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공유경제는 진짜 有罪일까
조선일보 2015.04.11 (토) 뉴욕=배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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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자동차 공유 기업 '우버' 잇단 불법 판결… 로버트 라이시·아룬 순다라라잔에게 묻다
"말이 좋아 '공유경제(sharing economy)'이지 사실은 '찌꺼기(scraps)를 나누는 경제'가 아닌가?"
지난 2월 로버트 라이시(Reich·68) UC버클리대 정책대학원 경제학 교수(前 미국 노동장관)가 자신의 블로그(robertreich.org)에 올린 글은 분노에 차 있었다. 최근 주목받는 공유경제에 관해 언급한 이 글에서는 '노동시장을 19세기로 퇴보시킬 것''리스크를 노동자에게 전가할 것' 등 과격한 표현들이 튀어나왔다.
그는 '소득의 공정한 분배'를 주장해온 사람이다. 금융 위기 당시 과잉 부채는 겉으로 드러난 현상일 뿐이고, 경기 침체의 배후에는 상위 1%만 배를 불리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득 불균형에 항의하는 2011년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를 주도하며 금융 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변화를 대표하는 인물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런 라이시 교수가 '공유경제'라는 새로운 트렌드에 대해 강력한 비난의 화살을 날린 것이다.
/Getty Images 멀티비츠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중산층이 무너지고 소비를 줄이려는 욕구가 커지면서 '우버(UBER)' '에어비엔비(Airbnb)' 등 공유경제 기업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공유경제는 물품과 자원, 재능 등을 소유하지 않고 타인과 나눠 쓰는 새로운 경제 모델을 뜻한다. 우버는 콜택시와 유사한 서비스로 스마트폰 앱으로 차량을 부르면 가까운 곳에 있는 우버 등록 운전기사가 자기 차량을 몰고 와 목적지까지 데려다 준다. 에어비앤비는 빈방 등 주거지 일부를 민박처럼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서비스다. 공유경제 제공자는 남는 시간, 방, 차량 등을 활용해 돈을 벌 수 있고, 소비자는 비교적 저렴한 택시 서비스와 숙박 시설을 구할 수 있다.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작년 말 기준으로 150억달러(약 16조원)인 전 세계 공유 경제 시장 규모가 10년 뒤에는 3350억달러(약 367조원)로 20배 넘게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라이시 교수의 분노가 마치 전초전이라도 된 듯 '공유경제' 모델은 올 들어 집중포화를 맞기 시작했다.
우선 택시나 숙박 면허 없이 '공유'하겠다는 영업 방식 자체가 문제가 됐다. 공유경제 모델의 대표 기업 격인 우버는 네덜란드·스페인·프랑스에 이어 독일에서 영업이 금지됐다. 비올레타 불츠 유럽연합(EU) 교통담당 집행위원은 우버 문제와 관련해 범유럽 차원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역시 무면허 영업과 관련, 관련자들이 경찰에 입건되는 사태 끝에 실질적으로 영업을 접었다.
우버의 수난은 단순히 '무면허 영업' 문제에만 그치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노동 문제가 불거져 운전자들에게 배상금을 물게 됐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방법원은 우버 운전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우버가 그동안 운전자들을 부당 대우했다고 판결했다. 우버는 그동안 우버 운전자들을 직원처럼 일을 시키면서도 자비로 기름 값 등 차량 유지비, 수리비, 보험금 등을 부담하도록 해 왔다. 법원은 우버가 운전자들에게 비용과 위험, 책임을 모두 떠넘겼다고 판단했다. 패소(敗訴)와 실패(失敗)의 연속이다. 공유경제는 정말로 유죄(有罪)인 것일까?
위클리비즈는 공유경제 논쟁의 핵심인 두 사람을 인터뷰했다.
우선 남는 물건을 나눠 '다 같이 잘살자'는 선의에서 출발한 공유경제가 왜 이렇게 비난을 받고 있는지 로버트 라이시 교수에게 물었다.
그는 위클리비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저렴한 비용으로 소비자의 주목을 받으며 빠르게 성장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노동자의 임금을 낮추고, 노동의 질을 낮추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공유경제로 인해 정규직 직원이 줄어들고 프리랜서와 독립 계약자(independent contractors) 등의 고용 형태가 늘어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공유경제로 벌어들이는 큰돈은 결국 소프트웨어를 소유한 기업에 가고, 노동자에게는 찌꺼기만 남는다"며 "임금이 깎인 노동자는 자금력이 줄어든 소비자가 되는 악순환만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공유경제의 대표적인 옹호론자 아룬 순다라라잔(Sundararajan·44) 뉴욕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공유경제가 소비의 개념을 '소유'에서 '임시 사용'으로 바꾸며 소비자에게 더 많은 선택의 여지를 줄 것이고, 이는 경제의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반론을 펼쳤다.
디지털 경제와 IT 기술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에 대해 연구해온 순다라라잔 교수는 공유경제 과세 조항을 논의하는 미국 의원들을 대상으로 강의한 공유경제의 대가다. 뉴욕대 경영대 교수실에서 만난 그는 공유경제 책자를 건네며 공유경제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그는 "공유경제를 통해 쓰지 않는 방, 쓰지 않는 자동차, 개인의 남는 시간 등 재화와 서비스를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며 "생산성의 향상은 자연스럽게 경제성장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로버트 라이시 UC버클리대 교수 “우버나 에어비앤비는 건강보험 하나 챙겨받지 못하잖나”
로버트 라이시 교수는 30년 이상 부(富)의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여왔다. 강의도 하고, TV 토론에 나갔으며, 노동부 장관을 하면서 정책도 만들고, 2011년 경제적 불평등에 항의해 일어난 ‘월가(街)를 점령하라’ 시위 때는 직접 확성기도 잡았다. 그런 그가 지금 강하게 비난하는 대상이 바로 공유경제다.
―공유경제의 상당한 비판론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략>
―공유경제에 또 어떤 문제가 있나요?
<중략>
―그러나 프리랜서가 늘어나는 점이 문제가 안 된다고 말하는 학자들도 많습니다.
<중략>
―그렇다면 낮은 임금에 복지 혜택도 없는데, 우버 운전자의 수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이지요?
<중략>
―경기가 어려운데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용돈을 벌 기회가 있다는 건 저임금 계층에게 긍정적이지 않나요?
<중략>
―순다라라잔 교수 등 일부 학자들은 공유경제가 경제성장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합니다.
<중략>
―우버 등 공유경제 외에도 계약직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나요?
<중략>
―교수님은 노동자의 관점에서 공유경제를 바라보는데, 소비자 등 다른 시각에서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소득과 재산의 불평등이 심화되면 일자리가 줄어들고 중산층이 무너져 모두가 경제적으로 힘들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물론 공유경제를 바라보는 여러 시각이 있을 수 있지만, 노동자층이 무너지면 그것은 소비자층이 무너지는 것이기 때문에 헤어나올 수 없는 경제 침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공유경제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미국의 경제 체제는 상위 1%만 더욱 돈을 버는 방식으로 진화했습니다. 부를 제대로 분배하는 게 아니라, 가진 자만 더 갖게 되지요. 공유경제는 일자리의 질을 저하하도록 하는 또 다른 촉매제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크게 우려하는 것입니다.”
아룬 순다라라잔 뉴욕대 교수 "원하는 시간에 일하고 더 많이 벌 수 있어… 결과적으로 노동자에 得"
아룬 순다라라잔 뉴욕대 교수는 공유경제 개념이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연구해온 공유경제 연구의 선구자다. 그는 기술의 발달이 어떻게 경제에 도움이 되는지를 분석, 휴대전화와 같은 모바일 플랫폼의 발달로 그동안 숨겨져 있던 자산을 활용할 수 있게 됐고, 생산성도 극대화됐다는 견해를 냈다. 이는 경제성장과 일자리 확대로 이어진다고 그는 주장한다.
―공유경제로 노동자의 임금이 내려가고, 노동 환경이 나빠진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중략>
―라이시 교수는 공유경제로 돈을 버는 건 소프트웨어를 가진 기업일 뿐이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중략>
―공유경제는 소비를 줄이는 심리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검소한 경제(frugal economy)라고 부릅니다. 경제가 위축된다는 의견도 있던데요?
<중략>
―공유경제는 값싼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이 관건인데, 어떻게 총지출이 늘어나는 것인가요?
<중략>
―공유경제가 기존 호텔·택시 산업을 위협하는 측면은 어떻게 보십니까?
<중략>
―그렇다면 공유경제의 문제점은 없다고 보십니까?
“젊은 층에 한정된 점입니다. 예컨대 50대 소비자라면, 20~30년간 호텔을 이용한 경험 때문에 변화에 적응하기 어렵습니다. 거실의 접시는 써도 되는지, 사용 후에는 설거지해야 하는지, 방을 치우고 나가야 하는지 등 모르는 부분이 많습니다. 종전의 익숙함을 버리고 새로운 서비스를 받아들이는 것은 나이가 들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도 지금 20~30대 소비자가 공유경제에 익숙해지고, 주 소비자층이 되는 10년 뒤에는 공유경제가 자리 잡을 수 있으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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