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2014.10.05(일)
휴대전화 보조금을 새롭게 규제하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된 지 1주일을 맞았다. 무법천지나 다름없는 보조금을 투명하게 바꿔 소비자에게 골고루 요금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게 법 취지다. 그러나 막상 시행되고 나니 시장의 반응은 정반대다. 통신사들은 보조금이 줄어 이득을 보는 반면 소비자들은 보조금이나 요금 할인 혜택을 전혀 누리지 못하는 엉뚱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휴대전화 고객들이 “전 국민의 호갱화(호구 고객을 지칭하는 말)”라고 비아냥대는 이유다.
이동통신시장은 그간 고객 유치전이 가열되면서 각종 탈·편법이 난무했다. 깜짝 이벤트라는 이름으로 심야시간에 100만원짜리 휴대전화가 10만원대에 팔렸다. 이 같은 혜택이 젊은층 일부 고객에게만 돌아가는 데다 업체 간 과열 경쟁도 문제였다.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보조금을 27만원에서 30만원으로 올리되 지급 내역을 공개토록 했다. 이를 어기면 통신사뿐 아니라 일선 대리점도 과태료를 물도록 법을 바꿨다. 싼 요금제를 선택한 고객도 통신비 할인 혜택을 받도록 선택권을 넓힌 것도 눈에 띈다. 보조금 경쟁 대신 요금 경쟁을 유도해 통신비 부담을 줄이는 게 근본 취지다.
하지만 단통법 도입 이후 소비자 혜택은커녕 통신사들 집안잔치로 전락했다. 통신사들이 최신 단말기를 구입하는 고객에게 주는 보조금은 15만원 안팎으로 법정 보조금의 절반 수준이다. 과거 60만~70만원의 보조금 경쟁을 벌였던 점을 감안하면 통신사들은 앉은 자리에서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줄인 셈이다. 반면 통신비 할인 혜택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꿩 먹고 알 먹기인 반면 소비자들은 공연히 부담만 늘어난 꼴이다. 이런 단통법이라면 굳이 존재할 이유가 있을지 모를 일이다.
이 같은 부작용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애초 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업체들의 보조금을 따로 공개하는 분리공시제를 도입하려다 막판에 무산된 게 주된 이유다. 요금 경쟁을 유도하려면 이제라도 분리공시제를 다시 도입해야 한다. 무엇보다 단말기 업체들의 가격 거품빼기와 함께 통신사들의 요금 인하 노력이 절실하다. 우리 가계의 통신비 부담은 월 16만원에 육박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통신사들도 보조금 타령만 할 게 아니라 요금 경쟁으로 자기 실력을 인정받아야 한다. 연간 수조원의 이익을 내면서 언제까지 통신비 부담을 나 몰라라 할 일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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