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2014.04.08(화) 이원재 경제평론가·CEPR (미국 워싱턴) 선임연구원
미국 워싱턴의 정책연구자들을 대상으로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강연하던 중 높은 자살률에 대해 언급했다. 참석한 이들은 전체 내용 중 이 부분에서 충격을 받고 여러 질문을 던졌다. 유서와 함께 월세를 남기고 동반자살한 세 모녀의 이야기에는 모두 고개를 떨궜다.
지난 30여년 동안 한국의 자살률은 세 배로 높아졌다. 더 놀라운 것은 그사이 1인당 국민소득도 세 배로 늘었다는 사실이다. 경제는 성장했지만 삶은 힘들어졌다. 문제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이고 어디서부터 풀어가야 할까?
최근에 희망의 실마리를 ‘생활임금’과 관련된 논의에서 봤다.
<중략>
생활임금이란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수준을 뜻한다. 서울의 경우에 월 130만~140만원쯤 될 것으로 보인다. 월 100만원 남짓밖에 되지 않는 최저임금과는 대비된다. 생활임금 정책은 지방자치단체한테 뭔가를 팔려는 기업은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이 가능한 수준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전까지는 기업이 최저임금만 지급하면 법을 지키는 것이므로 지자체와 계약을 맺는 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 좀 더 높은 수준의 책임을 요구받는 것이다.
한국에서 경제와 삶 사이에 괴리가 생긴 원인은 우선 가계소득 부진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은 경제성장률과 가계소득 증가율 사이의 격차가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다. 그 기간 동안 기업소득은 경제성장률을 계속 넘어선다. 노동소득분배율은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실질임금은 최근 20여년 동안 노동생산성이 높아지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사실상 정체상태다.
경제와 삶 사이 괴리가 생긴 또 하나의 이유는 임금소득자 사이의 격차에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이중노동시장 문제라고 한다. 일부 대기업과 정규직 중심의 노동시장과 중소기업 및 비정규직 중심의 노동시장이 견고하게 나뉘어 있고 격차가 점점 커진다는 이야기다.
이 정도는 아마 현재 대부분 정책전문가들이 합의할 수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이런 합의로부터 경제민주화 논의가 나오고 공정거래가 강조되기 시작했다. 정부가 내세운 ‘비정상의 정상화’에도 이런 문제의식이 있다.
하지만 이제 공정거래 중심의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풀기에 부족해졌다.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게 필요하다. 임금 총액을 늘리고 임금 격차를 줄이는 두 가지 정책목표가 필요하다. 생활임금을 통해 전체 임금이 늘어나면서 가장 낮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의 형편도 나아진다면, 이 모든 문제를 푸는 중요한 실마리를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미국 정부가 연방정부와 새로 계약을 맺는 기업들은 하청에 재하청까지 모두 현재 법적 최저임금의 1.5배에 이르는 시간당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통령령을 최근 발표한 것도 이런 기대에서다.
..이하 전략
'시사정보 큐레이션 > 국내외 사회변동外(1)'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52시간 근로 가닥, 대법원 판결 예정돼 도입 불가피•••10년 만에 대변화 예고 (0) | 2014.04.10 |
---|---|
삼성이 망하는 걸 두려워하지 마라-정지훈 교수•의사•프로그래머•미래학자 (0) | 2014.04.10 |
[스크랩] 한국의 빌게이츠와 스티븐 잡스 양성을 위한 진로 멘토링! (0) | 2014.04.10 |
[스크랩] 한국·호주 FTA 공식 서명, 기대 효과는? (0) | 2014.04.10 |
서울시교육청, 시험·숙제·종이 없는 '미래 학교' 2016년 開校 (0) | 2014.04.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