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칼럼 A38면 2011.12.18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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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싼 진보와 보수 간의 논쟁이 뜨겁다. 안타까운 것은 논쟁의 초점이 경제이론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는 것이다. 많은 진보 논객들은 중국과 같은 신흥국과의 FTA에서는 우리가 이익을 볼 수 있지만 미국과 같은 선진국과의 FTA에서는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 믿고 있다.
리카도의 무역 이론은 이러한 믿음이 오류라는 것을 밝히기 위해 만든 이론이다. 작은 섬이 무역의 이익을 누릴 수 있는 이유는 바깥 세상에서는 셔츠 가격이 바지 가격과 다르다는 것 하나뿐이다. 바깥 세상이 선진국인지 후진국인지는 아무 상관도 없다.
또한 무역 상대방이 양보해주지 않아도 무역의 이익은 발생한다. 수출하는 셔츠에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면 이를 많이 깎아줄수록 섬의 이익이 늘어나겠지만 일방적으로 개방해도 이익은 발생한다. 그리고 매우 중요한 것은 고용 창출은 무역의 이익과 관련이 없다는 사실이다.
무역은 수출하는 셔츠 산업에서 고용을 창출하지만 수입하는 바지 산업에서는 고용을 파괴한다. 총고용량은 증가하지 않는 것이다. 무역수지 흑자 또한 이익의 일부가 아니다. 수출하는 셔츠 한 장의 가치(2달러)는 수입하는 바지 두 장의 가치(2달러)와 같다. 무역수지가 균형인 상태에서 바지 한 장 더 생기는 것이 무역의 이익인 것이다.
FTA가 고용과 무역 흑자를 증가시킬 것인가를 가지고 논쟁하는 양 진영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갑갑해진다. 이렇게 된 데에는 정부와 관련 학자들의 책임이 있다. 고용 창출과 무역수지 흑자를 FTA 혜택의 전면에 배치했으니 말이다. 괴담이 난무하는 트위터에서 리카도의 무역 이론을 설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쉽고 화끈한 구호를 찾다가 학문적 근거가 부족한 무역의 이익을 국민에게 약속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그리고 FTA는 현재의 상황에서 생산의 대기업 집중과 양극화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해서 FTA를 막는 것이 현명한 일인지 아니면 FTA를 통해 무역의 이익은 극대화하면서 적절한 재분배 정책을 강구하는 것이 현명한 일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진보 진영은 FTA의 부작용을 침소봉대만 할 것이 아니라 이 중대한 선택의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송의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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