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폭력의 악순환] 차이를 인정하는 인간 존중의 씨앗을 뿌리자

배셰태 2014. 8. 14. 18:25

[부일시론] 폭력의 악순환 고리 끊어야

부산일보 2014.08.14(목) 전혜숙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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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품평회에서 수상한 한 농부는 자기 씨앗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이웃 농부들에게 나누어 주곤 했다. 그 이유를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다 저를 위해서입니다. 바람이 불면 꽃가루가 이 밭에서 저 밭으로 옮아갑니다. 이웃 밭에서 질 나쁜 곡물이 자라고 있다면, 내 곡물의 품질도 나빠질 수밖에 없지요. 내가 이웃에게 좋은 씨앗을 나누어 주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어른이 뿌린 폭력의 씨앗, 위험에 노출된 청소년

 

폭력의 씨앗이 우리사회에 날아다니며 젊은이들을 위협하고 있다. "어떻게 애를 그렇게 때려! 얼굴에 반성하는 빛이 없어! 내가 울분이 안 가신다." 윤 모 일병 폭행사망 사건 후 시민들의 분노의 목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지난 4월 육군 28사단 윤 일병에게 집단적으로 폭력을 행사하고 고문에 가까운 가혹행위를 저질러 죽음에 이르게 한 가해자들은 재판 중에 고개를 떨어뜨리지도, 얼굴을 가리지도 않는 등 감정 동요 없이 임했다고 한다. 그중 한 가해자는 한때 폭력 피해자였다가 이번 사건에 가해자로 가담했다고 한다. 폭력은 에볼라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위력으로 사람들을 감염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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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도 청소년이 성인의 폭력을 모방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 상명하달이 중시되고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체벌과 폭력을 가할 때 교육적인 목표 달성은커녕 아이들이 폭력을 학습하게 된다. 실제로 지난달 한 공립 대안학교에서는 학생이 규율을 지키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력을 휘두른 사실이 확인되었다. 사회에서 벌어지는 폭력 사건들, 심지어 국회나 의회에서 지도층이 보여 주는 난동까지도 미디어를 통해 생생하게 청소년에게 전달된다.

 

폭력 피해자는 불안과 분노 등 깊은 상처를 안게 된다. 또한 폭력의 피해에 대해 둔감해지고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는 방법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가해자가 될 확률이 높다고 한다. 이처럼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는다는 점에서 전염성이 있다. 폭력은 본인과 상대의 인격을 훼손하고 전 생애기간 동안 심리적인 피해를 준다. 그런 점에서 청소년 폭력 가해자는 성인들이 전파한 폭력 바이러스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차이를 인정하는 인간 존중의 씨앗을 뿌리자

 

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오가는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가정과 학교 그리고 사회 전체가 건강한 소통 훈련의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영향력을 발휘하고 원하는 바를 달성하려는 리더십 욕구가 있다. 그런데 폭력은 소통의 기술이 부족할 때, 자아 존중감이 낮을 때, 강압적으로 상대의 복종을 끌어내는 방법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폭력은 상대의 복종은 끌어낼지언정 헌신과 존경은 얻어낼 수 없다. 건강한 소통의 근본은 인간 존중에 있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이념을 갖고 태어난 우리가 얼마나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인간 존중의 씨앗을 뿌리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할 때이다. 나이, 성별, 학력, 직업 등의 이유로 남을 무시하고 함부로 대한 적이 없는지 나 자신부터 돌아보자.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 단지 다를 뿐인 걸. 인간이 가장 훌륭한 종(種)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이타성 덕분이라고 한다. 이타성은 타인을 이해하고 협력할 수 있는 능력이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들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릴 때 폭력의 씨앗이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