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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종말과 협력적 공유사회 도래

배셰태 2014. 10. 7. 22:56

자본주의 종말과 협력적 공유사회 도래

한겨레 2014.10.05(일) 허미경 기자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28&aid=0002248419

 

한계비용 하락으로 재화 무료

수평적 네트워크로 독점 붕괴

 

<중략>

 

한계비용 제로 사회

제러미 리프킨 지음, 안진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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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비용 제로 사회>는 자본주의의 몰락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으며 새로운 사회의 전망이 이미 자본주의 안에서 꿈틀거리고 있다고 말하는 책이다. 1~2세기 전,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주장이 아니다. 과학기술이 사회와 경제, 환경과 인간에 미치는 영향을 천착해온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68)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 최고경영자과정 교수가 2014년판 따끈한 신작에서 내놓은 예견이다.

 

“지금 우리는 경제의 패러다임이 전면적으로 바뀌는 변혁의 초기 단계에 있다.” “자본주의 시스템은 막을 내려 가고 그 대신 협력적 공유사회가 부상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새 사회, ‘협력적 공유사회’는 우리가 먹고 살고 누리는 패러다임 자체의 전환이다. 자본주의 사회가 이윤 추구와 독점, 수직적 위계로써 작동한다면, 협력적 공유사회는 공존과 협업, 수평적(민주적) 네트워크에 기반한다. 시장은 네트워크에 자리를 내주고 소유권은 접근권보다 중요성이 약해지며, 탐욕적인 사익 추구는 공익에 따라 억제되고 지속 가능한 양질의 삶이라는 새로운 꿈으로 대체된다. 기업가 정신은 사회적 책임과 더는 충돌하지 않으며 외려 같은 말이 된다.

 

언뜻 유토피아의 상상 같지만, 리프킨은 “무료에 가까운 재화 및 서비스”를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협력적 공유경제가 이미, 프로슈머(직접 생산하는 소비자)와 3디(D)프린팅, 피어투피어(P2P) 네트워크,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대안화폐, 재생에너지, 비영리부문 통해 우리 경제생활에 깊이 들어와 있다고 말한다.

 

자본주의 몰락은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한계비용’이 점점 제로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불가피하다는 게 리프킨의 생각이다. 기술 발전으로 생산성이 최고점에 달함에 따라, 재화·서비스를 한 단위 더 생산하는 데 드는 추가 비용, 곧 한계비용이 제로 수준이 되어 상품 가격을 거의 공짜로 만드는 상황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지디피(GDP·국내총생산) 성장이 점점 둔화하는 것이 그 징후다. 글로벌 지디피는 앞으로 성장 둔화를 넘어 계속 줄어든다. 상품이 제로대 한계비용으로, 거의 무료로 생산되는 부문이 늘어나면서 기업의 이윤은 축소되고, 또 많은 재화·서비스가 거의 무료가 되면서 시장에서 구매행위가 줄어든다. 협력적 공유사회는 그가 보기에 ‘한계비용 제로 사회’가 빚어낼 가까운 미래다.

 

앞으로 2050년 무렵이면 자본주의는 쇠퇴하고 협력적 공유사회가 경제생활을 조직하는 지배적인 모델로 뿌리내린다고 그는 예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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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러미 리프킨은 앞으로 25년 뒤에는 난방·가전품·자동차 사용뿐 아니라 각종 경제활동을 하는 데 사용하는 에너지가 대부분 무료에 가까워진다고 말한다. 원료 자체에 비용이 드는 화석연료·원자력발전과 달리, 태양열과 풍력·지열 발전은 고정비용이 1~8년 안에 회수되어 에너지 생산에 드는 한계비용이 제로에 가까워진다. <한겨레> 자료사진

 

그 기술적 기반이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플랫폼이다. 21세기 ‘스마트 인프라’다. 사물인터넷은 주택과 기계·사업체·차량·에너지를 비롯해 인간이 쓰는 거의 모든 장치·기기에 센서를 연결할 수 있다. 2013년 그것에 연결된 센서는 35억개에 그쳤지만, 2030년이면 100조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국제인터넷표준화기구가 개발한 새 프로토콜(IPv6) 덕에 아이피 주소가 340조개로 확대됐다. 앞으로 10년간 인터넷에 접속하리라 추정되는 2조개의 장치에 부여하고도 남는다. 에너지에서 물류·커뮤니케이션까지, 거의 모든 인간과 사물이 하나의 네트워크에 연결된다는 이야기다.

 

기업들은 상품을 한계비용보다 높은 값에 팔기 위해 독점을 유지하려 애쓰지만, ‘사물인터넷 인프라 망’ 덕분에, 공익을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들이 기존 자본주의적 거대 기업의 시장 독점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글로벌 네트워크에서 대중들이 제로 수준의 한계비용으로 협업에 나서면 어떤 독점 체제든 무너질 수밖에 없다.”

 

사물인터넷 인프라의 관리·통제를 둘러싼 싸움에서 이른바 협력적 공유사회 진영이 이길 수 있다고 리프킨은 보는 듯하다. 그의 예견은 지나친 낙관론으로 비치기도 한다. 모든 것이 연결되고 투명해지는 사회는 사생활의 종말, 빅브러더의 디스토피아로 귀결되진 않을까? “글로벌 네트워크 상에서 모든 사람과 사물이 연결되면 인류는 현대성을 정의하는 특징인 사생활의 시대에서 벗어나 투명성의 시대로 접어든다.” 리프킨은 역사 이래 사생활이 생득권이었던 적은 없으며 사생활 개념 자체가 실은 자본주의적 소유관계에서 나온 것임을 상기시킨다.

 

리프킨은 2010년 작 <공감의 시대>에서 인간은 ‘공감하는 존재’(호모 엠파티쿠스)이며 공감능력의 확장을 통해서 문명을 진전시켜 왔다고 설파했다. 2012년 <제3차 산업혁명>에선 재생에너지와 인터넷 기술의 결합이 3차 산업혁명을 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한계비용 제로 사회>는 호모 엠파티쿠스들의 3차 산업혁명이 빚어내는 새 사회의 그림인 셈이다.

 

리프킨의 말대로라면, 우리는 지금 자본주의의 황혼을 살고 있다. 극심하게 인간을 소외시키고 개인을 착취하는 이 체제를 대체하고, 민주적인 네트워크 속에서 양질의 삶을 사는 사회가 가능하다는 그의 낙관이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인가. 분명한 건 인류가 어떤 대응을 하느냐에 달렸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