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삼성전자·공무원이 미래에도 안전한 직장일까-허태균 고려대 교수

배셰태 2014. 4. 20. 09:16

[Weekly BIZ] [허태균 교수의 '착각과 경영']삼성·공무원이 미래에도 안전한 직장일까 ...

조선일보 2014.04.19(토) 고려대 심리학과 허태균 교수

 

구직 실패자의 착각
엄청난 경쟁률 뻔히 보고도 삼성전자·공무원에 몰려 분산지원은 왜 생각않나
불안감이 만든 병리현상
구조조정… 길어진 노후… 청년들도 불확실성 겁내 철밥통·안전 추구하지만 20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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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5000명을 뽑는데, 20만명이 시험을 본다. 19만5000명은 떨어져야 한다. 삼성직무적성시험(SSAT) 이야기다. 1년에 두 번 실시하는 SSAT의 지난 13일 시험도 10만명 정도가 응시했다. 취업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이 총 100만명 정도라고 하니, 그중 20%가 삼성이란 한 대기업에 취업하겠다고 덤벼든 형상이다. 공무원 시험은 정도가 더 심하다. 구직 청년의 30% 이상이 공무원이 되고 싶어 하고, 지난해 9급 공무원 시험 지원자는 20만명이 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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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과거에는 지금의 청년들이 취업하려고 생각도 안 하는 직장들에 그 청년들의 부모들은 알아서 분산해 취업했다. 몇 천 명밖에 채용하지 않는 직장에 몇 십 만명이 취업해야 한다고 믿고, 할 수 있다고 믿는 그런 착각이 적었던 거다. 물론 이런 '자기 고양적 착각(self-serving illusions)'은 인간의 기본적 본성에 해당해서, 어느 시대 누구에게나 있지만, 그래도 인간의 착각은 어느 정도 현실적 근거를 반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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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하필 삼성전자와 공무원에 몰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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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전자업계 세계 1위, 연봉도 최고, 임원이 되면 로또 맞은 수준의 역동성도 있다. 반면에 공무원, 그것도 9급 공무원은 박봉에 승진 기회도 없고, 지루하고 평이한 인생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이질적인 두 직장을 관통하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불안이 지배하는 현재의 한국 사회에서 '안전'해 보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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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제는 삼성과 공무원이 미래에도 안전할 것이냐는 의문이다. 1992년 매출액 기준 재계 순위는 1위 삼성물산, 2위 현대종합상사, 3위 대우 순이었다. 삼성전자는 7위였으며, 1위인 삼성물산의 절반 정도 매출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런데 2013년 기준으로 1위는 삼성전자이다. 그냥 1위가 아니라 압도적이다. 매출액에서 2위인 SK에너지의 거의 두 배에 육박한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언제까지 1위를 유지할까? 지난 22년 동안 일어났던 변화만큼 앞으로 22년 동안에도 변할 수 있다. 1992년에 1위였던 삼성물산은 현재 20위권 밖이고, 3위였던 대우는 사실상 해체됐다. 이런 일이 삼성전자에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까?

 

최근 공무원의 철밥통도 위협받고 있다. 평가, 재교육, 퇴출이라는 단어들이 공무원 사회에서도 많이 회자되고 있다. 얼마 전 국가 채무가 급격히 늘었다는 발표를 하며, 그 원인으로 공무원연금을 들었다. 결국 연금도 손보게 될 거다. 지금 삼성전자 직원과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50~60대 직장인들은 안전을 만끽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던 사례들을 보면 20~30년 후 이 직장들이 안전할 것이란 보장은 전혀 없다.

 

지금 안전해 보이지만 앞으로 위험해질 수밖에 없는 곳을 찾아가면 나중에 배신만 당한다. 나중에 안전해질 수 있는, 지금 위험해 보이는 곳을 찾아가도 어차피 평생 감수해야 할 위험은 동일하다. 다만 언제 위험을 감수하느냐 하는 차이만 있지, 이 세상에 더 안전한 선택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