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사회는 축소지향 사회가 아니다
2000년대 중반 고령화와 관련해 일본과 국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책 중 하나가 일본의 경제학자 미쓰다니 아키히코가 쓴《고령화•저출산 시대의 경제공식》이었습니다. 책의 요지는 저출산•고령화가 심화되는 나라라면 무슨수를 쓰더라고 노동인구의 감소와 총GDP 하락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 책은 나름대로 고령화시대의 희망을 제시합니다. 즉 인구 및 총GDP 감소 시대의 도래를 운명으로 받아들이되, 이를 '부자나라, 가난한 국민'의 딜레마를 해결할 기회로 삼자는 것입니다. 인구 감소 시대의 패러다임에 맞추어 확대지향에서 축소지향으로 발상을 전환하고 투자 주도에서 소비 주도로 경제체질을 바꾸면서 각 개인이 보다 높은 삶의 질을 구가할 수 있도록 만들자는 논리였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관점에서 볼 때 아키히코의 축소지향형 고령사회 건설론은 고령화시대에 대한 여러 대안 중 하나일 뿐으로, 다음 두 가지 문제 때문에 한국 상황에는 부적절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첫째, 현실의 정책적 차원에서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경제발전을 달성한 나라만이 취할 수 있는 현실 안주 정책입니다. 아키히코의 논의는 쉽게 말하자면, 오랜 기간 고생해서 충분한 재산을 모은 부자가 이제는 나이 들었으니 돈은 더 벌지 않고 인생을 즐기고 싶다고 말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그러나 한국의 상황은 오히려 이제 막 기업체에서 중견간부가 되었으나 아직 대출금도 갚아야 하고 자녀교육비로 들어갈 돈도 많아 더 벌어야 하는 상황에 처한 중산층에 가깝습니다. 이제 겨우 선진국 문턱에 접어든 한국에는 맞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부자 나라가 되려면 앞으로도 계속 가치창출을 강화할 수 있는 고령화 정책방안이 필요한 것입니다.
둘째, 경제적 차원에서도 문제가 있습니다. 아키히코의 축소지향형 사회모델은 기본적으로 정태적인 내수중심형 일국(一國) 모형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끊임없는 혁신이 일어나고 세계 각국이 치열하게 각축전을 벌이는 글로벌 경제입니다. 우리가 가치창출 능력을 높이지 않는다면 중국 및 신흥국에 금새 추월당하고 맙니다.
만일 투자를 게을리하고 소비에 안주한다면 향후 우리는 산업기반을 잃어 미국처럼 대부분의 소비재를 수입해 사용해야 하는 위험한 지경에 처하게 됩니다. 반면 우리가 가치창출 능력을 지속적으로 높여간다면 더욱 넓어진 세계시장에 우수한 제품과 서비스를 수출하고 이를 통해 국가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에 필요한 것은 축소지향형 고령화 정책이 아니라 확대지향형 고령화 정책입니다. 고령화시대에도 고유한 가치창출 능력을 유지하고, 또 확대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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