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포럼] 청년 실업 오적(五賊)을 고발함
매일경제 2015.04.06 (월) 채경옥 논설위원
http://m.mk.co.kr/news/headline/2015/327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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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역사상 그 어떤 세대보다 교육을 많이 받았고 지적으로도 우수하다. 컴퓨터·인터넷·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디지털 신인류`다. 20세기 이전 왕족이나 귀족계급만 누렸던 외국어 교육, 1인1악기, 개인 과외교사 수업도 받았다. 교육에 들어간 비용은 셈하기 어렵다. 그걸 다 더했다가는 심장마비가 올 것 같다는 부모들이 많다. 영재고나 과학고, 자사고나 외고에 진학한 경우 내신 등급 유지를 위해 월 수백만 원은 각오해야 한다. 부모들은 이쯤에서 대충 기진맥진이다.
그렇게 바늘구멍을 뚫어 S대 경영학과에 진입한 낙타들이 120명이다. 웬만한 중학교에서 전교 1, 2등은 맡아놓고 해야 간다는 특목고, 그 특목고에서 3년 내리 전교 1등을 해도 갈까말까 하다. 하지만 정작 바늘구멍을 통과한 낙타들은 또 새벽 5시부터 도서관 자리 맡으려 경쟁하고 각종 취업용 스펙을 쌓느라 누렇게 뜬다. 120명 중에 80~90명은 로스쿨, 고시 준비, 대학원 진학으로 재차 비용을 치른다. 나머지 30~40명은 예기치 못한 취업시장의 냉혹함에 부딪힌다. 외환위기 때보다 더 하다는 청년실업률의 속살이다. S대 인문대생들은 딱 절반만 취직한다. 경영·경제학 부전공으로 전공세탁을 해도 그렇다. SKY 사정이 이러니 `인구론(인문대생 90%가 논다)`이란 말이 나온다. 청년들은 무저갱에 갇힌 듯 현재도 미래도 없이 시들어간다. 꽃 같은 학창시절 다 바치고 부모들 노후까지 담보 잡은 결과가 이 모양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한 제1의 적은 정부와 관료집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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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적은 정치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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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적은 대기업이다. 끊임없이 신성장동력을 찾고 지속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은 기업의 본질이다. 혁신 대신에 상속·승계에 목을 맬 때, 기업가정신을 새롭게 벼리기보다 선대(先代)의 유산에 안주할 때 이미 도태된 것이나 다름없다. 대기업과 혼연일체, 공존공생의 관계가 돼버린 대기업 노조는 제4의 적이다.
제5의 적은 단연 교육부다. 불공정하고 불투명하고 불가측한 대입제도를 바탕으로 꼬리가 몸통을 흔들 듯 초·중·고 교육을 망쳐온 게 그들이다. 전 국민을 거덜나게 만드는 고비용 구조를 만들어놓고도 영어 하나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들이 IT·바이오·로봇 시대에 대비해 코딩과 컴퓨터프로그래밍 교육에 열을 올릴 때 수업시수까지 정해가며 국·영·수만 고집하는 게 그들이다.
청년들을 살려내지 못하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청년들더러 중동으로 가라는 정부는 무책임하고 무능하다. 청년 일자리를 가로막고 있는 정치권, 청년들에게 희망과 열정을 주지 못하는 기업은 존재 이유가 없다. 내 자식보다 내 밥그릇이 더 중요하다는 기성세대는 자멸뿐이다. 청년들을 글로벌 낙오자로 키우는 전근대적 교육부는 해체돼야 한다. OECD 국가 중 교육부가 정부부처 형태로 있는 것은 일본과 한국, 딱 두 나라뿐이다. 그리고 일본과 한국 공히 교육이 망국의 근원이다. 청년 일자리를 가로막는 대한민국 오적(五賊)을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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