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이준정의 미래탐험] 미래는 상상의 공간이다

배셰태 2014. 9. 4. 21:29

[이준정의 미래탐험] 미래는 상상의 공간이다

이코노믹리뷰 2014.09.03(수) 이준정 미래탐험연구소 대표

http://m.econovill.com/articleView.html?idxno=219053

 

흔히들 토정비결이나 사주팔자를 빗대어 자신의 미래를 점쳐본다. 관상과 수상 심지어 족상까지도 본다. 이렇듯 자신의 미래가 궁금한 이유는 조금이나마 미래에 대한 대처능력을 키워보기 위함이다.사람들은 혹시라도 잘못된 판단이 미래의 위험을 키우고 이득이나 기회를 줄이는 원인이 되는 걸 두려워한다. 원시 농경사회에선 사회적 변화가 비교적 정형화되었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에 따라서 사건이 반복됐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사건이 거의 반복되지 않는다. 그래서 미리 깨닫지 못했던 사건과 만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건들이 마치 우연의 쌍곡선같이 뒤엉킨다. 세상이 복잡해진 탓이다. 변화가 쉽게 인지할 수 있는 패턴을 따르지 않고 무작위로 요동친다. 변화가 급하고 다양해질수록 미래를 더듬어 보는 예측능력이 중요해졌다.

 

강연을 다니다 보면 대략 비슷한 질문들을 받는다. 그중의 하나가 “미래엔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게 되느냐?”이다. 지적 수준이 높으신 분들도 이런 질문을 던지는 걸 보면 그렇게 될 것 같다는 위기의식이 무의식적으로 많은 사람의 뇌리에 각인된 듯하다. 물론 그럴듯한 논리로 이와 비슷한 미래를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 세상은 컴퓨터가 감히 범접하지 못하는 인간의 두뇌들이 얽히고설키면서 만들어 간다. 더욱이 인간들의 술수들이 부딪히며 만들어 가는 미래는 예측의 영역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미래 예측 기법은 다양하다

 

비교적 예측하기 쉬운 미래영역이라면 자연의 섭리를 밝히는 기술개발 분야다. 자연 현상을 밝힌 과학적 논리로 잘 전개된 이론은 심증을 쉽게 현실로 바꿀 수 있다. 예를 들면, 태양계의 8번째 행성인 해왕성의 존재를 발견한 과정은 탐정 소설과 같다. 천문학자 윌리암 허셜(William Herschel)에 의해 1781년에 발견된 천왕성은 뉴턴의 이론에 계산된 궤도와 편차가 있었다. 이런 편차의 원인을 살펴본 과학자들은 그 원인이 아직 발견되지 못한 또 다른 태양계 행성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마침내 1846년, 프랑스 수학자 우르벵 르베리에(Urbain Jean Joseph Le Verrier)는 천왕성과 중력을 서로 주고받는 해왕성의 위치를 예측했고, 곧바로 그해 가을에 독일인 천문학자인 요한 갈레(Johann Gottfried Galle)와 그의 제자 하인리히 루트비히 다레스트(Heinrich Louis d'Arrest)에 의해 해왕성이 발견됐다.

 

전자기파의 존재를 예언한 사람은 제임스 맥스웰(James Clerk Maxwell)이다. 전자기파는 모든 파장의 빛에너지며 입자와 파동의 성질을 동시에 갖는다. 우주 진공 속을 빛의 속도로 에너지를 싣고 나르는데, 물체를 만나면 그 물체에 에너지를 전달해 준다고 했다. 이 예언에 근거해서 라디오, 텔레비전, 전자부품을 가능하게 한 라디오파가 발견됐다. 이런 식으로 과학 모델로부터 새로운 개념을 찾아내는 방식을 ‘과학적 예측’이라 부른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는 ‘미래의 충격(1970)’이란 저서에서 “미래사회의 변화가 너무도 빨라서 사람들이 대처하기 힘들어진다”고 예측했다. 에릭 드렉슬러(Eric Drexler)는 ‘창조의 엔진들(1986)’이란 저서에서 “미래엔 분자나노기술이 세상을 바꾸고 스스로 복제하는 나노로봇이 지구상의 모든 물체들을 만들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이 과정을 정밀하게 통제하지 못하게 되면 나노봇들이 모든 유기물들을 분해해서 종국에는 나노봇들만 남는다”는 그레이 구(grey goo) 시나리오를 주장했다. 버너 빈지(Vernor Vinge)(1993)는 “컴퓨터 속도와 인공지능의 발달 속도가 급속히 가속되어 기술적인 특이점이 곧 닥친다”고 예측했다.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벤지의 생각을 이어 받아 ‘특이점이 온다(2005)’에서 “2029년이 되면 컴퓨터 지능이 인간 지능을 능가하며 2040년 이후엔 초월적 인간사회가 오고 심지어 사람이 죽지 않는 시대가 된다”고도 예측하고 있다. 빌 조이(Bill Joy)는 ‘왜 사람은 미래에 필요하지 않은가(2000)’란 에세이를 통해 로봇, 유전공학, 나노기술이 인류에게 얼마나 위험한지 경고하고 있다. 미래학자들은 직관력에 의한 영감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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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들을 영화가 미리 그려낸다

 

최근에는 공상과학영화들이 사람들의 의식을 바꾸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컴퓨터 그래픽 기술의 발달로 허구적 현상도 설득력 있게 표현해낼 수 있다. 영화 속 장면들은 사실상 미래학자나 작가들의 상상을 구체화 시킨 표현이다. 영화 <토탈 리콜>(1990)에 등장한 전신 스캐너는 사람이 걸친 옷뿐만 아니라 뼈만 빼고 모든 물체가 투과되는 보안검색기를 등장시켰다. 그런데 실제로 사람이 걸친 옷 속을 투과해 보는 테라헤르츠 검색기가 개발되어 공항 검색대에 설치되었다. <브레이드 러너>(1982)에 나오는 영상통화기술은 지금은 아주 일상화됐다.

 

최근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웨어러블 안경은 <백투더퓨처>(1989)에 등장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 등장하는 하늘을 나는 호버 보드는 아직 실현되지 못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는 다양한 미래기술들을 소개해줬다. 햅틱 터치스크린 또는 동작컨트롤 방식의 컴퓨터 작동기술, 무선통신형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신문 등이 처음으로 이 영화에 등장했다.

 

터치스크린, 동작컨트롤 등은 이미 실용화됐고 햅틱 터치스크린이나 플렉시블 신문도 시제품이 등장했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에 개봉된 영화들에선 가상현실, 인공지능, 나아가서는 인간을 빼닮은 초능력 로봇이 인간을 통제하고 지배하는 상상을 이끌고 있다. 영화 속 첨단기술들이 실제로 구현되는 현상은 작가들의 상상력이 기술 발달에 커다란 자극제이기 때문이다.

 

미래의 네 가지 특성

 

사실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쉽지 않다. 미래는 마치 블랙스완과 같다. 머릿속에 한 번도 그려보지 못한 현상이 갑자기 나타난다. 백조를 당연히 여기던 사람에겐 호수를 우아하게 헤엄치는 흑조는 상상을 초월한 현상이다.

 

미래는 비선형적이다. 어제와 똑같은 패턴으로 사건이 전개되지 않는다. 하루의 일과가 같아도 그 내용은 천차만별이다. 만나는 사람이 달라지고 그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이나 생각이 변하게 된다. 또 미래는 무정형이다. 형태가 구름처럼 계속 바뀐다. 일정한 꼴이 반복되지 않는다. 항상 다른 꼴로 변해간다. 그래서 예상하기 어렵다.

 

그리고 미래는 역설적이다. 엄청난 반향을 일으킬만한 사건도 대처를 잘하면 쉽게 잠재워지지만 하찮은 변화도 미처 대비하지 못하면 눈덩이처럼 번진다.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일이 벌어진 걸 목격한 다음에야 원인을 확인하게 된다. 특히 기술의 번짐이 그렇다. 인터넷이 그랬고 스마트폰이 그랬다. 사람들은 그 중요성을 미리 알지 못했다. 미래는 항상 예상치 못한 곁가지가 더 굵게 변하는 속성을 갖는다. 사건은 뻔하게 진행되지 않는다. 많은 학자들이 미래를 예측한다고 수식모델을 만들고 설문조사를 통해 다양한 결론을 도출해 보지만 지나놓고 보면 적중률이 매우 낮다.

 

대비하는 위험은 이미 위험이 아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은 두뇌에서 나온다. 동물은 식물과 달리 두뇌를 가지고 있다. 동물은 몸체를 움직일 수 있지만 식물은 몸체를 움직이지 못한다. 위험이 닥쳐도 회피할 수 없다. 반면에 동물은 위험을 느끼면 자리를 옮길 수 있다. 또 식물은 엽록체가 있어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하지만 동물은 에너지를 얻으려면 먹이를 구해서 섭취해야 한다. 먹잇감이 있을 만한 곳을 추측해야만 한다. 그래서 동물에게는 앞을 내다보는 능력이 주어져 있다. 물론 과거의 경험에 기초하거나 학습을 통해 얻어낸 추리력을 주로 동원한다.

 

동물 중에서 가장 추리력이 뛰어난 동물이 바로 사람이다. 직접 경험해보지 못했다 해도 상상력을 동원해서 다가올 위험을 미리 두뇌 속에 이미지로 떠올려 본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미리 상상해보지 못한 일이 닥치면 화들짝 놀라게 된다. 그 예상치 못한 일이 자신에게 무해하다고 느꼈을 땐 곧바로 웃음을 터뜨리며 안심한다. 그러나 그 예상치 못한 일이 자신에게 해롭다고 느꼈을 땐 미리 위험을 예상치 못한 스스로를 비난하며 깊은 비탄에 빠진다. 그래서 다양한 미래의 가능성을 미리 살펴두는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다.

 

미래 예측은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알아맞히려는 시도가 절대로 아니다. 다양한 시각으로 미래를 대비하는 노력이다. 그래서 로봇이 인간성을 말살한다고 가정하고 대비하면 된다. 대비하는 위험은 이미 위험이 아니다.

 

우리가 살아갈 미래는 상황이 더욱 복잡하다. 수십억 명의 상상력이 인터넷에서 교차하면서 어떤 생각과 기술을 만들어낼지 예상키 어렵다. 다만, 세상의 흐름을 분석하고 다양한 상상으로 미래를 추정해보는 노력이 필요할 뿐이다.

 

..이하 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