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나라 말 '관료천국'과 21세기 대한민국
한국경제 2014.12.05(금) 김동욱 기자
전통시대 중국은 관료의 나라였다. 관료에 의한, 관료를 위한 국가가 바로 중국이었다. 존 킹 페어뱅크에 따르면 청나라 말 중국은 관료제의 천국이었고, 에티엔 발라스는 중국을 ‘영원한 관료제 사회’로 묘사했다.
그리고 이 같은 관료제의 최상부에 진입하기 위해 중국의 지식인들은 ‘시험지옥(미야자키 이치사다)’이라 불리는 과거에 통과하기 위해 쓸모 없는 ‘시험용’ 팔고문만 몰두했다.
반면 거대 인구를 바탕으로 세계 최대 경제력을 유지하던 중국의 상업은 중세 이후 정체에 빠졌다. 청나라 말이 되면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뚜렷해졌다. 그리고 이 같은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은 원흉으로 흔히 관료제가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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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학자들은 이처럼 상인들이 지주신사와 관료에 종속돼 독자적인 확고한 지위를 확립하지 못한 데서 자본주의가 중국에서 번창하지 못했다고 진단한다. 그나마 관료로 대표되는 중국의 엘리트들은 중화문명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자만심에 빠져 변화의 필요성을 못 느꼈고 현실에 안주하려 했다.
이 같은 체제 하에서 ‘경제적 인간’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미 생산된 것 중에서 자신의 몫을 최대한 늘리는 자”였다. 혁신적인 기업가 정신보다는 관리에게 돈을 지불해 기존 시장을 통제하는 독점이라는 ‘지름길’을 택하는 게 합리적이면서도 선택 가능한 대안이었다.
이를 두고 페어뱅크는 “중국의 전통은 보다 나은 쥐덫을 만드는 게 아니라 쥐에 대한 공인된 독점권을 얻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그나마 관료제도 제도화된 ‘수탈’을 통해 유지됐다. 예산과 회계는 불투명했고, 관료들은 강탈이나 오늘날 ‘체계적인 부정’이라고 부를 행동에 의존해 생활을 꾸렸다. 상관에게 ‘선물’을 올리는 것은 관습이었고 자연스런 일이었다. 고위 관직은 자연스럽게 축재(蓄財)를 의미했다.
공공기관에선 ‘낙하산’논쟁이 끝없이 이어진다. 공직 청렴도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매년 발표하는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 평가에서 한국은 올해 100점 만점에 55점이라는 낙제점을 받았다.
상당부분 ‘관료 천국’이라 불리는 사회의 부작용들이 본격적으로 불거지는 것은 아닌가 싶다. 관료를 위한 세상을 만들었다가 태평천국의 난 등으로 무력하게 무너졌던 청나라 말의 역사가 절로 오버랩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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