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청년 실업자 100만 명, 청년들 언제까지 스펙 공포에 시달려야 하나

배셰태 2014. 4. 16. 20:37
[사설] 청년들 언제까지 스펙 공포에 시달려야 하나

부산일보 2014 04.16(수)

 

대기업들이 입사지원서에 아직도 많은 스펙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2030 정책참여단의 '스펙조사팀'이 16일 대기업 입사지원서를 분석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상당수 기업들이 사진, 신체조건, 부모의 학력·직위 등 직무와 크게 관련 없는 개인정보들을 요구하고 있다. 더욱이 외국어, 자격증, 공모전 수상경력 등 특정 직무에 필요한 스펙을 모든 지원자들에게 불필요하게 요구, 청년들의 '스펙 쌓기'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언제까지 스펙이란 유령이 대한민국 청년들의 시간과 에너지를 갉아먹도록 방치할 것인가.

 

스펙조사팀은 100대 기업 및 주요 계열사 중에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채용을 진행한 95개 기업을 대상으로 입사지원서를 조사했다. 그 결과 외국어·자격증·병역사항 등은 90% 이상, 사진은 74.7% 기업이 요구했다. 심지어 87.6%에 달하는 기업은 출신 고교까지 적도록 했다. 부모의 학력이나 직업(직장명, 직위 포함)을 요구하는 기업도 각각 21.1%, 31.6%나 됐다. 주민등록번호는 46.3%, 공모전 수상경력은 34.7%, 사회봉사경험은 12.6%가 요구했다.

 

청년 실업자가 100만 명에 육박하는 현실에서 대기업들이 채용 서류전형에서 불필요한 스펙들까지 요구하는 현실이 참으로 개탄스럽다. 오죽하면 3대 스펙(학벌, 학점, 토익)은 기본이고 이제는 9대 스펙(3대 스펙 + 어학연수, 자격증, 공모전, 인턴, 사회봉사, 성형)이 대세라는 말조차 나돌겠는가.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가 지난 3일 10대 그룹 인사담당 임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스펙초월 채용을 확대해 줄 것을 요청했고, 10대 그룹은 적극 동참을 약속했다. 그 약속이 구두선에 그쳐서는 안 된다. 대기업들부터 직무와 직접 관련 없는 스펙은 입사지원서에서 과감히 제외해야 마땅하다. 그래야 기업도 창조적인 인재를 뽑을 수 있고, 청년들도 스펙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