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전환대출'이라고?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이유
오마이뉴스 2015.03.31 (화)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
http://m.ohmynews.com/NWS_Web/Mobile/at_pg.aspx?CNTN_CD=A0002094493
[주장] 가계부채 해결 대신 관리 택한 정부, 경제 체질 바꿀 고민 시작해야
현 정부는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가계부채 문제가 터지지 않게 '관리'하겠다는 자세다. 주택대출규제완화는, 적어도 겉으로는 고금리 부채를 저금리 부채로 바꿔 관리하겠다는 자세에서 나온 것이다. 이후 주택대출이 급증했고, 잠재적 가계부채 부실 위험을 1금융권으로 이전한 측면이 강하다는 점에서 '관리'는커녕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안심전환대출도 같은 발상에서 나온 정책이다. 앞으로 금리가 오를 것에 대비해 위험 관리를 하겠다는 뜻으로 이 대출을 내놓았고, 같은 불안감을 가진 주택담보대출자들이 줄을 섰다. 거꾸로 보면 그만큼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다는 뜻이다.
안심전환대출은 가계부채를 해결할 수 없다
정부가 LTV(담보인정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강화하는 등 가계부채 총량을 줄이는 정책 기조 속에서 가계부채의 질을 바꾸는 안심전환대출 제도를 내놓았다면, 좀 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풀고, 한국은행을 압박해 기준금리를 내리는 기조 속에서 안심전환대출 제도를 내놓았다. 같은 제도라도 이런 맥락에서는 집값 거품을 떠받치는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안심전환대출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정작 핵심 정책대상이 돼야 할 가계들이 소외된다는 데 있다.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해당 제도는 고부채가구들을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이들이 경제 위기를 부를 수 있는 뇌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원리금을 함께 분할상환하는 구조에서는, 그나마 소득 여력이 있는 저부채 가구들이 주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가구들은 상대적으로 중산층 이상의 가구들일 가능성이 높다.
이걸 정책당국이 몰랐을까. 몰랐을 수도 있지만, 알고도 그랬을 수 있다. 첫째 이유는, 중산층 중심으로 부채를 줄여주면, 향후 집값 하락 폭이 줄어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다. 실제로 그런 효과를 일정하게는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늘 위기는 극단(여기에서는 저신용 고부채가구)에서 온다는 점을 간과했다.
둘째는 안심전환대출 제도 설계 자체의 한계 때문이다. 2.5%의 고정금리 대출상품은 당초부터 정상적인 시장금리로는 내놓을 수 없는 상품이었다. 그런데 그걸 정부가 은행들의 팔을 비틀고, 정부 지급 보증 아래 주택금융공사의 MBS(주택저당증권, 토지 및 주택을 담보로 발행되는 채권)로 소화해 억지로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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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전환대출의 효과는, 앞서 말했듯이 유사시 위기 가능성을 줄이는 게 아니라 집값 떠받치기를 위해 활용되는 측면이 크다. 하지만 그 효과도 어차피 크지는 않을 것이다. 추가 공급분까지 합쳐서 40조 원의 주택담보대출이 안심전환대출로 전환돼도, 전체 가계부채의 3.7%, 주택담보대출의 7.2% 수준이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전반적으로 크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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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전환대출, 오히려 시장 불안 증폭시키는 촉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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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후에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의 요인으로 인해(국내 기준금리는 몰라도) 국내 시장금리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이 겹치면 당장은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은 안심전환대출이 불안을 증폭시키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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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가계부채 문제를 푸는 정공법은 나와 있다. 누구나 손쉽게 소득 증대를 말한다. 하지만 이미 외환위기 이후 재벌독식구조와 부동산 거품, 가계부채에 의존한 경제구조를 만들어놓은 결과, 일자리와 소득이 늘지 않는 구조가 만성화됐다. 이런 마당에 저출산고령화 충격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과거 고성장 체제에서는 몇 년 지나면 웬만한 문제들이 해결됐지만, 이제는 어렵다.
그러면 이같은 현실을 인정하고 거품을 빼야 한다. 체질을 바꾸자. 아무리 비대한 사람도 예전처럼 잘 먹지 못하면 몸집이 저절로 줄어든다. 그게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우리 가계들이 돈은 못 버는데, 집값은 여전히 높다. 그걸 가계부채라는 '정크 푸드'를 써서, 당장의 몸집 유지에 급급하다. 당분간은 유지할 수 있겠지만, 결국은 시간이 갈수록 건강은 크게 나빠진다.
결국 과거처럼 소득을 늘리기 어렵다면, 현재 가구의 소득 수준에 맞춰 주택 가격도 낮아지도록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폭락과 같은 사태는 막아야 하지만, 이미 아무런 충격 없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운 지경에 왔다. 단기적으로는 어렵더라도 부동산 거품을 점진적으로 해소하고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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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안심전환대출로 가계부채의 질을 개선하겠다고 하지만, 효과에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1~2년 후에는 오히려 더 큰 위험 요인으로 돌아올 수 있다.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정공법이 실은 가장 효과적이라는 점을 지금이라도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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