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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력있는 독자 OS가 없는 삼성전자...삼성페이를 둘러 싼 불길한 징조들

배셰태 2015. 6. 3. 06:55

[안석현의 시시비비] 삼성페이를 둘러 싼 불길한 징조들

조선일보 2015 06.02(화) 안석현 기자

http://m.biz.chosun.com/svc/article.html?contid=2015060103132&facebook

 

지난 5월 29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구글 연례 개발자회의 '구글I/O(input output)'는 숱한 화제를 낳았습니다. 저는 그 중에서 ‘안드로이드 페이’에 주목했습니다. 안드로이드 페이는 구글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를 이용한 결제 서비스입니다.

 

이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만 있으면 두꺼운 지갑을 갖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지요. 아시다시피 구글과 돈독한 삼성전자 역시 삼성 페이’라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올 여름 출시할 예정입니다. 스마트폰 분야서 밀월관계를 유지했던 구글과 삼성이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한판 경쟁을 벌여야 할 판입니다.

 

지금까지의 상황은 삼성에 무척 불리한 게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삼성 페이를 사용할 수 있는 기기와 안드로이드 페이를 쓸 수 있는 기기 수 격차가 엄청납니다. 삼성 페이는 삼성전자가 지난 4월 출시한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에서만 쓸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기껏해야 1000만대 정도 팔렸죠.

 

이에 반해 안드로이드 페이는 ‘킷캣(4.4버전)’이 깔린 스마트폰이면 어떤 것이든 사용할 수 있습니다. 킷캣은 2013년 10월 공개됐습니다. 안드로이드 기기 중 40%에 킷캣이 올라가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기기가 1년에 10억대 가량 판매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팔린 기기 중 4억대에 안드로이드 페이가 올라간다는 뜻입니다.

 

IT 전문 블로그 스타포인트는 구글이 안드로이드 페이를 의무탑재서비스(GSM, Google Services Mandatory)로 제공하기로 이미 미국 통신사들과 협의를 마쳤다고 전했습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구글 검색과 구글 지도를 기본으로 깔고 갑니다. 이제 안드로이드 페이 역시 안드로이드 기기의 기본 기능이 될 전망입니다. 안드로이드 기기에는 구글 안드로이드 OS가 탑재된 스마트폰, 태블릿PC, 스마트워치 등이 포함됩니다.

 

안드로이드 페이의 등장으로 삼성 페이의 장점 중 하나인 마그네틱 지원 방식(루프페이)도 위기를 맞았습니다. 애플 페이와 마찬가지로 ‘근거리무선통신(NFC)’을 채택했다는 점이 삼성으로서는 뜻밖의 상황입니다. 삼성전자는 세계적으로 3000만대 가량 보급된 마그네틱 카드단말기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점을 삼성 페이의 최대 장점으로 꼽았습니다.

 

하지만 구글이 이번에 안드로이드 페이에 NFC를 채택함으로써, NFC 단말기가 빠른 속도로 보급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특히 구글과 애플 두 거인이 NFC 진영에 참여함으로써 그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습니다. 당장 삼성 페이가 범용성에서 앞선다고 해도 그 격차는 금세 줄어들 것이라는 뜻이지요.

 

삼성 페이가 본격 등장하기도 전에 위기를 맞이한 것은 OS 관련 전략의 혼선이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이 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한창 잘 나갈 때 구글의 안드로이드 의존에서 탈피하려고 타이젠’ 등 독자 운영체제 개발에 힘을 기울였습니다.

 

하지만 성과를 제대로 거두기도 전에 하드웨어 경쟁력에 집중하면서 독자 OS개발 길이 멀어졌습니다. 그 이후 삼성은 OS 분야에서 구글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고, 삼성 페이의 불리한 요소도 그런 점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독자 OS를 갖지 않은 상태에서 혁신 서비스를 개발해 세계를 지배하려면 여러가지 어려움을 만날 수 밖에 없습니다.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페이 출시를 계기로 구글이 언제나 친구가 아니라 언제든지 적이 될 수 있는 점을 다시 한번 인식하고 프레너미(frenemy:friend+enemy)관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차원 높은 소프트웨어 전략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