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청년의 좋은 일자리 기준...고정관념 깨는 사회인식 형성해야

배셰태 2014. 10. 21. 15:55

[부일시론] 좋은 일자리의 기준이 궁금하다

부산일보 2014.10.21(화) 전혜숙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선임연구원

http://m.busan.com/m/News/view.jsp?newsId=20141021000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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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신입사원 채용 철이 돌아왔다. 사회 진출을 위해 실력을 갈고닦은 청년들이 채용 시험과 면접을 치르느라 분주하다. 그런데 지난해 이맘때 취업한 신입사원들 중 많은 이들이 다니던 회사에 휴가를 내고 삼성 입사의 관문인 삼성직무적성검사(SSAT)를 보러 가는 등 신규채용의 문을 다시 두드린다고 한다. 청년들은 직장을 좋은 직장과 나쁜 직장으로 구분하는 경향이 있다.

 

자녀 취업 때까지 부양 부모세대 노후 빈곤

 

정년이 보장된 공공기관, 복리후생제도가 잘 구비된 대기업은 대체로 좋은 직장으로 여겨진다. 대학졸업 예정자 중 상당수가 대기업 혹은 공공기관에 취업하기를 희망한다. 좋은 직장에 취업하면 집안뿐 아니라 학교에도 자랑거리이다. 좋은 일자리 찾기에 실패한 청년들은 눈높이를 낮춰 취업할지 아니면 부모에게 계속 의존하면서 취업준비를 할지 선택해야 한다.

 

자녀를 언제까지 부양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대체로 학교 졸업까지라는 비율이 가장 높지만, 취업할 때까지 부양해야 한다는 비율이 매년 높아지고 있다. 주변에서도 자녀가 흔히 말하는 좋은 일자리에 취업하기를 기대하며 졸업 후에도 생활비를 지원하고 취업을 유예해 주는 부모가 늘고 있다. 취업 준비를 뒷바라지하는 부모의 모습은 몇 년 전 좋은 대학에 진학시키려 뒷바라지하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좋은 대학 진학이 미래를 보장할 것이라는 환상에 한 번 속았지만, 또다시 좋은 직장 취업으로 보장 받으려는 마음을 버릴 수 없다. 그러나 자녀 부양기간을 늘릴수록 노후준비를 못하게 되어 부모세대까지 빈곤해질 수도 있다.

 

청년들이 좋은 직장을 찾기 위해 취업을 유예하는 동안 부산의 많은 중소기업은 신규 인력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청년의 좋은 일자리에 대한 기대수준은 대기업과 공공기관 수준으로 높아져 있어서 지역 중소기업이 제공하는 근무조건과 근무환경에 만족하지 못한다. 최근에 만난 20대 여성은 연봉 3천600만 원 수준의 대기업들에 채용 시험을 보았지만 모두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눈높이를 낮춰 연봉 2천만 원의 직장으로부터 합격 통보를 받았지만 그 자리에 취업을 해야 할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최근 조사에서 부산지역 청년여성의 초임 평균 월급이 140만 원대로 나타난 데 비해 이 여성이 제시 받은 임금은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이런 일자리에 취업하기 위해 대학 시절에 해외 연수도 하고 그렇게 투자했나 싶어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말이 와 닿았다.

 

일자리 중 10% 남짓밖에 안 되는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근로기준이 청년들의 좋은 일자리에 대한 기준을 왜곡시키고 있다. 그런데 좋은 일자리라는 대기업에 취업한 청년들도 1년 6개월 만에 30%가 그만뒀다는 사실은 과연 어떤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인지 궁금하게 만든다.

 

좋은 일자리의 기준이 무엇일까. 국제노동기구(ILO)에서는 괜찮은(decent) 일자리를 '자유, 공평, 안전,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조건에서 남성과 여성 모두 사회적 기준에 맞는 생산적 노동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라고 정의한다. 이를 측정 가능한 개념으로 변환하면 적절한 임금과 시간, 노동의 보장과 지속성, 일과 생활의 조화, 공평한 처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좋은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민선 6기 부산시정 공약계획에서는 좋은 일자리를 '고용보험, 산재보험에 확실히 가입하고 1년 이상 고용을 유지하는 일자리'라고 정의한다. 경제적으로는 임금, 사회적으로는 직업 위세, 심리적으로는 만족도를 기준으로 관점에 따라 좋은 일자리는 다르게 인식된다. 임금, 사회적 위상, 만족도 세 가지 관점을 모두 충족시키는 일자리는 매우 드물다. 오히려 어느 한 관점이라도 충족되면 일을 계속하는 힘으로 충분히 작용한다.

 

좋은 일자리 고정관념 깨는 사회인식 형성해야

 

청년들이 좋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주변의 일자리를 거부하는 사회상을 보면 좋은 일자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정부가 좋은 일자리 창출 정책을 펴기 위해서는 노사정이 공감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좋은 일자리에 대한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고 적절한 임금과 시간, 노동의 보장과 지속성, 일과 생활의 조화, 공평한 처우 등 일자리의 기본요건들을 튼실하게 갖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좋은 일자리의 요건을 갖춘 사업장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홍보로 좋은 일자리가 다수를 차지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