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사회적 공유'는 자본주의와 국가 관리 모두에 대한 하나의 대안

배셰태 2013. 10. 24. 20:49

 

자본주의와 국가 관리 모두에 대한 하나의 대안이 있습니다. 이것은 사회적 공유(social sharing) 또는 오픈 소스(open source) 혹은 공공재(commons)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됩니다. 그것이 기초로 삼는 것이 자원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입니다.

 

해변을 거닐어보거나 인터넷을 사용해본 적이 있다면, 당신은 공공재에 한몫 낀 셈입니다.경제학자 엘리노어 오스트롬은 세계 곳곳의 삼림과 강과 바다와 목초지를 보존하는 데 있어 공공재가 어떻게 활용되었는지 연구하기도 했습니다.1992년 <더 에콜로지스트>는 '누구의 공통된 미래인가?'라는 글을 게재했는데, 이 글의 논지는 국가 관리나 민영화보다 공공재가 생태를 보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이어진 범세계통신망과 인터넷, 무료 소프트웨어의 탄생은 공공재에 기반한 시스템의 중요성을 드높여주었습니다. 법이론학자 요차이 벤클러는 '사회적 공유'로 널리 알려진 공공재 기반의 경제시스템을 개발한 바 있습니다.

 

공공재는 장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유대교와 이슬람교의 전통에서도 찿아볼 수 있고, 5대륙 전역의 토착민들도 공공재를 보편적으로 활용합니다. 로마법에서도 공공재를 인정했으며, 좌파 진영이 종종 까먹을 때도 있긴 하지만 공공재는 마르크스의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의 많은 근거들 중 하나이고, 공산주의에 대한 그의 갈망을 고취시킨 요소였습니다. 마르크스의 집필활동 중 초기작들 중 하나인《도벌법에 관한 논쟁》은 힘 있는 지주에 의한 공공재 시스템의 파괴를 고찰합니다.

 

삼림과 목초지, 바다 등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환경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는 공공재의 다양한 사례들은 얼마든지 제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공공재는 다른 종류의 자원에도 적용 가능합니다.

 

공공재를 이용하는 방식은 많은 장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공동소유 형태를 확산시키기 때문에 자원 이용을 감소시키면서 보다 풍요로운 생활, 노골적으로 정의하자면 물적 자원에 대한 접근권을 누릴 가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자본주의에서 개별화된 소유권은 낭비를 야기하는 과잉소비가 그 체제의 일부라는 점을 의미합니다. 사회적 공유 방식의 경우 굳이 소유하지 않고도 제품들을 이용할 권리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공유는 개인의 소유권을 완전히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에 대한 더 많은 이용권을 누리면서도 더 적은 자원을 소모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인터넷과 웹의 세계에도 익숙한 사례들이 무수히 많습니다. 사회적 공유는 '용익권(用益權, usufruct)'에 기초한 개념입니다. 간단히 말해 용익권은 처음과 거의 똑같은 상태로 남겨둔다는 조건 하에 개인이 자원에 대한 접근권을 지녀도 좋다는 의미입니다. 로마법에서도 찿아볼 수 있으며 거의 모든 공공재의 이면에 놓여있는 원리입니다.

 

또한 용익권은 본래 생태계의 원리입니다. 우리는 카풀을 통해 승용차를 빌릴 수 있지만 다음 운전자를 위해 온전한 상태로 그것을 남겨두어야 합니다. 지구의 자원도 다음 세대를 위해 온전한 상태로 남겨둘 경우에만 그것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용익권은 생태적 지속가능성의 법적 근거를 제공해줍니다. 반면 개인 소유주들은 다음 세대들을 거의 고려하지 않은 채 단기 이익을 위해 무엇이든 최대한 이용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역사를 통틀어 공공재는 필요한 곳에서 생태계의 원리를 보장하기 위해 활용되었습니다. 스틴팅(Stinting, 유럽 중세시대에 주로 공유지에 적용하던 정량 준수를 위한 제도)은 과도한 사용으로 고갈되지 않도록 공공재에 대한 접근법을 돌아가며 이용하기 위해 활용됩니다.유럽의 경우 공유지는 무한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해당 지역의 위원회에 의해 관리되었습니다 이 지역위원회들은 자손 대대로 땅이 비옥하게 유지되도록 하기 위해 목초지 이용권을 할당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공공재에 기초한 시스템들은 분권화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효율적인 경제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대량의 정보를 처리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분권화는 생태적 미덕이기도 합니다자유시장주의자들은 자본주의가 분권화된 유연한 시스템이라고 대대적으로 주장했지만, 막상 그것은 중앙집권적이며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기업 형태로 진화했습니다. 오픈 소스 시스템들은 각 개인들에게 자원에 대한 접근권을 제공해주는 민주적 형태입니다.자본주의는 자원들을 극소수의 사람들에게 집중하는 경향이 있지만, 부가 언젠가는 나머지 사람들에게도 흘려내려 가리라고 상정합니다.

 

개인 간의 직접적인 연결에 기초하는 무료 소프트웨어 개발은 집단의 창의력이 얼핏 다루기 힘들어 보이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어떤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자유로운 이용과 성능 향상을 전제로 제품을 만들어 사이버공간에 올려놓으면, 다른 이들은 그것의 디자인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그 외 사람들은 버그를 제거하는 일을 돕습니다. 무료 범세계통신망의 탄생은 이 원리를 잘 보여주며, 새로운 공공재들이 빠른 속도로 부상하도록 해주었습니다.

 

요약하자면 공공재는 공동소유를 촉진시킴으로써 생태계의 피해와 빈곤을 모두 축소시킵니다. 그것은 생태계의 원리, 즉 자원에 대한 접근권이 돈이나 권력이 아니라 자원을 보존할 수 있는 능력에 의해 좌우되는 원리에 토대를 둡니다. 공공재는 분권화되어 있고 민주적이며 창의적입니다. 인류 역사상 상당 부분에서도 공공재가 시도되고 검증되었습니다. 전통적으로 그것은 토지 소유의 가장 중요한 형태였습니다. 사이버공간의 탄생은 공공재가 지식경제의 독보적인 특징이라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공공재의 확장과 함께 시장은 위축될 테지만, 시장에서 제품과 서비스가 판매되는 곳에서도 기업의 과두제를 경제 민주주의로 대체하는 대안적 소유권 관계를 통해 자본주의를 능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민주주의는 '중우정치'라는 비난을 받곤 하지만, 아무리 불완전하더라도 그것은 현재 정치가 지향하는 보편적 목표입니다. 각각의 시민이 각자 하나씩 투표권을 갖는 원리와 마찬가지로, 경제 민주주의 에서도 부에 대한 동일한 접근권을 가져야 합니다. 나는 공동소유를 통해 우리가 더 큰 자유를 얻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