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의 어닝쇼크] 새 경제팀에 기대를 거는 이유

배셰태 2014. 7. 29. 11:53

새 경제팀에 기대를 거는 이유

화광신문 2014.07.25 1079호 김원태 칼럼니스트 / 前 중앙일보 경제에디터

http://www.hknews.co.kr/shk01/shkse000000/shkse010000/shkse010300/1230808_4222.asp

 

날씨는 폭염으로 이글거리는데 얼어붙은 경기는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 모든 업종의 최근 실적이 ‘마이너스’ 성장으로 후퇴하면서 산업계가 불황에 신음 하고 있다. 올들어 2분기가 끝날 무렵이면 체감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상반기가 지나도 여기저기서 “장사가 안된다”는 푸념 뿐이다. ‘세월호’ 여파려니 하고 자위해 보지만 침몰한지 100일이 지났는데도 경기회복 징후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침체의 늪에 빠진 경제주체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새 경제팀에게 일말의 기대를 걸어 본다.

 

가장 먼저 ‘어닝쇼크’(기업발표 실적이 시장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저조한 경우의 충격)를 몰고온 기업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가 최근 발표한 2분기 잠정실적 집계 결과는 매출액 52조원, 영업이익 7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5%, 15.2% 각각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012년 2분기 이후 2년여 만에 8조원에 못 미쳤는데 이는 시장의 예상보다 1조원이나 모자란 실적이다. 그동안 한국경제의 견인역으로 견실한 성장세를 보여주었던 삼성전자가 왜 이럴까.

 

지난 3월 시장에 선보인 ‘갤럭시S5’의 판매 부진에 겹쳐 중국 업체의 추격으로 스마트폰 경쟁력이 예전 같지 못해서다. 스마트폰 시대 이후 추가 성장을 담보할 ‘히든 카드’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욱 문제다.

 

한국경제 양대 견인차인 현대자동차의 실적도 어닝쇼크가 예상된다.

현대차의 2분기 추정 실적치(증권가 전망)는 매출액 23조4000억원, 영업이익 2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영업이익은 0.9% 증가에 머물고 영업이익은 12.7% 감소한 수치다. 이같은 실적 부진은 원화 값이 비싸진 요인이 크다. 지난해 보다 내수와 해외 부문 모두 생산 및 판매가 늘었지만 원화강세가 발목을 잡은 결과다. 현대차의 해외 판매 비중은 올 상반기 86.4%로 지난해 상반기(86.1%) 보다 0.3%포인트 커졌다. 원화는 지난 1년 동안 8.2%가 절상되어 ‘더 팔고 덜 버는’ 악순환으로 들어간 셈이다. 성장이 한계에 이르렀으나 이를 타개할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환율 민감도가 갈수록 커지지만 원화강세는 계속될 조짐이어서 전망이 어둡다.

 

또 다른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인 포스코의 전망치도 밝지않다.

2분기는 매출액 15조9500억원, 영업이익 8100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매출액은 2.3% 증가 하지만, 영업이익은 10% 감소하는 내용이다. 철강산업이 세계적으로 장기불황을 겪고 있어 이 터널을 빠져 나오기가 버겁다. 2012년 3분기 영업이익 1조200억원을 달성한 이후 줄곧 ‘1조클럽’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정유·화학 업계도 원화강세의 잇점이 희석되고 있다. 원료 수입 가격은 낮아지지만 수입한 원료를 재가공해 70% 가량 수출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원화강세가 오래 지속되면 원유 도입가격이 제품판매 가격을 웃돌 수도 있다.

 

경기가 나빠지면 일부 대기업그룹 쏠림 현상, 즉 특정기업과 업종에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의 진면목이 수면위로 드러난다. 호황때의 ‘착시현상(錯視現狀)’이 경제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걷히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의 실적이 좋을 때는 중소기업, 자영업자, 서민가계 등의 어려움이 가려져 전체적으로 경제의 모양이 그럴 듯 하게 보였다. 일부 대기업그룹 실적을 빼면 빨간경고등이 이미 켜져 있는데도 애써 외면해 왔다.

 

경제가 위기에 직면하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불안정성이 더욱 커지게 마련이다.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우리나라의 각종 경제지표를 분석한 자료를 보자. 삼성과 현대자동차 그룹 등 2대 기업그룹의 매출은 국내 총생산(GDP)의 35%에 이른다. 삼성은 23%, 현대차가 12%를 점유한다. 법인세 세수(稅收)도 두 그룹이 21%, 증시 시가총액도 37%를 각각 점유한다. 두 그룹과 연결되어 있는 수많은 협력업체들의 몫까지 감안하면 점유율은 더욱 높아진다.

 

두 그룹을 비롯한 일부 중후장대 산업의 실적 부진이 한국경제의 활력저하를 가속화 시킨다. 이들 대기업그룹이 최소한 ‘현상유지’로 버티면서 다른 중견기업그룹, 중소기업, 영세 자영업 등이 살아나야 경기회복이 가시화 된다. 모바일과 완성차 시장에 예기치 못한 변수가 닥칠 경우 큰 변고를 치룰 수 있다. 노키아가 몰락하면서 나라경제 전체가 휘청거린 핀란드 경제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 다양한 업종과 기술 분야에 적정량의 자원이 배분 되어야 새로운 신산업 동력이 생길 수 있다.

 

자영업자의 비중이 큰 서비스업을 집중 육성하고 수출에 쏠려 있는 경제정책을 바꿔 내수를 살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중소기업의 성장에 다시 한번 역량을 모아 아랫목의 온기를 구석구석 퍼뜨리는 노력도 요구된다. 삼성과 현대차는 세계적인 우량 기업으로 거듭나 한국경제의 버팀목이 계속 되어야 하고 새로운 글로벌 기업들도 계속 탄생 시켜야 한다. 중국 당국은 “10개의 ‘삼성전자’를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양적성장과 단기성과에 급급 해서는 안되고 내수 활성화와 소비진작을 통해 시장에 경제회복에 대한 확실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 요컨대 경제활성화를 체감시키려면 규제완화는 과감하게 하고 실추된 시장 신뢰를 다시 찾는 노력이 절실하다. 지난 경제팀의 엇박자를 새 경제팀이 오케스트라 수준의 화음으로 끌어 올리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