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포기'를 택하는 일본의 사토리 세대와 '붕괴'를 택하는 한국의 청년들

배셰태 2015. 2. 12. 08:13

[대담한 경제] 벼랑 끝에 몰린 청년, 왜 ‘붕괴’를 택했나?

KBS 2015.02.12(목)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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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의 대담한 경제 #12

 

지난달 9일 KAIST 미래전략대학원 주최로 '한국인은 어떤 미래를 원하는가' 토론회가 열렸다. 여기서 발제를 맡은 박성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박사는 20~34세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런데 ‘바라는 미래상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지속적인 경제성장’이라고 응답한 청년은 23%에 불과한 반면, ‘붕괴, 새로운 시작’이라는 응답이 무려 42%나 나와서 큰 충격을 주었다. 특히, 청중의 상당수였던 60대 이상 세대들은 이러한 청년들의 생각에 대해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붕괴를 바라는 우리 청년들. 그 충격적인 대답을 접하는 기성세대들은 너무나 참담하고 우리의 미래가 걱정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우리 청년들이 여전히 ‘새로운 시작’을 바라고 있다는 것은 그들의 진취적인 도전정신이 아직은 식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비록 지금은 사상 최악의 청년 실업률과 열악한 비정규직의 현실에 시달리고 있지만, 더 나은 삶을 향한 희망을 아직 버리지 않았다는 얘기다.

 

만일 우리 청년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이제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없다고 판단하고 미래의 희망을 포기하게 되면, 우리 경제는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될 것이다. 20여 년간의 장기 불황에 길들여진 일본의 청년들이 그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절망의 신인류, ‘마쿠도 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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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오랜 경기 불황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은 바로 청년들이었다. 1990년에 3.1%였던 청년실업률이 2008년에는 9.1%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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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일본 청년들은 정부의 사회안전망에서도 철저히 소외되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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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없어서 행복해요”…‘포기’를 택한 일본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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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청년들은 “희망이 없기에 행복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일본의 청년들은 더 이상 아무 것도 탐을 내지 않는 ‘사토리 세대(さとり世代)’로 진화하고 있다. ‘사토리 세대’란 마치 득도(得道)한 것처럼 욕망을 억제하며 살아가는 일본의 젊은 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일본의 많은 청년들이 절망의 나라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를 괴롭히는 ‘희망고문’을 그만두고 모든 것을 체념한 채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이들 사토리 세대는 성공하겠다는 욕망은 물론, 더 좋은 물건을 갖고 싶다는 사소한 욕구까지 모두 버리고 말았다.

 

사토리 세대의 등장으로 청년들은 마음의 평안을 얻기 시작했지만, 당장 비상이 걸린 것은 기업들이었다. 청년들이 해외여행은 커녕 음주까지 줄이면서 내수시장이 큰 타격을 받은 것이다.

 

당장 비상이 걸린 것은 바로 자동차 산업이다. 일본 자동차공업회의 조사 결과, 일본의 전체 운전 빈도 중 20대 청년들의 운전 비중이 1999년 16%에서 2011년에는 8%로 반토막이 났다. 심지어 청년들이 운전면허조차 잘 따려하지 않기 때문에, 일본의 자동차 기업들은 운전면허를 따라는 캠페인성 광고까지 해야 했다.

 

더 큰 문제는 많은 청년들이 연애와 결혼에 대해서 조차 아예 관심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시간제 계약직을 전전하는 일본의 청년들은 돈이 없어서 이성을 못 만나는 단계를 넘어 아예 해탈(解脫)의 경지로 넘어가고 있다. 실제로 일본 남성의 경우 50세가 될 때까지 한 번도 결혼을 하지 않는 인구 비율인 ‘생애 미혼율’이 1980년 2.6%에서 2010년에는 20.1%로 무려 8배 가까이 급증했다. 그 결과 출산율까지 낮아지면서 일본 경제의 활력은 점점 더 약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청년의 가치를 깨달은 나라만이 살아 남는다

 

정부가 아무리 돈을 풀고 다양한 경기 부양책을 써도 청년이 모든 세속적인 욕망을 버린 나라에서 경제가 되살아나기를 기대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이제야 일본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이미 20여 년 동안 철저하게 무너진 청년 정책을 단번에 되돌리기란 쉽지가 않다. 일본은 전례가 없었기에 청년의 몰락을 앞두고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했지만, 가까이에서 그 공포스러운 모습들을 고스란히 지켜보면서 우리가 그 전철을 그대로 밟아간다면 얼마나 한심한 일이겠는가?

 

도산 안창호 선생은 "낙망(落望)은 청년의 죽음이요, 청년이 죽으면 민족이 죽는다"며 나라의 미래를 위해 우리 청년들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청년이 우리의 가장 강력한 무기이고, 가장 소중한 자산이며, 가장 확실한 성장 동력이다. 청년의 가치를 깨닫지 못하는 나라는 자멸의 길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제발 더 늦기 전에 이 평범한 진리를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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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한 경제’의 다음 연재는 설 연휴가 끝난 2월 23일(월요일)부터 계속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