까", 제 살을 도려내는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한국 경제에 가장 시급한 질문이다.
'시사정보 큐레이션 > 국내외 사회변동外(1)'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건강, 감성, 지능을 증강해주는 도우미...지능형 디지털 비서가 일상 관장 (0) | 2015.09.04 |
---|---|
기업의 CEO는 미래학자가 돼야 한다...미래를 모르면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 (0) | 2015.09.04 |
중국증시 급등락을 보는 시선, 서방 아닌 중국 눈으로 봐야 한다 (0) | 2015.09.03 |
[절벽시대…중산층을 키우자] 자영업자의 붕괴 (0) | 2015.09.02 |
[혁신의 시대] 미래먹거리의 중심,신재생에너지 (0) | 2015.09.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