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 이상 인구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2020년이 되면 노동력이 부족해져 고령인구가 핵심인력이 된다고 해요.
고령인구의 노후가 불안하지 않고 빈곤에 처하지 않으려면 꾸준히 일을 하는 게 중요한데요. 평균수명이 100세 시대에 우리는 앞으로 10년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9월 27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100세 시대의 노동시장,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이 열렸는데요. 이날 참석한 발제자들의 다양한 논의를 통해 100세 시대를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2020년 ‘100세 시대’, 노동력 줄면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한국고용정보원 박명수 연구위원은 100세 시대의 정의가 무엇인지 설명했는데요. 이는 ‘최빈사망연령이 90세가 되는 시점’을 뜻한다고 합니다. 사망확률이 높은 연령대가 90세가 되는 시기라는 뜻인데요. 경제인문사회연구원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는 2020년에 100세 시대로 접어들게 된다고 해요.
고령화는 이미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15세 이상 인구는 2025년에 4,295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감소하게 되죠. 고령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생산력이 줄어든다는 점인데요. 박명수 연구위원은 국내 연령별·학력별 노동력 총량은 2030년까지 꾸준히 증가하다 2028년에 정점에 도달한 뒤 감소치를 보이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노동력의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결정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추이가 지속될 경우 2018년에는 노동력 증가율은 1%,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로 돌입하게 되죠.
박 연구위원은 “그동안 우리나라의 고령화 정책 연구는 노인복지와 노후생활 향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며 “인구구조가 변하면 전 연령층에 걸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우리나라는 특히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월등하게 높은 수준인데요. 이는 노후대비가 충분치 않아 수입을 위해 계속 일을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고령인력만으로는 생산성 저하를 막을 수 없죠. 박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여성인력과 청년층 인력을 함께 활용하자는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현재 여성과 청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을 2012년부터 점차 높여나갈 경우 2030년에는 덴마크와 같은 수준에 도달한다”며 “이 경우 100세 시대가 되어도 2010년 수준의 경제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미래에는 이런 직업에 고령자 더 많아진다
서울대 경제학부 이철희 교수는 고령인력에 대한 노동시장의 수요 변화를 분석했는데요. 이에 따르면 고령자의 기준이 늘어나는 비중이 각 산업별로 매우 다릅니다. 50세 이상의 인력 고용은 특정 산업 편중 현상이 심한데요. 농업이나 숙박, 음식점업, 소매업 등이 대부분을 차지했죠.
지난 1980년대 이후 50세 이상 고용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감소한 산업은 소매업, 어업 등이었으며, 반면 50세 이상 고용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증가한 산업은 숙박 및 음식점업, 공공행정 분야 등이었습니다. 이 중에서 숙박 및 음식점, 교육 서비스업 등은 전체 고용이 상대적으로 확대된 산업이죠.
이러한 변화는 시대의 흐름에 따른 산업구조의 변화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는데요. 1980년대 이후 고령인력에 대한 노동시장의 수요 변화 추이를 고려한다면 앞으로도 고령자에 대한 노동시장 수요는 전체적으로 감소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이철희 교수는 “산업별로 고령인력에 대한 상대적인 수요는 기술변화의 방향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죠.
이 때문에 노동시장의 특성을 결정하는 제도적인 변화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하는데요. 고령자의 고용증진정책에 합당한 산업의 조건을 만드는 일이 필요하죠. 예를 들어 기술적으로 고령자 고용에 호의적인 산업과, 고령자에게 적합하지만 고용관행이 경직적인 산업을 구분해 정책 유인을 통한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철희 교수는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산업구조의 변화를 억지로 막을 순 없다”며 “노동수요가 확대되고 줄어드는 산업별 특성에 따라 정부의 고령자 지원정책이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근속연수 따른 호봉식 임금체계 개선돼야
연세대 경제학부 최강식 교수는 기업의 임금체계에 관한 흥미로운 분석 자료를 내놨습니다. 우리나라 임금체계는 여전히 연공급 임금체계를 갖춘 기업들이 많은데요. 연공급 임금체계란 기업 내에서 근속년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으로 올라가는 보상 체계를 뜻합니다. 하지만 이는 고령화 취업에는 그다지 유리한 조건이 아닙니다. 생산성은 나이가 들수록 떨어지게 마련인데 임금은 계속해서 올라간다면 고령자를 채용하는 기업이 없을 테니까요.
이러한 사실은 실제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났는데요. 최근 고령화 고용촉진 활성화에 대한 애로사항 조사 결과를 보면 기업에서는 고령자에 대한 인건비 부담과 처우 등을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관리직의 경우 대우가 어렵다’와 ‘청장년층의 고용활성화가 저해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또한 ‘처우 결정이 어렵다’ ‘인건비 부담이 증가한다’ 등의 반응도 있었죠.
이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이 채택하는 호봉 임금 지불 방식 때문이기도 한데요, 젊은 근로자에게 생산성보다 낮은 임금을 지불한 뒤, 나이가 들면 생산성보다 높은 임금으로 보상해주는 방식인 것이죠. 기업에서 직원을 오래 붙잡아두려고 하는 제도가 오히려 고령화 재취업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최강식 교수는 “기업이 감시감독 비용 등을 줄이기 위해 생애에 걸친 임금곡선을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호봉 임금 지불 방식은 근로자가 근무태만으로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 향후 추가로 받게 될 임금을 포기해야 하므로 근무태만의 요인이 사라지게 됩니다. 이 때문에 근로자 입장에서는 젊을 때 일을 열심히 하고 한 회사에 오랫동안 몸담게 하는 동기부여가 되죠. 하지만 기존 인력의 퇴사나 이직이 없다보니, 기업은 새로운 인력 채용에 그만큼 소극적이 된다고 최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근속 연수에 따른 보상체계는 또 다른 시사점을 주는데요. 한 기업에서 10년을 근무했을 때 받는 연봉과, 다른 기업을 거쳐 10년의 경력이 쌓인 뒤 받는 연봉은 차이가 나게 되죠. 생산성이 같더라도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다르기 때문에 이직률과 재취업률은 자연스럽게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올라가면 특히 고령자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데요. 최 교수는 “고령인구 고용에 대한 해답은 정년연장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대신 노동 수요가 유연해지도록 노동시장의 임금 또한 유연화 할 것을 제시했습니다.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재고용형 임금피크제 등 다양한 임금피크제도가 이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을텐데요. 이는 기업과 노동자 간의 합의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최 교수는 “임금체계 개편은 단순한 개별 근로자와 기업 간 문제가 아니다”며 “고령친화적 취업 환경을 만들기 위해선 기업 내에서 상호 이해를 통해 임금체계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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