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과거 영국에서는 '양'이,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집'이 사람을 잡아먹는다

배셰태 2015. 1. 9. 18:06

집이 사람을 잡아먹는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 2015.01.09(금) 이태경

http://m.huffpost.com/kr/entry/6440438?utm_hp_ref=t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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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 옛날 인클로저 운동이 있었다. 16세기 영국에서 모직물 공업이 발달하자 양모가격이 폭등했다. 이에 현혹된 지주(젠트리)들이 자신이 소유한 농지 및 합병한 영세농의 농지 등을 양이 사는 목장으로 바꾸면서 울타리를 쳤디. 영세농들은 굶어 죽거나 도시빈민이 됐다. 유토피아의 저자 토마스 모어는 이런 참극을 보고 "전에는 사람이 양을 먹었지만 지금은 양이 사람을 잡아먹는다"라고 절규했다.

 

과거 영국에서 양이 사람을 잡아먹었다면,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집이 사람을 잡아먹는다. 분명 수도권의 주택가격은 2007년을 정점으로 하락과 정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집값이 수년 동안 변동이 없다해도 이자율과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집값은 경향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특히 서울을 필두로 하는 수도권의 집값은 너무나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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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부동산 공화국이라는 증거는 여럿이다. 2012년 말 현재 우리나라 가계가 보유한 부동산 가치는 약 5조 달러로 GDP 대비 436%에 달했는데, 이에 비해 미국은 18조5천억 달러로 GDP의 114%, 일본은 10조2천억 달러로 GDP의 171%였다. 우리나라의 가계자산 구조에서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75.1%로 미국(31.5%), 일본(40.9%), 영국(50.1%) 등 선진국보다 훨씬 높다는 점을 감안해도 이는 대단히 비정상적인 현상이라고밖에는 설명되지 않는다.

 

가히 세계 최고의 부동산 공화국이라 할 만하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박근혜 정부는 부동산 공화국이라는 발전모델을 탈피할 생각이 전혀 없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부동산 올인이고, 부동산 정책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집값 떠받치기다.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대한민국 특히 수도권의 주택 가격은 횡보하고 있다.

 

중산층과 서민들은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라는 정부의 강권에 떠밀려 집을 사려고 매매시장을 기웃거려 보지만 집값은 여전히 너무 비싸다. 주택가격 추가하락에 대한 두려움도 크다. 그렇다고 중산층과 서민들이 임차 시장에 머무는 것이 쉽지도 않다. 쉽기는커녕 매우 어렵다.

 

2일 KB국민은행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70%를 넘어섰다고 한다. 이는 KB국민은행이 집계를 시작한 1998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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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중산층과 서민들은 치솟는 임대가격과 여전히 높은 집값 사이에 끼여 죽어가는 중이다. 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이 감내하기 힘들 만큼 과중하다보니 중산층과 서민들은 다른 소비와 지출을 극력 꺼리게 된다. 중산층과 서민들은 높은 주거비 마련을 위해 인생과 현재와 미래를 저당잡히고 있다.

 

단언컨대 집이 사람을 잡아먹는 현실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 미디어오늘에도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