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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풍’의 빛과 그림자...‘빅뱅 파괴자’ 샤오미의 세계시장 공략법

배셰태 2015. 1. 13. 14:33

‘빅뱅 파괴자’ 샤오미의 세계시장 공략법

시사IN 2015.01.13(화) [382호] 이종태 기자

http://m.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2180

 

샤오미는 서구 경영학자로부터 ‘빅뱅 파괴자’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2010년 설립된 샤오미는 어떻게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할 수 있었나. 샤오미를 통해 글로벌 자본주의와 중국 경제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다.

 

2014년 2분기 이후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을 제치고 1위에 등극한 샤오미가 ‘홍미’ 100만원어치(5대 정도)를 팔고 손에 쥐는 돈은 2만원(영업이익 기준)이 채 안 된다. 이에 비해 글로벌 강자인 삼성과 애플이 100만원어치(한 대 값에도 못 미친다)의 스마트폰을 팔면 각각 18만7000원, 28만7000원 정도를 영업이익으로 얻는다. <차이나 비즈니스>(2014년 12월16일)가 3사의 연례보고서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그렇다.

 

2만원(샤오미)과 18만7000원(삼성), 그리고 28만7000원(애플). 어떤 회사든 돈 벌자고 장사하는 것인데, 영업이익에서 이토록 큰 차이가 나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를 살펴보면, 최근의 글로벌 자본주의와 그 한 부분인 중국 자본주의의 특징이 나온다.

 

2010년 설립된 샤오미는 중국에서 보기 드문 민간 부문의 대기업이다. 스마트폰 사업에 뛰어든 지 불과 4년 만인 지난해 3분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무려 5.2%. 삼성(24.4%), 애플(12.7%), 중국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5.3%)에 이어 글로벌 4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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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가 이 정도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스마트폰 산업의 ‘진입 장벽’이 신생 기업도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낮아졌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어떤 기업이 특정 산업의 글로벌 강자가 되려면, 해당 상품의 전체 설계부터 시작해서 각 부품을 직접 만들고 조립하며 마케팅과 광고까지 수행해야 했다. ‘하나’의 기업 안에서 이렇게 다양하고 복잡한 활동이 상호보완적으로 이뤄져야 했다.

 

그러나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기업 활동 관련 정보들을 축적·통합·전송할 수 있게 되면서 기업과 산업의 행태는 180° 바뀐다. 각 공정(부품)들을 해체해서, 생산에 가장 유리한 입지(예컨대 노동비용이 저렴하거나 소비시장이 큰 곳)로 떼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덕분에 개별 부품에 전문화한 업체들이 세계 곳곳에서 발전했다. 그래서 애플은 스마트폰에 필요한 LCD나 메모리칩을 직접 만들 필요가 없다. 단지 연구·개발 활동을 통해 제품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이에 필요한 부품을 지구 이곳저곳의 업체에 주문해서, 전문 조립업체(주로 중국에 진출한 타이완 기업들)에서 완성한 뒤, 애플의 브랜드를 붙여 팔면 된다. 말하자면 애플은 아이폰의 ‘공급 사슬(Supply Chain)’의 최상층에 앉아 지구적으로 수행되는 전체 공정을 지휘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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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의 스마트폰(위)은 저렴한 가격과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로 돌풍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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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뜰 수 있었던 이유

 

이렇게 바뀐 생산 시스템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신생 업체가 첨단산업이라는 스마트폰 부문에 진출할 수 있는 이유도 알 수 있다. 스마트폰의 부품을 직접 생산하거나 조립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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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의 낮은 영업이익에는 전략적 측면도 있다. 실사용자나 해외 언론들에 따르면, 샤오미 홍미 시리즈의 품질은 갤럭시나 아이폰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다른 중국 스마트폰과 달리 ‘고급품(high end)’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가격은 20~30% 수준밖에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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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봤듯이 샤오미는 글로벌 자본주의와 중국 경제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는 훌륭한 매개체다. 1990년대 이후 급속히 변화된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는 샤오미 같은 신생 기업이 첨단산업에 뛰어들 수 있게 했다. 다른 한편 샤오미는 재고 관리, 판매 방법 등에서 혁신을 일으켜 글로벌 경제에 충격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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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총수출 가운데 외국 자본 몫이 47.3%

 

중국은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국가다. 그만큼 소비시장도 크다. 이런 시장에서 알리바바 등 중국 토종 인터넷 기업들은 사실상 독점력을 행사하고 있다. 다른 민간 기업이 성장하기 힘들뿐 아니라(중국 은행들은 민간 기업에 좀처럼 대출하지 않는다) 구글, 이베이, 페이스북 등 글로벌 인터넷 자이언트들은 중국 시장에 접근하기 힘들다. 텐센트의 모바일 메신저인 QQ는 미국 AOL의 ICQ를 모방한 것이지만 사용자 규모가 8억명에 달한다. 알리바바의 매출은 아마존과 이베이를 합친 것보다 많다. 더욱이 2000년대 들어 선진 자본주의 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침체되어 있는 가운데 중국은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성장을 가속화하고 이에 따라 시장도 계속 확대될 나라로 점쳐졌다. 이런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중략>

 

대다수 기업이 더 높은 곳으로 고도화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 경제는 “상향 보편화”된 중국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다 지쳐 나자빠질 수 있다. 중국 경제의 화려한 외양에 압도당하거나 질투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첨단산업 개발에 필요한 자금 조달, 기업 지배구조, 시장 규범 등에서 제도 개혁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