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삶과 꿈] 공자와 노자, 다시 불러 보는 이름
부산일보 2014.06.13(금) 장호익 동원과학기술대 총장
최근 인문학 열풍이 몰아치고 있다. 돈벌이에도 도움이 안 되고 취업에도 불리하다는 이유로 관련 학과들이 줄지어 폐지되거나 강좌가 줄어드는 현실 속에서 말이다.
특히 돈벌이에나 관심 있을 것 같은 기업들, 그중에서도 철저하게 양육강식의 논리에 매몰된 대기업들이 앞다투어 인문학 강좌를 개설하고 임직원들에게 수강토록 하는 데에는 과연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걸까.
변혁의 시대를 살다간 두 사람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고 인터넷만 있으면 세상 모든 지식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현대인들이 무려 2천500년 전에 살다간 공자와 노자의 사상에 관심을 갖는 자체가 특이하게 받아들여질 법하다.(바로 이 대목에서 인문학을 현실과 연결시켜 우리 시대에 필요한 정신적 기준으로 활용하려는 기업의 요구를 채워 주지 못하고 있는 필자를 포함한 다수 대학인들의 자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중국 고대 사상계에 쌍벽을 이루는 두 사람은 같은 시대를 살다 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 유가를 이룬 공자의 사상은 '어질다'는 뜻을 지닌 '인(仁)'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인을 실천하는 방안으로는 '자신을 이기고 예(禮)를 따르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예'를 실천하는 출발점으로는 가족 간의 사랑인 '효(孝)'에 두었다. 그 효를 정치사상으로 발전시킨 것이 나라에 대한 '충성'이라고 보았다. 인간의 도리인 효를 도덕적 규범으로서뿐만 아니라, 사회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정치사상으로까지 확대한 것이다. 이른바 유가사상이다.
이에 반해 노자의 사상은 '무위자연(無爲自然)'으로 대변된다. 하지만 노자의 사상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정부, 백성에게 간섭하지 않는 작은 국가'를 지향하는 것으로 오해해선 안 된다. 오히려 '천하를 지배하겠다'는 뜻을 품은 위정자가 숙지하고 갖추어야 할 덕목을 역설한 것으로 해석해야 옳을 것이다.
노자는 인간이 살아가며 지켜야 하는 도리를 '자연'에서 찾았다. 자연의 법칙을 '도(道)'라고 정의한 것이다. 그리고 그 도를 아무것도 없는 무(無)와 같다고 했다. 노자는 유와 무는 공존하며 상호보완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특별한 가치 기준에 집착하다 보면 인간세계에 진정한 평화를 구현할 수 없다고 보았다. 그 때문에 착(善)하고 나쁜(惡) 것에는 앞뒤 순서가 없다고 했다. 그 자체로 자연에 순응하면서 공존하는 것이라는 해석이었다. 그래야만 주관을 극복하고 공존의 질서를 갖게 된다는 것이었다.
공자와 노자 두 사람이 살다간 춘추전국시대는 철기를 사용하면서 농업생산성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혁명적인 시기였다. 철제 무기가 등장하고 인간 중심의 이데올로기가 확산되는 시대를 살았다. 정전제의 도입으로 농민들의 경제력이 확대돼 신분제에 혼란이 야기되는 시대였다. 그 결과 봉건제가 약화되는 등 정치·경제적으로 질서가 재편되는 변화를 경험하던 때 이기도 했다.
창조적인 가치를 만들어 내는 원동력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 역시 가치관의 변화가 혁명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대변혁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뜻이다. 공산주의가 몰락한 데 이어 자본주의 사회도 위기에 직면했다. 새로운 가치관을 요구받는 변혁의 시대에 살고 있는 셈이다.
상제(하느님과 귀신)를 중심으로 이데올로기가 형성되었던 시대에서 사람이 중심이 되는 세계관을 처음으로 도입하던 시기에 살았던 공자와 노자. 두 사람 역시 무려 2천500년 전에 이미 시대적 변혁 과정을 경험했으리라 생각된다. 이처럼 역사적으로 비슷한 시대상을 반영한 사상을 공부하면서 새로운 이념과 가치를 창조하는 원동력을 얻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인문학적 성찰일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2천500년 전의 공자와 노자를 다시 돌아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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