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경비원직에 장·노년층과 젊은층이 맞바뀌는 '잡 스위칭' 현상이 나타나다

배셰태 2015. 1. 17. 15:59

일자리 맞바꾼 '은퇴 父母와 취준생(취업준비생) 子女'

조선일보 2015.01.17(토) 문현웅 기자

http://m.chosun.com/svc/article.html?sname=news&contid=2015011700101&d=2015011700101

 

2년 전만 해도 20~30대 경비원이 한 명도 없었던 서울 중구 A레지던스엔 지난해부터 청년 경비원들이 등장했다. 이모(26)씨가 그런 경우다. 이씨는 "대학을 나와도 취직이 안 돼 이곳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CCTV를 보며 보안 업무를 하는 그의 월급은 160만~170만원 수준. 이씨가 일하는 건물은 자동화 시스템이어서, 나이 든 경비원보다 첨단기기를 쉽게 익히는 이씨를 경비업체는 반겼다. 그는 "실내에서 일하고 휴식 시간도 보장돼서 자격증 공부에 유리하다" "3~4년 준비해서 경비원이 아닌 다른 일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신문로의 한 대기업 사옥은 경비원 19명 중 20~30대가 17명이다. 경비팀장 B(46)씨는 "재작년까지도 50~60대 명퇴자가 대부분이었는데 지난해부터 근처 빌딩들이 경비원을 젊은이들로 싹 갈아치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빌딩도 40대 직원 2명이 최고참일 정도로 연령대가 확 낮아졌다.

 

 

취업난에 내몰린 청년들이 과거 실버 세대 몫이었던 3D업종 일자리에서 장·노년 취업자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장·노년층과 젊은층의 직장이 맞바뀌는 '잡 스위칭(job switching)' 현상은 특히 도심 빌딩이나 강남 지역 일부 최고급 아파트 경비원 자리에서 두드러진다.

 

경비원직에 청년들이 몰리는 이유는 단번에 정규직이 되기 힘든 취업난 속에서, 경비원이 '일하면서 공부를 병행할 수 있는' 자리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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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 도심의 한 빌딩 경비조장인 C(45)씨는 "예전엔 월급이 적고 근무시간도 길고 불규칙해 용돈이 궁한 어르신들이 주로 일했는데 빌딩들이 자동화되면서 IT에 익숙하고 배우는 것도 빠른 청년들이 유리하게 됐다"고 했다. 취업 정보 업체 김진형(40) 대표는 "한 대기업 본사는 아예 45세 미만을 채용 조건으로 내걸 정도"라고 했다.

 

청년들이 과거 장·노년들의 전유물이던 경비원·관리사무소 등의 직종에 뛰어들면서, 장·노년들은 밀려나고 있다. 최근 5곳에 경비원 이력서를 냈다가 모두 떨어진 박모(67)씨는 "젊은 사람들이 하도 몰려오니까 나 같은 늙은이는 면접조차 볼 수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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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스위칭은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과거 대표적인 '어르신 일자리'로 여겨졌던 공인중개사 시험의 경우 지난해 20대 응시자는 8427명인 반면 60대 이상 응시자는 2975명에 그쳤다. 구인·구직 업체 '알바천국'에 따르면, 주유·세차 계약직을 찾는 50대 이상 구직자는 2009년 443명에서 2014년 2359명으로 4배 이상 늘었다. 퀵서비스와 택배업에 지원한 50대 이상 구직자도 2009년 117명에서 작년 1471명으로 열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