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 vs 정의 vs 자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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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대 정치학과 교수인 마이클 샌델이 2010년, 자신의 강의를 바탕으로 집필한 `정의란 무엇인가`는 국내에서 인문서로는 8년 만에 처음으로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습니다. 경제·경영서나 자기계발서를 제치고 `정의`와 `정치철학`이 화두가 된 데에는 그만큼 우리 사회가 갈증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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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2014.10.29(수) 정승안 동명대 자율전공학부 교수
사회생활의 어떤 모습을 설명하려는 다양한 시도와 논의들을 사회과학에서는 '사회이론'이라고 한다.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수치와 통계로 표현되어야만 하는 현대 사회에서 인간의 삶과 일상을 설명하는 논리들은 겉모습에만 주목하기 마련이다. 우리가 인간의 사회적 삶에 대한 설명을 동양고전의 지혜와 사회사상의 흐름이라는 맥락에서 파악하고자 하는 노력을 멈출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상에서 '돈'의 비중은 동서고금 동일
사람들은 누구나 부자 되기를 소망하며 꿈꾼다. 돈에 살고, 돈에 죽고, 돈 때문에 돌고 도는 현대 사회는 오늘도 쉼 없이 이어진다. '돈'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물건의 등가적인 교환을 위한 교환가치의 하나일 뿐이었던 화폐는 자본주의사회에서 물신숭배의 대상으로 부상하였다.
이에 대해 독일 사회학자 게오르그 짐멜은 돈이 유통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돈을 통해 나타나는 현대문화의 심층적인 구조와 의미를 살펴볼 수 있다고 한다. 다양한 교환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욕망과 욕망의 대립'과 같은 사회관계가 화폐에 투사되어 객관문화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돈은 생명을 연장하는 주요 수단이자 사회적 지위향상의 도구로 기능한다. 반면에 돈의 없음은 또 다른 일상의 빈곤과 비참함을 상징한다. 이렇듯 돈이 삶과 일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동서고금에서 공통적인 면모를 보인다.
동양의 사회사상가 맹자는 "부는 그 집안을 풍요롭게 하고 덕은 그 자신을 윤택하게 한다(富潤室 德潤身)"고 언급하며 물질적 부의 중요성에 주목하였다. 같은 맥락에서 "한 집안의 풍족함은 일 천 집안의 원망이며 잠깐의 공명은 백대의 허물이다(一家飽暖千家怨 半世功名百世愆)"라는 옛사람의 말씀이 이어져 오는 것을 보면, 모든 분란과 재앙의 원인에는 이익을 추구하며 생명을 돌보지 않는 부의 태도가 개입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맹자는 '정치가 무엇이냐?'는 제선왕의 물음에 다음과 같이 답한다. "일정한 살림이 없어도 변하거나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가지는 것은 오직 뜻있는 선비만이 가능한 일입니다. 백성들은 항산이 없으면 따라서 항심이 없게 됩니다." 일정한 소출이 없으면 그 마음도 한결같기가 어렵다(無恒産 無恒心)는 논리다. 결국 인간의 삶에서 보편적인 먹고사는 기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내몰리게 되면 민초들은 도덕적인 삶에 대한 지향과 항심을 지킬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위정자가 지켜야 할 만고불변의 원칙은 여기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최근 대형마트 비정규직 직원들이 부당해고에 맞서면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 '카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tvN의 '응답하라' 시리즈나 '미생'과 같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과 일상을 담아낸 드라마와 영화가 연이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화려한 매스미디어의 이면에서 대접 받지 못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과 일상을 소재로 하는 드라마가 시대공감을 이루기 때문일 것이다.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 즉 "우리는 항상 을입니다"라는 문구는 회사와 정규직 직원들의 갑(甲)질이 얼마나 '숭악'한지를 극명하게 보여 준다.
비정규직 '을(乙)' 일상 담은 소재 '시대공감'
그러나 이는 결코 영화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100명이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해고하는 대기업과 자본의 사례는 MBK-맥쿼리나 LG유플러스, 코오롱, 기륭전자에 이르기까지 잘 드러나 있다. 바로 우리 민초들이 일상적으로 당면하고 있는 현실의 문제이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임시직은 670만 명에 이른다. 전체 노동자의 35%가 비정규직이다. OECD가입국 중 정규직 이동률도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비정규직과 기간제, 하청화를 중심으로 구조화되어 가는 사회시스템은 극단적인 양극화의 늪으로 서민들의 삶을 밀어 넣고 있다. 이렇게도 심각한 삶의 불안정성과 일상화된 위기를 경험했던 시대가 있었을까?
사회 전체가 노동자를 일용직화, 소모품화, 수단화하고 있는 오늘의 현실은 맹자가 언급한 '무항산 무항심'의 경구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민초들에게 최소한의 안정적인 일거리와 먹을거리를 담보하기를 회피하는 국가와 기업은 절대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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