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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제4의 농업혁명’ 물결

배셰태 2010. 7. 31. 14:16

[내 생각은…] 다가오는 ‘제4의 농업혁명’ 물결

중앙일보 칼럼 2010.07.31 (토)

 

농어촌산업이 과거 먹을거리를 위한 1차 산업에서 벗어나 첨단생명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누에고치로 인공 고막을 만들고, 옥수수 전분을 활용해 무해(無害)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연구가 한창이다. 세계적인 농업의 추세도 ‘6차+α산업’을 향해가고 있다. 이는 생산 활동인 1차 산업에 2차(제조·가공), 3차(서비스) 산업과 BT(생명공학)와 NT(나노기술), GT(Green Technology·녹색기술) 등의 최첨단 과학기술을 결합한 농업이다.

그 첨단 농업의 현장이 공개됐다. 농어촌산업박람회 ‘메이드 인 그린페어’가 바로 ‘제4의 농업혁명’의 현장이다. 29일 개막해 8월 1일까지 열리는 박람회는 농촌활력증진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것이다. 지역 농·수·축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진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명품화 전략이 더해 관람객들이 농촌활력증진사업의 성과를 쉽게 이해하고 우리 농촌의 미래를 전망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 섬에는 ‘아그리젠토’라는 작은 도시가 있다. 아그리젠토는 기원전 6세기 획기적인 토지 개간 방식을 개발해 농업 생산량을 극대화시켰고, 그로 인해 고대 그리스의 중심지가 된 곳이다. 우리는 농어촌박람회를 준비하며 전라북도 서쪽 끝의 작은 도시 부안과 경북 문경에서 국내판 ‘아그리젠토’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부안은 ‘입는 뽕’ 재배에서 과실과 음료를 만드는 ‘먹는 뽕’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데 성공해 지역 소득증대에 성공한 케이스다. 부안은 ‘산·학·연 오디뽕클러스터’를 운영해 사업을 이끌어 나갈 지역 리더를 양성하고 인적 역량을 강화했다. 이 결과 부안 뽕은 2005년 45농가에 재배면적 60ha, 매출액 6억원이던 것이 농촌활력증진사업 시행 이후인 2009년 848농가가 재배면적을 360ha로 넓혔다. 매출액도 815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누에고치에서 단백질을 뽑아 투명한 필름 형태의 인공 고막을 연구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인공 고막의 세계시장 규모는 2500억원 규모로 이 가운데 10%만 대체해도 농가와 관련 업체의 수익은 급증할 전망이다. 이외에도 감귤에서는 인공 피부를, 유채에서 바이오 디젤을, 옥수수 전분에서 무해 플라스틱을, 오징어 먹물에서 염색약을 만들어 냈거나 연구가 진행 중이다. 말 그대로 첨단생명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는 우리만이 주목하는 사실이 아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농업은 도전을 겪는 동시에 막대한 경제적 기회 앞에 서 있다”고 했고,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농업은 나노공학·우주산업처럼 미래를 여는 열쇠”라고 말했다. 빌 게이츠 역시 농업은 최상의 과학에 기초해야 한다”며 농업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자유무역협정(FTA)과는 비교할 수 없는 거대 변화가 세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우리 농촌도 더 이상 머무르지 말고 고기능성 물질을 추출하는 신약 소재, 기능성 식품, 신소재, 미생물, 생체 모방, 바이오 에너지 등 생명산업으로서 제4의 농업혁명 물결을 이끌어내야 할 시기다.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