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정의 미래탐험] 미래는 우연인가, 필연인가?
이코노믹리뷰 2015.03.31(수) 이준정 미래탐험연구소 대표
http://www.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238998
영어 단어 중에 ‘Chance’와 ‘Opportunity’가 있다. 이들을 둘 다 기회 또는 가능성이라고 번역되어 우리말로는 잘 구분이 되지 않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서로 다르게 사용된다. 먼저 ‘Chance’는 우연히 다가온 기회 또는 마주칠 가능성을 의미한다.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가능성을 표현할 때 적합하다. 마치 주사위를 던지듯 결과가 예측되지 않고 어쩌면 운에 맡겨야 할 기회다. 예를 들어 ‘청담동 길을 오가다 보면 영화배우를 만날 기회가 있다’라고 말할 때 사용할 수 있다. 반면 ‘Opportunity’는 약간 격식을 차린 말로 주어진 환경이 제공하는 낮은 확률의 기회나 가능성을 뜻한다. ‘이번이 좋은 직장을 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라고 할 때 적합한 단어다.
미래에 어떤 기회나 가능성이 있다고 말할 때는 우연성이 더 많이 내포되어 있는 기회(Chance)라 표현하는 것이 타당하다. 왜냐면 미래는 미리 확정할 수 없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미래에 대한 희망은 오늘의 노력이 쌓여서 이루어질 필연적인 기회(Opportunity)일 수도 있다.
모든 현상은 필연적으로 귀결된다.
불교의 가르침 중에 옷깃만 스쳐도 3000겁 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한 겁(劫)은 시간의 단위로도 계산할 수 없는 무한히 긴 시간으로, 하늘과 땅이 한 번 개벽한 때로부터 다음 개벽할 때까지의 시간이라고 한다. 이 설명은 아주 우연히 발생한 현상조차도 미리 정해진 인연의 결과, 즉 아주 미세한 가능성이 실현된 결과라는 의미다. 영어로 표현하면 ‘Opportunity’에 가깝다.
중국에서 유래한 음양오행론은 자연계의 모든 사물을 음과 양으로 나누고 상호 의존과 대립의 관계로 결과를 예측하는 철학이다. 과학이 발달하기 전에 이를 자연의 이치를 해설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중국 주나라 문왕 때 만들어졌다는 주역도 세상의 모든 것을 관장한다는 철학이다. 천지자연의 현상들이 공간과 시간의 정해진 틀 속에서 명확하게 순리에 따라 변하고 있기 때문에 세상 일을 자로 재듯이 알아낼 수 있다고 한다. 모든 일들이 우연히 발생하지 않고 이치에 따라서 결정된다는 철학이다. 우리나라에선 음양오행론에 기초한 사주풀이나, 주역과 비슷한 예로 토정비결을 많이 활용한다. 사람들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을 회피하는 방법으로 이런 운명론적 점괘를 맹신하는 경향이 있다.
서양의 고대사상가들도 자연의 모든 현상을 신이 지배한다고 믿었다. 분명히 무작위로 발생하는 현상조차도 인간이 무지하기 때문에 신의 의도를 모른다고 이해했다. 우주도 신이 만들었다고 말할 만큼 모든 자연현상과 생명현상은 신이 관장한다고 말했다. 신의 섭리는 과학에서도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모든 과학적인 발견은 신의 섭리를 하나씩 이해해 가는 과정으로 용인되었다. 만에 하나라도 신의 섭리와 배치되거나 부정하는 발견은 거센 저항을 받으며 학문적인 정통성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자연은 신이 정해준 필연적인 결과라고 여겼다.
뉴턴의 ‘운동의 법칙’과 ‘만유인력의 법칙’은 우주의 삼라만상이 서로 연결되어 신이 정해준 일정한 법칙에 의해서 움직인다고 설명한 이론이다. 신의 의도가 없는 어떤 우연도 용인되지 않으며 드러난 결과는 원인을 정확히 추적할 수 있다고 믿었다. 뉴턴보다 한 세기 후에 프랑스 물리학자 라플라스는 충분한 정보만 있다면 우주의 모든 현상을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13세기 철학자인 토마스 아퀴나스는 완벽한 우주이론이라도 반드시 인간의 자유의지를 허용하는 무작위 현상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신은 인간의 능력을 한정된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신의 의지가 모두를 포함한다고 설명해 버렸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은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을 보완한 이론이다. 차이점은 빛도 질량을 가지고 있으며 빛이 무거운 질량 옆을 지나면 휘게 된다고 설명하는 것이다. 물질은 에너지로 환산되며 블랙홀과 같이 질량이 높은 곳은 공간이 휘어 있다고 주장한다. 우주가 탄생하면서 물질이 생기고 시간과 공간도 생겼으며 우주가 탄생하기 전엔 시간도 없고 공간도 없다는 논리다. 아인슈타인도 우주의 운명론자다.
모든 현상은 우연히 이루어진다.
<중략>
우연과 필연이 공존한다.
<중략>
미래는 개척하려는 의지에 따라서 크게 좌우된다. 현상은 우연이지만 의지와 선택에 따라서는 필연적인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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