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해지지 말자(Don’ t Be Evil)’는 구글이 더는 참지 못하고 칼을 빼 들었다. 구글 왕국에 반(反)하는 인터넷의 새흐름을 막고, 이들을 구글 왕국 앞에 무릎 꿇게 하기 위한 전쟁을 시작한 것이다.
구글의 새로운 검색 ‘서치플러스’
구글은 지난 1월 10일(미국 현지 시각) 새로운 검색 엔진인 ‘서치플러스’를 선보였다. 뜻은 ‘당신의 세계와 검색의 연결(Search plus Your World)’ . 쉽게 말하자면, 검색 결과에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를 포함한다는 것이다. 예
컨대 지금까지 구글 검색 엔진에 ‘휴가’를 입력하면, ‘휴가’란 단어가 들어간 온갖 정보가 순식간에 쏟아진다. 타인의 여행기도 있을 테고, 숙박 정보도 있다. 구글 왕국의 힘은 휴가란 검색어에 돈을 낸 업체의 광고에서 나온다.
서치플러스는 진화했다. 검색어를 입력한 이용자의 지인(知人)이 누군지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그들이 입력한 인터넷 정보를 보여준다. 소셜 검색이다. SNS를 통해 지인으로 등록된 사람들이 ‘휴가’ 다녀온 이야기와 각종 추천,
그리고 사진들이 뜬다. 또 나 자신이 예전에 휴가와 관련해 썼던 글과 사진 도 함께 올라와 잠시 추억에 잠기게 해준다.
트위터가 발끈한 이유
멋진 새로운 검색은 하지만 구글 발(發) SNS 전쟁의 서막이다. 구글의 서치플러스에 ‘트위터’와 같은 다른 SNS를 제외했다. 즉, 서치플러스를 제대로 이용하려면, 구글플러스에 가입해 구글의 SNS를 이용해야 한다.
트위터는 반감을 드러냈다. 트위터의 고문 변호사 알렉스 맥길리브레이는 “인터넷에 나쁜 날(A bad day for the internet)”이라고 했다. 트위터는 또 공식 입장도 냈다. “지난 몇 년 간 사람들은 구글을 통해 좋은 검색 결과를 얻었다. 그중에는 트위터를 통해 전 세계 각지의 사건이나 뉴스가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검색 결과도 있었다. 구글의 변화는 트위터 이용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에게 나쁜 일이 될 것이다.”라고.
정확하게는 작년 7월까지 구글 검색에 트위터가 포함됐었다. 1억 명 이상의 트위터 이용자가 매일 써대는 2억 5,000만 개의 글(트윗·Tweets)이 검색 결과에 나왔다. 트위터의 특성은 사건 현장이 있는 누군가가 직접 올리는 글이란 점. 트위터는 자사의 콘텐츠를 구글 검색 결과에 포함하고 그 대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작년 7월 계약이 끝났고, 재계약은 없었다.
구글과 트위터의 갈등은 쉽게 추정할 수 있다. 트위터는 구글을 포함한, 각 국가의 포털에 ‘당신의 검색 결과를 풍부하게 해 준 대가’를 비싸게 받고 싶다. 하지만 구글은 이를 거절했다. 그리고 독자 SNS인 구글플러스를 만들었고, 이번에 서치플러스를 통해 트위터에 압박을 가한 것이다.
사실 트위터의 매력인 엄청난 전파력은 구글의 도움을 받은 측면이 적지 않다. 아랍의 누군가가 올린 트윗 하나는 구글에서 곧바로 검색되면서 전 세계로 순식간에 퍼졌다.
하지만 이제부턴 이런 전파력을 원한다면, 트위터가 아닌 구글플러스에 글을 올리면 된다. 트위터로 선 위기의식을 느낀 것이다. 구글이 세계 검색 시장 독점력으로 트위터의 영역을 짓밟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과거 마이크로소프트(MS)가 휘둘렀던 독점의 칼(윈도의 독점력을 이용해, 익스플로러를 윈도용 PC에 기본 탑재해 끼워 판 것 등)을 이번엔 구글이 휘두르기 시작한 것이다. ‘사악해지지 말자’는 구글의 모토도 무색해졌다.
구글플러스는 글을 하나 올렸다. “트위터가 보인 서치플러스에 대한 반응에 놀랐다. 왜냐면 지난여름에 트위터는 검색 관련 재계약을 하지 않았고, 그 뒤 우린 그들의 조치(구글 검색에서 트윗을 제외하는 것)를 봐왔기 때문이다.”
구글 검색 결과에 트윗을 노출하고 싶으면, 스스로 무장을 해제하고 트윗 정보를 공개하라는 것이다. 머독을 이긴 구글, 이번엔 SNS까지 누를 수 있을까? 구글이 이렇게 ‘당신들이 구글 검색 결과에 콘텐츠를 제공한 대가를 바라는가, 그렇다면 우린 당신이 필요 없으니 우리 검색 결과에서 나가라’는 전략을 쓴 건 처음이 아니다.
3년 전 미디어 황제로 불리는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회장이 구글과 전면전에 나섰다. 머독 회장은 구글 등 검색 업체들을 지칭해, “신문사의 뉴스를 도둑질해 돈을 버는 ‘도벽환자들(kleptomaniacs)’”이라고 비난했다. 제멋대로 허락도 없이 신문사의 콘텐츠를 무단으로 가져가 자신들의 검색 결과에 노출하고, 검색어 광고 장사를 한다는 것.
뉴스코퍼레이션은 미국 발행 부수 1위 신문인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포스트>, <더 타임스>, <더 선> 등 전 세계에 30여 개 신문사를 보유한 미디어 그룹이다.
구글은 당시 “구글 뉴스 검색결과에서 보이는 신문사의 기사들은 저작권법을 위반하지 않은 합법적인 콘텐츠”라며 “만약 신문사가 구글 검색결과에서 자사의 기사를 빼고 싶으면 ‘간단한 기술적 절차’만으로 가능하다”고 반격했다. 간단한 기술적 절차란 구글의 ‘구글봇’이란 검색 도구가 신문사 사이트에 못 들어오게 막는 ‘검색 거부 명령어’를 넣으라는 말이다.
신문사 사이트의 트래픽 중 상당량이 구글과 같은 검색·포털을 통해 유입되는 게 현실이다. 머독 회장은 이후 몇몇 뉴스 사이트를 구글 검색과 차단했지만, 구글은 건재했다.
진짜 전쟁 상대는 페이스북
구글이 아직 구글플러스의 이용자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서둘러 칼을 빼든 이유는 페이스북의 급부상에 따른 위기감 때문이다. 구글의 핵심 경쟁력은 이용자에게 좋은 검색 결과를 보여주는 것. 그런데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전 세계 8억 명의 글과 사진·동영상은 구글의 검색 결과에 없다. 페이스북은 구글의 검색 엔진이 자사 이용자들의 글·사진에 접근하는 것을 막아버렸다.
명분은 ‘이용자의 프라이버시’ . 페이스북의 데이터양이 점점 쌓일수록, 구글 검색 결과의 풍부함과 정확도는 점차 떨어지는 구조다. 구글은 더 늦기 전에 트위터를 항복시켜 검색 결과에 포함한 뒤, 페이스북과의 전쟁에 나설 채비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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