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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처박으면 창조는 없다-이규연 중앙일보 논설위원

배셰태 2013. 5. 10. 08:45

[이규연의 시시각각] 실패를 처박으면 창조는 없다

중앙일보 2013.05.10(금)

 

박근혜 대통령: 구글은 벤처신화의 주역이다. 벤처 생태계 조성의 핵심요소는?

래리 페이지 구글 CEO: 위험을 감수하고 실패를 용인하는 분위기다.

얼마 전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과 구글 경영자가 만났을 때 오간 말이다. 언론이 주목하지 않았지만 페이지는 의미심장한 일화를 소개했다. 15년 전, 구글을 창업할 때 얘기다. 그는 스탠퍼드대 박사과정 학생이었다. 새 검색기술을 구상한 그는 고민에 휩싸인다. 창업할까, 공부 계속할까. 사업하다 말아먹으면 다시 공부할 수 없을 텐데. 그때 스탠퍼드는 사업에 실패해도 다시 받아주겠다고 격려한다. 이에 힘입어 창업에 집중한다. 지금도 박사는 못 땄지만 대신 벤처신화를 창조한다. 그는 대통령에게 “학교처럼 국가도 리스크 테이킹(위험 부담)을 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요즘 대세는 성공보다 실패다. TV에서 성공담보다 실패담이 인기를 끈다. 우리는 잘난 사람의 실패담에서 위안을 받고 실패 극복기에 감동한다. 국정에도 실패의 ‘새 바람’이 분다.
정부가 창조경제를 내세웠는데 그 모델국가는 이스라엘이고 그 나라에 가보니 창조의 비법이 ‘두 번째 기회’ 전략이었다는 것이다. 새 도전이 시작됐다고 하자. 시간을 갖고 느긋하게 봐 주기, 성실한 실패에는 다시 기회 주기, 실패 위험은 함께 안기. 세 가지가 이스라엘의 실패 성공학이다

 

<중략>

 

한국·한국인에게는 실패 횟수를 최대한 줄이고 남의 것을 빨리 베껴서 성공한 경험이 있다. 모방 유전자가 앞으로도 필요하지만 그 약발은 약해질 것이다. 성장의 한계는 새로운 방정식을 요구한다. 도전·실패가 상수(常數)인 방정식이다. 실패를 두려워하면 실패하거나 작게 성공한다. 실패를 받아들이고 재도전하면 다시 실패하거나 크게 성공하는 시대에 우리는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