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속으로] '지식 콘퍼런스' TED의 인기 비결
중앙일보 2015.03.28(토)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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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윈스키 강연, 3D GPS 공개 … 깜짝 연사에 '쇼 비즈니스'까지
시작 전부터 1000명 넘는 인원이 행사장에 서로 먼저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는 '콘퍼런스(학회)'가 있다. 연단 바로 앞자리에 앉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을 한다. 강연이 끝나자마자 감동에 젖은 청중은 '기립 박수'를 친다. 바로 'TED 콘퍼런스'가 그 주인공이다. TED는 '기술(Technology),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디자인(Design)'의 약자로 지식형 콘서트를 표방한다. 기술이나 정치·철학 같은 사회과학을 주제로 한 콘퍼런스들은 보통 따분하게 마련이지만 TED는 남다르다. 단순한 기술 박람회도 아니고 '문·사·철'을 다루는 '지식 콘서트'에만 국한돼 있지도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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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D의 인기 비결은 매년 콘퍼런스마다 감칠맛 나는 '쇼 비즈니스'의 요소를 더한다는 점에 있다. 2000년 건축가인 리처드 워먼으로부터 1400만 달러(약 155억원)를 주고 TED를 인수한 크리스 앤더슨이 그 같은 변화와 도전을 주도하는 사령탑이다. TED는 강연에 나서는 연사부터 독특하다. 교수와 학자 대신 꼭 한번 이야기를 나눠 보고 싶은 인물들이 바로 눈앞에 등장한다.
이달 중순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2015년 TED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인물도 그랬다. 1990년대 중·후반 세계를 뜨겁게 달궜던 모니카 르윈스키였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의 부적절한 관계 때문에 언론의 집중 공세를 받았던 르윈스키는 올해 TED 콘퍼런스에서 '사회 운동가'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보다 더 온정적인 인터넷'을 만들자고 청중 앞에서 제안했고 환호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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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르윈스키나 스노든뿐 아니라 등장하는 연사들을 보면 눈길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래리 페이지 구글 최고경영자(CEO) 같은 미국 정보기술(IT) 산업을 이끌어가는 '스타 경영인'은 기본이다. 케빈 러드 전 호주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등 세계 정상급 지도자와 영화 '아바타'를 제작한 감독 제임스 캐머런과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까지 영역을 가리지 않는다. 세계적 명사들은 TED에서 '위대한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기도 한다. 빌 게이츠는 올해 TED에서 '에볼라 방역 홍보관'을 자비로 제작했다. 이곳에서 사람들이 에볼라 방역 복장을 입어보고, 실제 검역 활동을 체험하게 했다.
기업들은 이렇게 인기 만점인 TED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더 다가서려 한다. TED는 구글·도요타·몰스킨 등 글로벌 기업 29개의 후원을 받고 있다. TED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4500만 달러) 가운데 참가료는 2700만 달러였고 나머지는 후원금이었다. 기업들은 TED를 지원하는 대신 자신들의 미래 전략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릴 기회를 얻는다.
올해 구글에선 '자율 주행차(무인차)' 프로젝트 총책임자인 크리스 엄슨이 연사로 나섰다. 엄슨은 보행자·주변차량뿐 아니라 도로 위를 무단횡단하는 강아지까지 모두 파악할 수 있는 '3D(3차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화면을 전격 공개해 주목받았다. 그는 "구글은 지금까지 70만 마일(약 112만㎞) 이상 시범주행을 했다"며 "교통사고와 차량 혼잡을 줄이고 우리가 사는 도시에 변화를 주기 위해 무인차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계의 지식인들에게 무인차 안전성을 알리는 '창(窓)'으로 TED를 선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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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D의 총연출자 크리스 앤더슨은 자신을 '큐레이터'라고 부른다. 그가 제시한 TED의 구호는 'Ideas Worth Spreading(확산할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이었다. TED가 성공한 건 '개방적'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앤더슨은 2006년 강연을 인터넷에 무료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직접 참가하는 사람들이 4400달러를 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담한' 시도였다. 그러나 무료 공개 이후 TED의 인기는 더 높아졌다. 지금도 매일 200만 명이 TED 홈페이지에서 1600개의 강연을 본다. 누적 시청 인원은 10억 명을 넘는다. 그게 TED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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