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공유·사회적 경제外

‘삼성전자 충격’ 번지는데 ‘창조경제 간판’ 어디 갔나

배셰태 2014. 10. 7. 23:20

[사설] ‘삼성 충격’ 번지는데 ‘창조경제 간판’ 어디 갔나

세계일보 2014.10.07(화)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22&aid=0002719893

 

삼성전자 영업실적이 1년 만에 반 토막이 났다. 삼성전자가 어제 발표한 3분기 영업이익은 4조1000억원이었다. 작년 같은 분기 10조1600억원보다 60%나 급감한 수치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며 상승가도를 달리던 일등 간판기업이 3년 전 수준으로 추락한 것이다. 삼성의 실적 악화가 ‘추락하는 한국 경제’와 맞물려 있으니 이런 적신호도 없다.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는 영업이익의 70%를 차지하는 스마트폰의 판매 부진이 주된 원인이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중저가 스마트폰에서 샤오미·화웨이 등 중국 제품에 치이고, 고가 스마트폰에서는 최근 애플의 대화면 아이폰6에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다. 고객 기호에 맞는 신제품 개발이 쳇바퀴를 돌면서 샌드위치 위기를 맞은 측면이 있다.

 

삼성전자의 상황은 한국 경제의 거울과도 같다. 샌드위치 상황은 삼성전자만의 현상이 아니다. 주력 수출품인 전자, 자동차, 철강, 조선 등 어느 하나 성한 것이 없다. 우리 경제가 작금에 처한 상황은 위기 국면이다. 중국은 자본력과 첨단기술로 우리 기업을 맹추격하고 일본은 엔저의 날개를 달고 비상한다. 세계 1위를 자랑하던 조선업은 일본의 부활과 중국 추격의 틈새에 끼어 기진맥진하고 있다. ‘세계 빅3’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올 들어 대규모 적자에 직면했다. 고속성장을 해온 현대차도 엔저를 앞세운 일본 기업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한다. 그간 성장의 과실에 취해 기술과 제품 혁신을 게을리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문제는 참담한 상황이 단시일 내 끝날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더 많은 난관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최근에는 ‘슈퍼 달러’와 ‘엔저’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샌드위치 환율’에 따른 최악의 상황이 우리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달러 강세로 국내 달러가 해외로 빠져나가고, 엔화 약세로 수출기업은 타격을 받고 있다.

 

선진국과 후발국 사이에 끼어 오도 가도 못하는 ‘샌드위치의 늪’을 탈출하려면 기술 혁신을 통해 성장동력을 키워 나가는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 중인 창조경제가 나아갈 길이다. 하지만 정부 출범 후 요란하던 창조경제는 지금 기억조차 가물가물해지고 있다. 그 흔한 구호조차 들리지 않는다. ‘창조의 횃불’에 다시 불을 붙이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삼성의 충격이 보여준 교훈은 너무도 자명하다. 과거의 생각, 묵은 관행으로는 결코 새것을 창조할 수 없다. 기초과학 육성에서부터 기술혁신, 산업 간 융합, 창업생태계 재구축, 교육개혁에 이르는 사회 전반의 시스템과 체질을 혁신해야 한다. 국민, 기업, 정부, 정치권의 인식도 바꿔야 한다. 뼈를 깎는 각오로 지금 개혁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의 내일은 기약하기 힘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