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인 직장생활에 대한 관점이 바뀌고 있습니다. 좋은 직장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일을 하게 되면 그것이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 '안정' 이라는 유혹적인 단어에 지나치게 집착하면서 다른 길을 들어서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일종의 착각이자 착시현상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직장이 결코 안정적이라고만을 할 수 없습니다. 다만 그 안에서 머무르고 있는 동안만은 안정적으로 지내고 머무를 수 있는 것일 뿐입니다. 언제까지나 울타리 안에서 머무를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언젠가는 밖으로 나와야 합니다. 그 울타리는 내가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현재 잘나가고 있는 직장도 영원한 것이 아닙니다. 이제는 '안정된 직장' 이나 '확실한 직장' 은 존재하지 않고 '평생직장' 의 개념은 오래된 흑백사진처럼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좋은 직장 = 인생보장' 이라는 공식이 성립될 수 없는 것입니다.
기업은 이익집단입니다. 도마뱀이 공격을 받았을 때 스스로 자신의 꼬리를 잘라내어 살아남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업의 생리도 경영환경이 악화되면 생존을 위한 자구책으로 구조조정을 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이치입니다. 그 꼬리의 대상자가 누가 될 것인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 만은 예외일 수 있다는 착각처럼 위험한 것이 없습니다. 다만 누구든지 그렇게 믿고 싶을 뿐입니다.
삶에는 3가지 정년이 있습니다. 그것은 '인생 정년' 과 '직장 정년' 그리고 '나의 정년' 입니다. '인생 정년' 은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없고 신(神)만이 일방적으로 마감일자를 결정해 줄 수 있습니다.'직장 정년' 은 자신의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직장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해 줍니다. 아무리 근무성적이 우수하였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지나간 과거의 일이고 때가 되면 그저 순순히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렇지만 '나의 정년' 은 내 스스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소수이긴 하지만 '평생고용보증서' 를 갖고 있는 이른바 '사(士)' 가 붙은 전문직종의 의사나 변호사 등이 해당됩니다. 그러나 이들도 사회의 모든 분야가 무한경쟁체제로 개방되면서 의사불패의 신화가 무너지고, 변호사 실업이 속출하는 '사(士)' 자의 수난을 겪고 있습니다.
이들과 함께 '나의 정년' 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그것이 비록 구멍가게 수준이라고 해도, 그들은 학교성적이 시원치 않아서 좋은 직장에 취업할 기회가 없었기에 맨손으로 시작해서 수많은 시련을 헤쳐 나가면서 만들어 놓은 자신의 일을 갖고 있습니다. 그 일은 자신의 것이기 때문에 어느 누구의 간섭을 받지 않고 스스로가 그만두고 싶을 때까지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100대 상장기업들의 퇴직연령을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평균적으로 38세라고 합니다. 제도상으로 정해져 있는 '명목 정년' 에 도달하기 훨씬 이전에 다가오는 '실질 정년' 이 별도로 존재하는 것입니다.
평균수명이 80세를 넘어서고 있는 현실에서 '인생 정년' 까지 40년 이상을 더 살아야 합니다. 인생 수명의 기한은 아직도 한참 남아있는데 경제인 수명이 훨씬 앞서 끝나고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 창창히 남은 세월을 빈털터리로 비참한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장수 리스크' 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은 명예퇴직 대상자입니다' 라는 통지를 받게되면 이제까지 승승장구하던 상승기류가 멈추고 하강기류에 휩싸이게 됩니다. 정년이라는 종착역은 아직 많이 남았는데 갑자기 '이제 내려 주세요, 라고 하면 어떻게 할 방법이 없는 것입니다. 아득아득 버티고 내리지 않겠다고 붙잡고 매달려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퇴직할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관계없이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절망감과 함께 쫓겨나야 하는 처지가 되는 것입니다.
그때서야 이제까지 앞만 보고 정신없이 달려온 세월의 모습을 한꺼풀 벗겨 보게 됩니다. 그러나 거기에는 인생의 누런 황금 들판을 바라보며 추수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자신이 아니라 텅 빈 가을들판에 서서 앞으로 다가올 추운 겨울을 한없이 염려하고 두려워하면서 혼자 서 있는 '성공한 실패자' 인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가정에서도 전통적인 가장의 모습은 이미 사라진 것 같습니다. 꼬박꼬작 가져다주는 월급 덕분에 '아버지' 라는 호칭만은 간신히 유지하고 있지만 가족에 대한 경제적 부양 의무만을 철저히 강요당하는 돈 버는 기계로 전략한 것 같습니다.그 대신에 자아실현을 외치는 아내와 더 이상 아버지의 참견을 원하지 않는 자식들만이 남았을 뿐입니다.
이제까지 가족들의 뒷바라지를 위해서 등골 빠지게 처절하게 몸부림쳤지만 가족 중에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이 고생을 언제까지 계속해야 하는가라는 자괴감에 모든 짐을 벗어버리고 싶은 심정인 것입니다.
'이대로 아주 가라앉는 것은 아닌가?' 라는 불안, 초조, 우울 때문에 잠도 안 오고 밥맛도 없어집니다. 마치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리던 자동차가 갑자기 먼지 나는 비포장 길을 만난 것처럼 덜컹거리는 심정으로 어깨에 힘이 빠지는 것입니다. 더욱 걱정이 되는 것은 자동차의 기름이 바닥이 났을 때 아무런 대비책이 없다는 것입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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