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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챗' 메신저, 대중의 아이디어가 세상을 움직인다

배세태 2014. 10. 15. 21:26

[이준정의 미래탐험] 대중의 아이디어가 세상을 움직인다

이코노믹리뷰 2014.10.14(수) 이준정 미래탐험연구소 대표

http://m.econovill.com/articleView.html?idxno=221451

 

오바마 대통령의 2013년 취임식을 중계하던 방송카메라에 흥미로운 한 장면이 포착됐다. 연단에서 취임식 안내가 한참 진행 중인데 오바마 대통령은 물론이고 대통령의 가족 그리고 주변의 많은 귀빈이 고개를 숙이고 열심히 스마트폰 화면을 보면서 채팅을 하고 있는 장면이었다.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나서부터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일상생활 속에서 세상 사람들의 시선을 스마트폰 화면이 빼앗아 버렸다. 또 사람들은 서로 셀카(selfie)를 찍으면서 만남의 추억을 교환하려 한다. 교황도 미 대통령 도 권위를 내려놓고 대중과 셀카를 찍는 시대다. 명사(名士)와 일반 대중의 호기심이 비슷해졌다. 권력이 분산되고 대중의 아이디어가 세상을 움직이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최근 ‘카카오톡’ 대화내용을 검찰이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수사팀’을 신설하여 검열한다고 말하자 많은 누리꾼이 안전한 해외 메신저로 ‘사이버 망명’을 하고 있다. 뒤늦게 검찰이 “카카오톡은 들여다보지 않는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한번 터진 댐 구멍은 막을 길이 없다. 그 때문에 모든 대화가 암호화로 보호된다는 러시아 메신저 ‘텔레그램(Telegram)’이 인기다. 당장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다운로드 순위 1위를 기록했다. 텔레그램은 비밀 대화기능을 이용하면 해당 대화내용이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자동으로 삭제된다. 카카오톡 측도 모든 대화기록의 저장기간을 2~3일로 줄이면 검찰에 자료를 제공할 시점엔 대화 내용이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쉽사리 진정될 것 같지 않다.

 

기술적으로 차단이 불가능한 메신저가 등장했다

 

또 다른 메신저인 ‘파이어챗(FireChat)’은 인터넷 접속이 안 된 상태에서도 휴대폰끼리 메시지나 이미지를 보낼 수 있는 앱이다. 사용자가 폭주하여 무선 인터넷이나 이동통신망이 불통되는 경우에 대비해서 만든 앱이다. 즉, 재난현장, 야외 음악공연, 스포츠 경기장, 놀이공원, 관광지, 축제, 대형 콘퍼런스, 대형 전시회장, 해상 선박 내, 대규모 군중행사 중에도 서로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공개 토론용이다. 파이어챗이 이동전화통신망이나 와이파이 인터넷 망을 이용하지 않고도 휴대폰끼리 메시지를 전해줄 수 있는 이유는 ‘블루투스 기술’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블루투스 기능이 있는 휴대폰끼리 모여서 메시(mesh) 네트워크(연결망)를 만든다. 한 대의 휴대폰이 받은 메시지를 다시 주변의 다른 휴대폰에 자동으로 전달해 줌으로써 여러 대의 휴대폰이 하나의 망을 형성하게 된다. 메시 네트워크에서 휴대폰들은 노드(node) 역할을 한다. 각 메시 노드들은 징검다리를 건너온 메시지를 블루투스가 허용되는 거리 안에 있는 다른 무선 노드까지 전달해 준다. 이런 식으로 일단 망이 형성되면통신기능이 계속 살아 있게 된다. 어떤 통제기관도 이를 기술적으로 차단하지 못한다. 이 메시 네트워크 기능은 현재의 모바일 인터넷 공간이 갖는 단점들을 해소하고 새로운 용도의 가능성을 지닌다.

 

지난 3월 대만 의회건물이 학생 데모대에 의해 3주 동안 봉쇄된 적이 있다. 중국과의 무역협정 논쟁 때문이었다. 30만명의 시위대가 거리를 점령했고 수백명이 정부각료 사무실 안에서 데모를 했다. 친(親) 북경 대만정권은 인터넷을 차단하고 이들이 뭉치는 걸 방해하려 했다. 하지만 때마침 등장한 새로운 메신저 파이어챗이 상황을 어렵게 했다. 이 앱을 개발한 샌프란시스코의 오픈 가든(Open Garden) 측에 의하면 앱 공개 3일 만에 대만에서 다운로드 넘버원 앱이되었다고 한다. 광역 인터넷 망이 필요하지 않은 메시 네트워크 기술이 최초로 적용된 사례다.

 

 

홍콩 반정부 시위대의 힘은 ‘파이어챗’ 메신저에서 나온다

 

<중략>

 

메시 네트워크는 ‘풀뿌리형 네트워크’다

 

몇 군데 집중화된 접촉점이나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를 기반으로 한 지금의 인터넷에 비하여 메시 네트워크는 많은 장점이 있다. 이 기술이 아직은 태동기지만 메시 네트워킹은 오래전부터 인터넷 기술자들이 추구해온 소통모델이다. ‘파이어챗’은 그런 면에서 중요한 시발점을 가동시킨 셈이다. 이 기술이 다양하게 활용되면 인터넷의 활용영역은 기하급수적으로 확장된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누구나 애드혹(ad hoc) 네트워크 기반을 자동으로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통신회사와 같은 중앙 거점을 통하지 않고도 서로 컴퓨터나 휴대폰을 연결해서 무선으로 많은 일을 함께 할 수 있게 된다.

 

자연재해의 구호활동이나 정치적인 저항운동뿐만 아니라 인터넷 망이 아직 구축되지 않은 낙후된 지역에선 인터넷 연결망을 가동시킬 수 있다. 실제로 인도에서 ‘파이어챗’이 인기인데 그 이유는 인터넷 연결망이 드문드문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파이어챗은 인터넷 망이 발달하지 않은 인도지역에선 안성맞춤인 기술이다. 인도에는 현재 50만 여개의 채팅방이 상시로 열려있다. 인터넷 망이 깔리지 않았어도 파이어챗을 이용하면 훌륭한 메시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사람들에게 값싸고 효율적인 소통수단이 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인터넷 형태로 다양한 기능이 발전할 수도 있다. 특히 온라인 사생활이나 익명성이 보장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메시 네트워킹은 온라인 비밀유지 수단이 될 전망이다. 중앙의 통제를 받지 않고 폐쇄된 P2P소통으로 강력한 보안체계가 가능해진다. 누가 메시 네트워크에 접속되어 있는지도 알 길이 없다. 메시 네트워크는 인터넷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메시 네트워크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알아내기 위해선 그곳에 직접 접속해야만 한다.

 

메시 네트워크가 중요한 점은 사람들이 스스로 커뮤니티를 구성해서 참여자들과 자원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폐쇄된 커뮤니티만을 위한 커뮤니티 운영이 가능하다. 지금은 통신업자 등과 같은 제3자가 제공한 인터넷 기반에 의존하지만 메시 네트워크는 참여자들이 스스로 구축한 풀뿌리 기반에 의존한다. 특히 어느 한 사람이 자원을 독점하지 않고 참여자 모두가 자원을 내놓고 공유하는 형식이다. 네트워크 참여자들이 더 이상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중앙통제도 필요 없다. 전통적인 톱다운(top-down) 형식의 중앙통제 거버넌스의 대안이다. 대중이 커뮤니티를 구성해서 메시 네트워크로 성장시키고 지역에 분산된 메시 네트워크들을 서로 연결시킨다. 인터넷도 대중의 아이디어들로 발달하는 새로운 인터넷 민주화가 시작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