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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배셰태 2013. 7. 9. 09:34

[세상 읽기]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 / 유종일

한겨레 2013.07.08(월)

 

요즘 대한민국에 3대 미스터리가 있다고 한다. 김정은의 속마음, 안철수의 새 정치, 그리고 박근혜의 창조경제란다.

 

정부는 창조경제의 개념을 정리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그런데도 창조경제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불평이 끊이지 않는 것은 왜일까? 진정한 창조경제는 사회경제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혁을 의미하는 것이고, 그 핵심이 바로 경제민주화라는 것을 정부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정책에 엇박자가 나오고, 국민은 헷갈린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를 포함하여 여러 자리에서 “창조경제가 꽃을 피우려면 경제민주화가 이루어져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참으로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경제민주화 법안들과 관련하여 자꾸 속도조절을 주문한다. 그렇다면 창조경제도 속도조절 하자는 것인가? 기업 활동의 자유를 줘야 창조경제도 할 것 아니냐면서 경제민주화 법안들을 극구 반대하는 재계의 행태와 맞물려 정부의 경제민주화 속도조절론은 창조경제를 위해서 경제민주화는 조금 희생해도 된다는 얘기처럼 들린다. 정부의 진짜 속내는 무엇이란 말인가?

 

창조에는 고통과 위험이 따른다. 그러니 고통과 위험은 남에게 전가하고 쉽게 돈벌이하는 길이 널려 있으면 창조는 별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교섭력 우위를 바탕으로 삼아 약탈적 거래를 강요하는 ‘갑질’, 쓸데없는 토건사업을 비롯하여 정부에 대한 영향력을 이용해 돈을 버는 ‘삽질’, 창조와 노력이 아닌 돈으로 돈을 버는 투기, 즉 ‘돈질’ ‘3질’이 사라져야 창조경제가 활성화된다는 말이다. 특히 기술 빼앗기나 납품단가 일방적 인하 등은 혁신과 창조의 유인을 죽여 버리는 참으로 못된 ‘갑질’이다. ‘3질’의 척결은 경제민주화의 시발점이다

 

재벌 중심 경제는 창조경제의 적이다. 최근 삼성그룹이 미래전략실 산하 신사업추진단을 해체했다. 2009년 출범 당시 신사업추진단은 2020년까지 23조3000억원을 투자해서 4만5000명의 고용과 50조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거창한 계획을 발표했다. 그런데 업계의 평가를 보면, 의료기기 분야에서만 최소한의 체면을 살렸을 뿐 신사업 분야의 사업부진이 계속되어 추진단 해체에 이르렀다고 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최대의 재벌 삼성그룹이 야심 차게 추진한 미래 먹거리 찾기가 실패한 것이다.

 

<중략>

 

경제민주화로 기득권 체제를 혁파하지 않고서는 창조경제가 꽃필 수 없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오지 않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