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에세이]창의적 사회를 위한 진통
미주중앙일보 2015.01.02(금) 최운화 유니티은행장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3080109
전쟁이건 기업경영이건 이기는 게 최고의 전략이다. 좋은 전략이었는데 졌다라는 말은 성립되지 않는다. 패배하면 나쁜 전략이고 이기면 좋은 전략이다. 결과론이다.
그런데 결과론은 자칫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심는다. 강박관념이 지배하면 대개 성취도가 높다. 기어코 해내는 감투정신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효율성도 높아진다. 한국 경제의 빠른 성장에는 강한 감투정신이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강박관념은 반칙을 해서라도 이겨야 한다는 유혹으로 연결되기 쉽다. 불법이나 비윤리적 방식의 승리자가 나올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억울하게 당한 상대는 불법적인 요소를 찾아내 고소를 한다. 그런데 고소도 힘이 센 자에게 당하기 어렵다. 비싼 변호사를 선임한 강자에게 시작부터 유리하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논리가 강조될 뿐이다.
이 같은 인식은 강자가 절대적으로 힘을 갖는 전제주의적 사회구조를 키우게 된다. 한국의 경제 기적에 개발독재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다. 그러나 승자에게 절대적 힘이 가는 사회구조로는 한국의 미래가 밝지 않다. 성숙 단계에 들어선 이후의 경제발전에 가장 중요한 창의정신이 죽기 때문이다.
성숙 단계 이전인 개발 단계에서는 일사불란의 정신이나 강한 명령체계와 같은 전제주의적 방식이 효과적이다. 하지만 일단 성숙 단계에 가고 나면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고부가 가치창조가 성장동력이 된다. 창의성은 인권존중과 상호배려라는 시민정신이 필수다. 빈부나 지위고하에 상관없이 참신한 아이디어가 인정받는 사회구조 없이 창의성은 살아날 수 없다. 시민정신이 상대적으로 높은 선진국에 창의성으로 성공한 신흥 창업가가 많은 이유다.
작년 말 한국에서 발생한 대한항공 회항사건은 바로 이러한 뿌리 깊은 전제주의적 통치구조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성공한 자가 법'이라는 식의 결과론이 빚은 전제주의적 통치구조에서 그 원인을 찾아 볼 수 있다. 결코 개인의 일탈로 비난할 일이 아니라 이런 구조에 젖어 있는 우리 모두가 청산해야 할 과거의 유물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은 부정적으로만 볼 일이 아니다. 민주화와 시민정신의 토대 없이 경제성장을 압축적으로 이루어 낸 한국사회의 전제주의적 기업문화가 청산되는 과정에서 표면화된 진통이라고 볼 수 있다. 예전에는 조작되거나 은폐될 수도 있을 사건이 이제는 감춰질 수 없다는 점에서 서로를 배려하며 사는 시민사회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창조경제는 시민정신 없이 이뤄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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