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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 아닌 것만 정의하자-류현정 조선비즈 기자

배셰태 2013. 4. 19. 14:53

[기자수첩] 창조경제 아닌 것만 정의하자

조선비즈 2013.04.19(금)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366&aid=000012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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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에서 많이 오르내리는 단어를 꼽으라면 두말할 것도 없이 ‘창조경제’다. 뜨거운 감자를 두고 논란도 계속 된다. 도대체 창조경제가 무엇이냐, 모호하다는 끝없는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창조경제를 이끌 핵심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의 최문기 장관조차도 청문회에서 창조경제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진땀을 뺐다.

 

창조경제가 모호하다는 논란에 대해 박 대통령이 정리정돈에 나섰다. “창조경제란 창의성을 우리 경제의 핵심가치로 두고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 융합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19일엔 가수 싸이가 ‘시건방 춤’의 최초 안무가에게 저작권료를 지불한 일을 두고 창조경제 모범 사례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온 사회가 창조경제 정의하기 대회라도 벌일 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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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에 대한 설명은 각각 다르다. 최순홍 청와대 미래전략 수석은 “모든 경제주체가 창업과 새 시장 창출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에 방점을 두고 설명한다. 윤종록 미래부 2차관은 ‘상상력’에 무게를 둔다. “논두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트랙터를 처음엔 비싸 농부들이 살 엄두를 못냈다. 그런데, 할부금융 덕분에 농기계는 대중화됐고 농업 생산량도 많이 증가했다. 간단한 아이디어가 산업을 살린다.” 현대원 서강대 교수는 “창조경제는 명쾌한 개념이다.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이 창조경제 실체를 잘 보여준다”고 했고 이동만 KAIST 원장은 “인문학과 공학의 경계 뛰어넘기에서 창조가 나온다”고 했다.

 

곰곰이 따져보면, 이중 어떤 것이 창조경제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라고 할 수 있다면 돌을 한 번 던져보라.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게 창조라는 고유 특성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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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벌써 두 달이 지나간다. 이제 창조경제를 둘러싼 논쟁과 논의도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익숙한 사고방식을 바꾸는 일에서 부터 출발한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나열하는 사고와 규제에 익숙하다.

한국에선 U턴할 수 있는 곳에 U턴 가능 표지판을 설치하고 나머지에서 U턴하면 불법이다. 반면 미국은 꼭 하지 말아야 할 것만 규정하고 나머지는 다 허용한다. U턴을 금지하는 곳만 표시하고 나머지 도로에선 자유롭게 허용한다는 얘기다. 얼마나 많은 U턴의 가능성이 있는가

 

창조경제를 논하는 방식도 이러해야 한다. 무엇이 창조경제가 아닌가부터 정의해보자. MIT 미디어랩 소장으로 일한 프랭크 모스는 “실패할 자유를 주지 않는 것이 창조와 혁신을 방해한다”고 했다. 남민우 벤처기업협회장은 “연대 보증을 폐지하는 것만이 벤처가 살 길”이라고 주장했다. 부처 이기주의 역시 창조경제가 아니다. 제 밥그릇 챙기다 보면 돌아오는 국물조차 없는 시대다. ‘창조 경제 아닌 것’만 늘어놓아도 밤을 새우고도 남는다.

 

박근혜 정부 출범 100일엔 대통령 수첩에 ‘무엇이 창조경제인가’가 아니라 ‘무엇이 창조경제가 아닌가’를 정리한 목록이 있으면 좋겠다. 창조경제 아닌 것만 단호하게 걷어치우고 나머지는 대폭 허용하는 정책만 펴도 창조경제는 알아서 꿈틀거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