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2013.07.19(금) 이일영 한신대 교수·경제학
[창비주간논평] 호변(虎變)과 표변(豹變) 능력 갖춰야
협동조합이 붐이라고들 한다. 작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된 이래 올해 6월까지 7개월 동안 1461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되었다. 한편에서 협동조합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대안'이라는 기대를 받기도 하고, 또 한편에서는 보조금이나 정책 지원을 노린 유사 협동조합의 난립을 우려하기도 한다. 아직은 '대안'을 운위할 단계는 아니고 신중한 태도로 다양한 경험과 구체적인 성과를 쌓아가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된다.
협동조합 조직의 장단점에 대한 평가도 객관적인 자세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협동조합이 잘 작동하는 영역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영역도 많다. 따라서 협동조합이 시장경제나 투자자 기업을 전면 대체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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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 되기 위해선 적응과 혁신 필요
지금까지 몬드라곤그룹은 평등주의와 산업 경영 능력을 잘 결합해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모든 경제 조직이 그런 것처럼, 몬드라곤 역시 향후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 몬드라곤은 현재 매우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
첫째, 당면한 경제 위기는 심각한 어려움이다. 유럽과 에스파냐의 위기로 몬드라곤그룹도 2007년 이래 고용과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일부 공업 부문에서는 30% 이상 매출이 축소되기도 했고 폐업이 불가피한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현재는 적립금 출연 축소, 임금 삭감, 조기 퇴직, 재배치, 정리해고(비조합원), 연대기금 축소, 일부 기업 폐쇄 등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비조합원에 대한 정리해고, 비조합원의 규모 등과 관련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둘째, 글로벌화의 도전이 있다. 지금까지 몬드라곤은 글로벌화의 추세에 잘 적응해온 편이다. 몬드라곤은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적극 확대함으로써 공업 생산 매출 수입의 2/3 정도를 국외에서 얻을 수 있었다(2010년 63%). 그러나 해외의 질적 문화 속에서 경영과 노동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동시에 해외 생산의 협동조합화를 확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다.
셋째, 산업 특히 제조업의 격변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생산 방식의 급격한 유연화, 디지털 매뉴팩처링의 발전, 바이오산업에서 R&D 협업 생산, 로봇 사용의 증대와 노동 투입의 감소, 더 개인화된 생산 등 '제3차 산업혁명'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흔히 협동조합은 공유 경제의 특징을 지닌다고 하지만, 새로운 산업 현상에 부합하는 산업 경영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을지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몬드라곤이 그런 것처럼, 다른 협동조합들도 대안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적응과 혁신의 관문을 넘어서야 한다. 민주적 지배 구조를 지닌 경제 조직도 경제 위기, 글로벌화, 기술 혁명의 도전을 비켜 갈 수 없다. 동물들도 여름이 지나 가을이 오면 크게 자기 모습을 바꾼다고 한다. 대안이 될 수 있으려면 호변(虎變)과 표변(豹變)의 능력을 갖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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