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 열 마리가 거대한 당근을 깎아 만든 배를 타고 바다에서 길을 잃었다고 가정해봅시다. 배의 원료인 당근이 유일한 식량으로 남게 되자, 모든 토끼들이 그것을 계속 갉아먹고 있습니다. 배는 빠른 속도로 물속에 가라앉는 중입니다. 그러나 아무도 배를 갉아먹는 일을 먼저 중단할 마음이 없습니다. 그렇게 한다면 가장 먼저 굶어죽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토끼가 배를 갉아먹는 일을 멈추지 않는 한, 그들 중 몇몇이 그 일을 멈춘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단 한 마리의 토끼라도 계속해서 배를 갉아먹는다면 배는 결국 가라앉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후위기에 같은 배를 탄 처지
간단히 말해, 세계 기후위기가 바로 이런 상황입니다. 우리 모두가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에 동참하지 않는 한, 개별 국가들의 활동으로는 달성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물론 현실은 더 복잡합니다. 앞의 토끼들의 경우, 배를 갉아 먹는 대신에 해초를 건져낼 방법을 알게 되면 간단한 합의에 이를 수 있을 것입니다.
반면 우리 인간의 경우에는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불평등과 책임 부담의 정도, 자원 착취 및 국제협상 결렬의 역사가 개입해 들어올 것입니다. 그러니 어쩌면 국제기후협상들이 실행 가능한 글로벌 해법을 아직 찿아내지 못한 것도 그리 놀랄 만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시간, 공간의 재발견
인류가 하나의 종으로서 살아남고 번성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개념을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공간을 수동적인 자원이 담긴 용기나 창고로 바라보는 고전 경제학적 관점 대신에, 활발하고 능동적인 관계들이 모여 있는 공동체로 바라보는 관점이 자리 잡아야 합니다. 이러한 새로운 틀에서 보면 지구화학적 구조는 단순한 자원이나 소유물이 아니라 지구상의 생명체를 존속시키는 상호작용 관계에 깊이 얽힌 일부분입니다. 그렇다면 경제적 우선순위는 생산성이 아니라 생성력에 놓아야 하며 자연을 순전히 실용적으로 이용하려 드는 대신에 생물권을 유지하는 상호 관계를 돌보고 지키는 데 힘써야 합니다.
●생물권 의식
지구 생물권이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유기체처럼 기능한다는 사실은 우리로 하여금 인간의 행보에 대한 개념을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인간 개개인과 인간 종 전체, 다른 모든 생명체가 서로 얽혀 있고 또 그것들 모두가 지구화학 작용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긴밀하고 복잡한 공생 관계를 이룬다고 한다면, 우리는 모두 전체 유기체의 건강에 의존하며 그에 대한 책임성도 지녀야 합니다. 책임을 완수한다는 것은 곧 모든 개개인이 우리 이웃과 공동체 안에서 보다 커다란 생물권 전체의 안녕을 증진하는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야 함을 뜻합니다.
지구 생태계에 대한 공동의 협력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지구가 상호 의존적인 생태 관계가 겹겹이 쌓여 이루어진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작동하는 것이라면, 우리의 생존은 우리 모두가 속한 지구 생태계의 안녕을 지키는 데에 달려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지속 가능한 발전의 진정한 의미이며 생물권 정치학의 핵심입니다.
각 대륙에 걸치는 협력적 공유 공간을 통해 지구의 재생 가능 에너지를 공유하면 인류라는 종의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움틀 수밖에 없습니다. 상호 연결성에 대한 자각과 생물권에 함께 소속된 존재라는 인식이 서서히 생겨나면서 삶의 질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꿈이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이미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생명애 동질감의 회복
생명애는 자연 풍경에서 느끼는 동질감을 넘어 우리의 진화론적 친족들에 대한 연대감으로까지 이어집니다. 다른 동물을 관찰하고 그들과 소통하다 보면 우리는 인간과 동물의 유사성을 깨달을 때가 많습니다. 우리처럼 다른 생물도 강한 생존 욕구가 있습니다. 생물들은 저마다 고유함과 독특성을 지닌 존재입니다. 모든 생물은 단 한 번뿐인 생을 살며 기회와 위험으로 가득 찬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모든 생명체는 취약성이 있습니다.
숲을 돌아다니는 여우든 도심에서 살아가는 인간이든 생명체로 살아가는 모든 존재는 위험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특히 우리는 우리와 매우 비슷하게 생겼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비슷한 포유동물과 동질감을 느낍니다. 포유동물은 지각력이 있으며 새끼를 돌보고 감정을 표현하고 동료를 보면서 학습하고 세대에서 세대로 전해지는 기본적인 문화를 만들어 냅니다. 또 놀이나 털 손질을 하면서 사회적 유대감을 창출하고 인간과 마찬가지로 정교한 나름의 사회적 의식을 통해 서로에게 감정을 전달합니다.
인류의 자기 인식 강화는 공감이 일어나고 꽃피도록 만드는 심리적 매커니즘입니다. 스스로 개별적인 개성을 지닌 존재임을 깨달을수록 우리는 자신의 삶이 고유하고 반복할 수 없으며 덧없는 무언가라는 사실을 인식합니다. 바로 그러한 ‘단 한 번뿐인 삶’이라는 존재론적 인식 때문에 우리는 타인의 삶도 고유한 가치를 지닌다는 것에 공감하고 연대감을 표현합니다. 그래서 최선의 삶을 살기 위해 분투하는 타인을 돕고자 연민에서 우러나는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공감한다는 것은 타인의 존재를 긍정하는 것입니다.
간단히 말해, 다른 생물 종을 잃어버리면 자연에 대한 우리의 경험이 위태롭습나다. 살아 있는 생명체와의 직접 접촉은 우리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며 그것은 결코 다른 대리 경험으로 대체할 수 없습니다. 나는 생태적 위기가 찾아온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인간이 자신의 삶의 기반인 자연과 멀어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는 살아 있는 자연계와 친밀한 관계가 부족합니다. 경험의 멸종은 자연에 대한 이반을 낳으며 그것의 반복은 우리에게 재앙적인 결과를 안겨 줄 수도 있습니다.
지구상 생물이 300년 안에 75% 이상 사라지는 대 멸종 위기가 올 거라는 <네이처(국제학술지)>의 경고는 충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출처 도서(글) :《경제민주화를 말하다》,《3차 산업혁명!》,《소셜 월드》등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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