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한·미 FTA 비준안] 대한민국 국회 본회의 통과-`11.11.22

배셰태 2011. 11. 23. 07:24

[한·미 FTA 시대] 4년반 끌어오다 4분만에 표결… 민주(전체 의원 87명) 20여명만 단상서 항의

조선일보 정치 A4면 TOP 2011.11.23 (수) 

한나라당의 007작전 - 예산 관련 의총 말미에 황우여 "오늘 통과시키자" 박희태, 사회권 넘긴 뒤 구한말 개화파 묘소 찾아
무기력했던 민주당 - 야권 통합 문제 둘러싸고 따로 모임 갖는 등 전력 분산, 의장석 점거·의사봉 탈취 등 적극적인 몸싸움 시도안해

4년 반을 끌어온 한·미 FTA 비준안은 22일 국회의장석 바로 앞 단상에서 터진 매캐한 최루탄 냄새 속에서 본회의 시작 4분 만에 처리됐다. 한나라당은 "국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했다. 그러나 야당이 "또 한 번의 쿠데타"라며 반발하고 나서 앞으로 정국은 급속 냉각될 전망이다.

◇한나라당 150여명 VS 민주당 40여명

이날 오후 3시쯤 본회의장 바로 앞 예결위 회의장에서 의원총회를 하던 140여명의 한나라당 의원들이 로텐더 홀을 가로질러 본회의장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긴급연락을 받고 오후 3시 20분쯤부터 속속 본회의장 안으로 들어갔지만 국회의장석은 40여명의 국회 경위로 둘러싸여 있었다. 본회의장에 모인 민주당 의원은 모두 40여명. 소속 의원 87명 중 절반 이상이 참석하지 못했다. 오후 4시 6분 민노당 김선동 의원이 최루탄을 터뜨리는 바람에 본회의는 4시 24분에 시작됐고 4분 뒤 비준안은 통과됐다. 20여명의 민주당 의원이 의장석 앞에서 정의화 부의장에게 삿대질을 하며 항의했다. 의장석을 두드리며 "FTA 날치기 반대"라고 계속 외쳤고, 이종걸 의원은 "이 매국노 새끼들아"라고 했다. 박선숙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들은 깡패 조폭"이라고 했다. 하지만 의장석 점거나 의사봉 탈취를 위한 몸싸움을 시도하지는 않았다. 한나라당은 이날 김용덕·박보영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도 처리하려 했으나 일부 야당의원들이 투표함을 든 국회 직원들을 넘어뜨리면서 결국 표결을 못했다.

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회 경위들에 둘러싸인 정의화 국회부의장(의장석에 있는 사람)이 사회를 보는 가운데 한나라당이 한₩미 FTA 비준 동의안을 처리하자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이 삿대질을 하며 비난하고 있다. /조인원 기자 join1@chosun.com
◇한나라당, 당분간 로키(Low Key)로

이날 비준안 단독처리는 '철통보안' 속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22일 처리' 방침은 20일 정해졌고, 21일에는 홍준표 대표와 황우여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지도부 회의를 거쳐 '작전계획'이 수립됐다. 이 사실을 아는 한나라당 내 인사는 극소수였다. 지도부는
이명박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날인 22일에 예산관련 의원총회를 한다며 169명 의원 전원 소집령을 내렸다. 황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 말미에 "오늘 통과시키자"고 했다.

이 대통령은 조만간 국민에게 직접 한·미 FTA 비준에 대한 입장을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이번 주까지 로키(Low Key)로 가면서 여론의 추이를 살필 예정이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최선을 다했으나 합의 처리를 못해 죄송스럽고 유감"이라고 했다. 박 의장은 사회권을 정의화 부의장에게 넘기고, 충북 보은에서 구한말 개화파 인물인 박규수 선생의 묘소를 둘러본 뒤 상경하고 있었다.

◇무기력했던 민주당 대응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한·미 FTA 단독처리 준비를 사실상 끝낸 이날 낮 야권통합 문제를 둘러싸고 세력 간 모임을 갖는 등 신경이 온통 당내 문제에 쏠려 있었다. 추미애 의원은 "민주당이 23일 통합 논의를 위한 중앙위원회 준비에 몰두해 있는 것을 알고 한나라당이 허를 찔렀다"고 했다.

또 민주당은 FTA를 놓고도 강경파와 협상파로 나뉘어 있어 이날 본회의장에서도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게 당내 평가다
. 일부에선 민주당이 한나라당의 단독처리를 적극적으로 저지하지 않은 것 같다는 얘기까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