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학습 말라, 서둘지 말라, 천재 아닌 창재의 시대다"
머니투데이 2015.05.09(토) |이경숙|백선기 기자|이로운넷 에디터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 복지지출 최하위인 나라, 한국. 경쟁에 밀리고 불안에 지친 많은 한국인이 더 나은 삶에 대한 희망을 저버리고 삶을 포기한다. 그 무게를 단 1그램이라도 덜어줄 순 없을까. 여기 '그래도 괜찮아' 토닥토닥 등 두드리며 말 걸어주는 사람들이 있다. 희망을 나누고 대안을 전파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머니투데이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함께 전한다.
[[쿨머니, 토닥토닥편지] <1>이시형 박사가 이 시대 부모에게 보내는 메시지]
돈 버느라, 일하느라 아이와 시간을 못 보내서 죄책감이 드는가? 내 아이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불안한가? 이시형 박사는 말한다.
"서두르지 말라, 놔둬라."
40여 년 경력의 정신과 전문의이자 국공립어린이집 건립과 운영 지원하는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의 이사장인 그는 '자기조절력 아이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제목으로 지난 6일 광명시 청소년수련관에서 부모들을 대상으로 강연했다. 그의 강연과 저서 중 일부를 편지글 형식으로 전한다.
↑ 이시형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사장./사진=홍봉진 기자
- 우리 아이 미래를 결정하는 '자기조절력'...사회에 영향
- 환경 변화로 '천재'의 시대는 가고 '창재'의 시대 와
- 선행학습 의미 있는 아이는 3만 명 중 1명뿐...발달단계 맞게 키워야
- 아이·어른 모두 과민한 상태...정신과 찾는 아이 만들지 말라
<중략>
동네어른들은 엄한 감시자였죠. 집밖이라 해도 아이들은 함부로 행동할 수 없었습니다. 어른들을 만나면 아무리 바빠도 하루에 몇 번씩 고개 숙여 정중히 인사를 드려야했어요. 버릇없고 무절제한 행동은 꿈도 꿀 수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자유로울 수 있는 곳은 마을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는 들판의 빈터나 뒷동산이었죠. 때로는 이곳에서 작은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조율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했어요. 인간관계의 기본을 익힌 겁니다.
옛날에는 이런 식으로 집안에서뿐 아니라 마을 골목 어디에서나 자기조절능력을 키웠어요. 자기조절중추가 발달하면 자기 감정과 행동을 잘 통제하고 공감능력, 문제해결력을 발휘할 수 있어요. 아픈 기억을 소거하면서 어떤 일에 실패해도 극복하고 다음 시도를 할 수 있게 해주죠. 한 마디로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밥벌이 하게 해주는 게 자기 조절력입니다.
자기조절능력은 우리가 인간적인 사회로 만드는데 꼭 필요한 능력입니다. 미래를 위해 참고 기다릴 줄 알고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능력입니다. 세상이 내 맘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님을 깨닫고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아는 능력입니다.
이 능력은 생후 6개월 이전엔 충분히 사랑해주고, 만 3세까지는 잘못된 행동이나 위험한 행동을 할 때 '안돼' 라고 말해주면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자기조절력을 키우기 위해선 함께 있는 시간의 길이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짧은 시간이라도 진한 사랑을 줄 수 있다면 반감이나 불신감은 쌓일 수 없어요. 방임인지 사랑인지 아이는 알아요. 어른보다 더 민감한 동물적 감각을 가지고 있거든요. 진한 사랑 속에 엄마가 없는 동안의 고통은 다 사라지고 참고 기다리면서 자기조절능력이 절로 자랍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을 보세요. 햇빛 아래 뛰어노는 대신 책상 앞에서 알파벳을 배우고 있어요. 지식은 배울지는 몰라도 자기조절력을 키울 황금 같은 기회를 잃고 있는 겁니다. 그뿐인가요? 아이들은 선행학습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어요. 선행학습을 받아들일 수 있는 아이는 천재에요. 그런 아이들은 3만 명 중 1명뿐입니다.
아이가 천재라면 선행학습을 시켜도 좋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당장 그만두세요. 보통아이들은 아직 논리적인 추리와 사색의 회로가 덜 만들어졌는데 여기에 구겨 넣으려다보니 자꾸 밖으로 튕겨져 나옵니다. 헛수고에요.
천재란 건 타고나는 겁니다. 우리 반에도 천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근데 창재, 즉 창조적 인재는 훈련에 의해 되는 것입니다. 훈련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천재의 시대는 끝났어요. 창재의 시대입니다. 창조력이란 두루두루 널리 쓰일 수 있는 것입니다. 요즘처럼 변화가 빠른 시대에 필요한 능력이에요. 그럴 법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 말 듣는 사람이 별로 없어.
<중략>
우리 아이들은 100세를 살게 될 수도 있어요. 재수 없으면 120세를 살게 될지도 모릅니다. 한국에서 살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아프리카나 북극에 살 수도 있어요. 달나라에 살지도 몰라요. 아이들은 우리가 지금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직업을 갖고 살아갈 겁니다. 그런데 의사가 돼라? 변호사가 돼라?
한 가지 분명한 건 우리 아이가 어느 시대에서든 건강하게 잘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상황을 잘 참고 견뎌낼 수 있어야 합니다. 실패나 좌절에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복구력, 누구와도 잘 지낼 수 있는 유연성, 어떤 일에도 적응할 수 있는 융통성. 이런 게 우리의 주제인 자기감정 통제로 귀결됩니다.
모든 아이들에겐 하고 싶은 것, 관심 있는 것이 한 가지씩 있습니다. 해보니 잘 할 수 있고 그래서 즐거운 거죠. 이것이 바로 강점 지능입니다. 그런데 이건 해보지 않으면 절대 몰라요. 찾아주는 게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찾아가는 겁니다.
교육이란 강점지능을 찾아내 최고로 발현시켜주는 것입니다. 학력엔 보이는 것과 안 보이는 게 있어요. 보이는 학력은 점수이고 안 보이는 학력은 리더십, 창조성, 희생정신입니다. 학교에선 돋보이지 않던 아이가 사회에 나와서 일취월장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보셨잖아요?
<중략>
실제로 미국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경력을 찾아보니, 30대 후반에 길 찾아 들어간 사람들이 많았어요. 물론 일찍 시작해야 하는 직업도 있습니다. 운동 같은 것이요. 그러나 인사나 경영 같은 건 40대에 피어나요. 입사자 몇 백 명 중 사장감은 30~40대에 나타납니다. 그러니 애를 크게 넓게 보고 키워야 합니다.
내 나이 딱 50살에 장수 건강학을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그때도 내가 80살 될 때까지 이러고 다닐 줄 상상을 못했어요. 이렇게 오래 건강하게 살 줄 알았다면 서둘지 않고 인생을 다듬었을텐데.
부모로서 우리가 꼭 해주어야 할 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정신과를 찾는 아이는 만들지 않는 겁니다. 어떤 사람은 누가 봐도 성공한 인생인데 잠을 못 이룹니다. 어떤 이는 강박증이 심합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삽니다. 내가 아무리 성공하더라도 건전한 인격을 가진 사람, 건전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인생은 깁니다. 많은 걸 보여주세요. 스스로 하도록 내버려 두세요. 그렇게 해도 애들은 잘 자랍니다. 너무 가까이도 말고, 너무 멀리도 말고 적절한 거리에서 지켜보세요. 그리고 엄마아빠는 자기 삶을 사세요. 그러라고 우리(생보재단)가 국공립어린이집 짓는 겁니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육아...사회가 함께 해야"
..이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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