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별개의 팩트를 연결했을 뿐인데…통찰은 평범 속에 있다
조선일보 2015.03.07(토) 워싱턴=배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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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과학자 게리 클라인 인터뷰]
우연의 일치도 반복된다면… 보이지 않는 패턴 찾을 수도
서브프라임 사태때 돈 번 투자자 "그럴 리가 없는데"하는 의심 덕분
"통찰은 특별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꾸준한 노력과 훈련으로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40년 넘게 '사람이 어떻게 사고하는지'를 연구해온 인지과학자 게리 클라인(Gary Klein·71) 박사는 통찰(insight)이 빛났던 역사적 사례 120건을 연구하고 분석했다. 신문과 책, 인터뷰를 통해 수집한 과학적 발견, 발명, 경영의 사례다.
그는 그런 통찰이 촉발된 계기를 분석했다. 그것은 다섯 가지로 범주화할 수 있다. 연결, 우연의 일치, 호기심, 모순, 창의적 절망이 그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를 책 '통찰, 평범에서 비범으로'에 담았다.
눈이 많이 내리던 겨울날 워싱턴 로널드레이건 공항에서 클라인 박사를 만났다. 자택에서 만나기로 약속했지만, 폭설 때문에 클라인 박사의 비행기가 연착되는 바람에 공항의 커피숍에서 인터뷰를 대신하게 됐다. 그는 갸름한 얼굴에 백발 수염이 뒤덮여 있었다. 그에게 통찰에 대한 정의부터 물었다.
"그동안 믿어왔던 것에 대한 변화입니다. 통찰은 그동안 우리가 믿어왔던 방식, 우리가 행동하는 방식, 우리가 보는 방식, 느끼는 방식, 심지어 욕구하는 것까지 바꿉니다. 통찰은 노벨상 수상자 같은 대단한 사람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은 늘 일상생활에서 통찰을 얻습니다."
그는 일상생활 속 통찰의 사례로 어느 경찰관의 아야기를 들었다.
<중략>
가장 흔하고도 중요한 통찰 전략은 '연결'
클라인 박사는 첫째 통찰 전략으로 '연결'을 꼽았다. 다양한 생각과 아이디어를 연결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는 "가장 흔한 방식일 수 있지만, 그만큼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에 첫째 전략으로 꼽았다"고 말했다.
"언뜻 보기에 큰 상관이 없어 보이는 여러 아이디어를 조합하면 기존 방식과 전혀 다른 혁신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는 2008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마틴 챌피 교수를 예로 들었다.
<중략>
연결의 통찰을 더 많이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냐고 묻자 클라인 박사는 "우연적인 관련성을 증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자신과 관심사가 다른 커뮤니티와의 교차점을 늘리는 식으로 스스로를 낯선 활동에 더 노출시켜야 합니다. 여러 취미를 가지는 것도 좋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연결의 중요성을 잘 알았던 사람 중 한 명입니다. 그가 픽사 사장 시절 지었던 사옥은 모든 직원이 지나치지 않으면 안 되는 공간을 늘려 사람끼리 마주치는 빈도를 늘렸습니다. (픽사 사옥은 남녀 화장실 4개, 회의실 8개, 카페, 식당이 모두 거대한 중앙 로비에 몰려 있다.) 자연스럽게 다양한 사람과 접촉하는 게 혁신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지요."
초록색 형광 단백질을 주입한 쥐의 뇌에 자외선을 비추면 특정 뇌 신경세포들이 빛을 내 자세한 연결 구조를 볼 수 있다. / 네이처 제공
우연의 일치 속에서 보이지 않는 패턴 찾는다
새로운 통찰은 우연의 일치를 단순히 운에 의한 것이라고 치부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인과적 고리를 찾아내려는 노력으로 얻어지는 경우가 많다. 클라인 박사는 에이즈란 질병을 처음 발견한 마이클 고틀리프라는 의사를 예로 들었다.
<중략>
고틀리프씨가 다른 사람들과 달리 우연의 일치를 끈기 있게 관찰할 수 있었던 것은, 강한 호기심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클라인 박사는 자신이 분석한 120건의 사례는 보통 연결, 우연의 일치 등 두 개 이상의 성격을 가진 경우가 많았는데, 그중에서도 호기심은 거의 모든 통찰 사례에 공통적으로 적용됐다고 말했다.
모순에서 투자 기회를 발견하다
클라인 박사는 모순적인 상황에 처할 때 '왜 그럴까'하고 의심하는 태도도 통찰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가 분석한 120개의 사례 중 3분의 1 정도가 여기에 해당되는 것이었다.
그 대표적 사례로 클라인 박사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 오히려 돈을 번 투자자들의 사례를 꼽았다.
"월가에서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마이클 버리씨는 누구보다 일찍 버블을 눈치챘습니다. 2004년 각종 자료를 분석한 결과 그는 금융기관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을 해줄 때 기준이 완화되고 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의문을 품게 됐습니다.
당시 최고의 분석가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주택 가격은 내려간 적이 한 번도 없고, 앞으로 더 많이 오를 것입니다.' 그러나 버리씨는 '만약 주택 가격이 항상 오를 거라고 믿는다면, 왜 은행이 자격이 불충분한 지원자들까지 쫓아다닐까'라고 의심했습니다. 주택 가격이 항상 오를 것이라고 믿는다면, 대출 기준을 더 엄격하게 조정했으면 했지, 더 느슨하게 조정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불일치성이 그의 고민이었습니다. 그는 겉으로는 낙관하면서 속으로는 대출 기준을 낮추는 영업 사이의 모순을 감지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부동산 시장은 곧 내리막길로 갈 거라고 예측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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