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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 0' 고장난 자본주의 종말…교환경제→'비용 0' 공유경제

배셰태 2014. 10. 10. 01:23

'이윤 0' 고장난 자본주의 종말…'비용 0' 공유경제로

이데일리 2014.10.09(목) 오현주 기자

http://me2.do/xmaXqUWC

 

- 제러미 리프킨 경제 새 패러다임

- 기술혁신 경쟁 생산비용 낮춰

- 상품팔아 이윤얻는 자본주의 쇠퇴

- 사물인터넷 활용 '협력적 공유사회' 제시

- "소상공인 수백만명 뭉쳐야 생존"

- ………………………………………

- 한계비용 제로 사회

- 제레미 리프킨|584쪽|민음사

 

<중략>

 

사례 1. 부르주아 사회의 도래를 알린 3대 발명품은? 화약과 나침반, 인쇄기. 화약은 기사계급을 날려버렸고 나침반은 세계시장을 찾아냈으며 인쇄기는 프로테스탄티즘의 도구가 됐다. 이들 모두는 과학이란 이름 아래 새로운 산업의 부흥수단으로 쓰였다.

 

사례 2. 전기동력의 탄생으로 두 가지가 해방됐다? 가죽벨트와 라인샤프트 얘기다. 각 기구에 자체 모터를 붙일 수 있게 된 덕이다. 기계류는 작업순서에 따라 일렬로 배열됐고 속도는 배가됐다. 현대 산업이 태동된 ‘줄’이다.

 

사례 3. 최대치로 끌어올렸더니 되레 ‘제로’가 돼 버린 생산성을 일으킬 방책은? 사물인터넷이다. 사람이 사용하는 모든 물건에 컴퓨터를 내장해 데이터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신경망’. 무엇보다 개인 일상에 드라마틱한 반전을 만들어낸 점에서 특별하다. 지금껏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영역이 보안시스템이니. 집이든 사무실이든 상점이든 센서만 연결하면 작동을 시작한다. 생산을 직접하진 않는다. 하지만 파급력이 최대치란 점에서 대단히 직접적이다.

 

눈썰미로 알아챘겠지만 사례 1·2·3의 키워드는 산업혁명이다.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대목은 당연히 세 번째. 속성 때문이다. 연결만 했을 뿐인데 효율성 회복은 물론 생산과 유통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낮출 수 있다. 3차 산업혁명이 곧 사물인터넷이란 등식이 성립하는 이유다. 유심히 봐야 할 것은 촉발된 형태가 기존 산업과는 다른 ‘P2P’라는 데 있다. 결국 이 혁명 아래선 수백만의 소규모 사업자가 뭉쳐야 살아남는 수평구조여야 한다.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이 다시 ‘종말’을 꺼냈다. 이번엔 ‘자본의 종말’이다. ‘노동의 종말’ ‘소유의 종말’에 이어 날린 결정적 한방이다. 그간 자본주의 위기를 키워드로 걸러냈던 리프킨의 완전체적 진단이라 할 만하다. 거칠게 살핀 과정은 이렇다. 자유시장의 경쟁적 기술혁신이 생산에 필요한 한계비용을 어느 순간 제로 수준으로 낮춰버렸다. 이로 인해 상품을 팔아 이윤을 남기는 자본주의 기업의 존립 근거는 매우 흐려졌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가. 재화를 품는 방법을 바꾸는 수밖에. 소유중심의 교환가치에서 접속중심의 공유가치로 옮겨가는 거다. 누구보다 리프킨 자신이 부여한 의미가 대단하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등장 이후 최초로 출현한 경제패러다임이란 것. 도대체 그 확신의 근거가 뭔가.

 

▲고장 난 자본주의의 원인은 ‘이윤 제로’

 

리프킨 단언의 바탕엔 ‘자본주의는 고장나게 돼 있다’는 지론이 깔려 있다. 자본주의를 키운 핵심인 이윤이 ‘제로’로 떨어지는데 어쩌겠냐는 거다. 자체 모순 탓이다. 자본주의의 추진력이란 게 열악한 효율성을 높여 생산성을 향상하는 데 있지 않나. 그러나 계속 부추겨온 생산성이 최고점에 달하자 판매를 위해 생산하는 제품의 추가단위가 한계비용 제로로 생산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한계비용은 재화나 서비스를 한 단위 더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추가비용. 이 비용이 제로라면 재화나 서비스가 거의 공짜처럼 공급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가격까지 제로에 가까워져서 시장교환도 어렵게 된다. 일찍이 주류경제학자도 내다보지 못한 ‘극단적 생산성’이다.

 

▲패러다임 다시 바뀐다…교환경제→공유경제

 

하지만 이 지점에서 리프킨의 우려는 없다. 이미 바뀌고 있는 패러다임을 봤기 때문.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하이브리드 경제다. 낡은 자본주의에 협력적 공유사회의 개념이 덮인 형태를 말한다. 마치 교환경제와 공유경제가 한판 대결을 벌이는 듯한 이 같은 구도는 리프킨의 의도다. 소소한 물건부터 시작해 자동차·주택에까지 벌써 공유의 형태는 판을 키우고 있지 않느냐고 했다.

 

협력적 공유사회의 축은 사물인터넷으로 세웠다. 리프킨이 끝까지 쥐고 있는 기술트렌드의 통찰이 그것이다. 사물인터넷이 2차 산업혁명을 이끈 전기의 파괴력에 버금갈 거라고 확언했다. 그에 따르면 2030년쯤 100조 개가 넘는 센서가 전 세계 구석구석으로 확산된다. 이후 2050년 즈음엔 사물인터넷과 결합된 공유경제가 교환경제의 자본주의를 완전히 밀어낸다.

 

▲3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풍요의 미래는?

 

그러니 내친김에 사물인터넷 플랫폼을 적극 도입해 ‘한계비용 제로 사회’로 가는 것이 방법이란다. 그럴듯한 신기술도 무기로 쥐었다. 3D 프린팅이다. 전통적인 공장제조는 원료를 삭감하는 과정이었다. 반면 3D 프린팅은 ‘첨가해서 완성하는’ 정보화제조. 여기선 삭감하는 재료의 10%만 필요할 뿐이다. 대량생산용으로 설계된 값비싼 고정생산라인이 도저히 따를 수 없는 기동성도 갖췄다.

 

진한 장밋빛을 띤 리프킨의 그림은 부서지고 망가질 걸 우려하느니 풍요의 미래가 내놓을 달콤한 열매를 기대하라는 메시지로 읽힌다. 다만 전제가 있다. 2차 산업혁명이 펼친 노을에선 어서 빠져나오라는 것. 그 끝을 부여잡고 줄어드는 경제기회, 둔화하는 GDP, 증가하는 실업률 등에 묶여 허덕일 필요가 없다고 경고한다. 투자도 긴요하다. 역사 속 거대한 경제혁명들도 결국 인프라 혁명”이었던 점을 잊지 말라고 이른다.

 

..이하 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