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로 전락한 한국 기업의 위기
중앙일보 2015.06.04(목) 김영욱
한국금융연구원 상근자문위원
http://mnews.joins.com/news/article/article.aspx?total_id=17950299
한국 기업은 위기다.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단정해도 틀린 말은 아니지 싶다. 지난해 상장사 매출 증가율이 마이너스였다(금융업 제외). 우리 기업 역사상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기업 매출액은 줄지 않았다. 줄어든 건 매출액뿐만이 아니다. 기업이 장사해서 벌어들이는 영업이익은 더 많이 감소했다.
잘나가던 삼성전자와 현대차도 갑갑해졌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대폭 떨어졌다. 그렇다고 나머지 기업이 좋은 것도 아니다. 매출액이 준 건 마찬가지다. 우리 경제를 떠받쳐온 제조업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우리 기업의 체력(성장성)과 기력(수익성)을 떨어뜨린 주범이었다. 소재와 기계 등 수출업종의 부진 탓이 컸다.
<중략>
기업 부실이 커지고 있는 건 그래서다. 기업이 장사해서 번 돈으로 이자도 못 갚는 기업(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 지난해 세 기업 중 한 기업이었다. 2010년 다섯 기업 중 한 기업이었는데, 크게 늘었다.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면서 3년 연속 부채가 자기자본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기업은 진짜 부실기업이다. 이런 기업의 부채가 지난해 64조원이나 된다. 상장 제조업체만 따진 액수가 이 정도다.
이처럼 장황하게 설명하는 건 두 가지를 말하고 싶어서다. 첫째는 가계부채도 문제지만 기업부채가 더 심각하다는 점이다. 경제위기 하면 늘 지적되는 게 가계부채다. 맞는 얘기다. 3월 말 현재 1100조원에 육박하니 말이다. 하지만 곰곰 따져보자. 가계부채의 진짜 문제는 저소득층 부채다. 소득으로 원리금 상환이 어려운 사람들이다. 하지만 저소득층(1분위 계층) 부채는 전체 가계부채 중 5%가 채 안 된다(2013년 말 기준). 게다가 가계 전체적으로도 아직은 소득 중 20% 정도만 원금과 이자를 갚는 데 쓸 뿐이다. 이에 비하면 기업부채는 더 심각하다. 서둘러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부실기업의 부채가 60조원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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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해답은 보이지 않고 있지만 그래도 시작은 기업 구조조정이어야 한다. 기업 활력을 되찾을 최소한의 요건이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의 필요성이야 두말할 나위 없다. 좀비 기업을 털어내야 새 기업이 나오고 유망 기업이 성장한다. 물론 쉬운 건 아니다. 어느 기업이 얼마나 부실한지, 정말 회생 불가능한지 등을 가늠하기 어렵다. 고용과 지역경제에 미치는 충격도 만만찮다. 그렇더라도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전철은 피해야겠기에 하는 얘기다. 구조조정 없이 내수 진작의 미봉책에 매달린 게 장기 불황의 주요 원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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