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로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여 문자와 통화를 무료로 사용한다. 하지만 최근 늘어나는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데이터 통신으로 인해 이동통신망에 과부하를 가져오는 것이 문제로 불거져 논란이 되고 있다. 무제한으로 하자니 계속해서 이동통신망에 엄청난 과부하를 가져오고, 그렇다고 제한하자니 콘텐츠 업계의 혁신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 통신계의 뜨거운 감자로 논란이 되고 있는 망 중립성 문제에 대해 알아본다.
뜨거운 감자, 망 중립성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데이터망을 이용해 문자메시지나 음성통화를 할 수 있는 서비스들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카카오톡이나 마이피플과 같은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은 짧은 기간에 사용자가 각각 2,000만 명, 1,000만 명 수준에 도달했다.
이들 서비스를 이용하면 건당 20원씩인 문자메시지나 초당 1.8원인 음성통화료를 낼 필요 없이 자신의 데이터 한도 안에서 공짜로 문자와 통화를 할 수 있다. 스마트폰 가입자 절반 이상은 무제한 데이터를 내세운 5만 5,000원 이상의 요금제에 가입하고 있다.
하지만 이용자들의 인기와 달리, 이동통신사들은 이들 서비스 때문에 시름이 많다. 기존의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 매출 구조가 위협받기 때문이다. 이런 점 때문에 해외 통신업계에서는 일찌감치 인터넷 데이터망을 이용해 스카이프와 같은 음성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와 마찰이 벌어졌다. 그동안 주로 나라 바깥에서 논란이 벌어진 이 문제는 ‘망 중립성(Network Neutrality)’으로 불리는, 통신 부문의 만만찮은 화두다. 국내에서도 스마트폰 시대에 논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망 중립성은 도로 이용의 효율화를 위해서 도로를 건설하고 관리하는 사업자가 그 위에 통행하는 차량을 차별하는 게 정당한 것이냐의 논란과 비슷하다. 똑같이 통행료를 냈으면 승용차이건 화물차이건 조건 없이 도로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한편, 도로 유지 관리와 효율화를 위해서 특정한 종류의 차량을 차별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언뜻 보면 도로에서 특정 차량의 운행을 차별한다는 것이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규칙을 만들기 나름이다. 주요 도시에 버스 전용차로가 운영되고 있으며, 대형화물차나 위험물 적재 차량이 도심 구간을 통행하는 데 제한을 두기도 한다. 일부 도로와 교량은 차량의 무게를 기준으로 통행을 막기도 한다.
현재 유무선 통신망에서 일고 있는 망 중립성 논쟁도 도로 관리 시스템과 유사하다. 특히 데이터 트래픽이 늘어나고, 통신망이 포화상태에 직면하는 일이 일어나면서 망 중립성 문제는 통신업계의 현안이 됐다. 국내에서는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도 망 중립성 문제를 불거지게 만들었다. KT의 상위 1% 사용자가 전체 데이터 사용량의 40%까지 쓰는 등 상위 10%가 전체의 93%를 차지하고, 90% 이용자가 나머지 7%의 데이터를 나눠 쓰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방치할 경우, 일부 헤비 유저들이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 등 데이터 트래픽을 많이 이용하느라 다수 이용자들의 음성통화가 지장을 받는 일이 생겨날 수도 있다. 그런 경우에 이동통신 사업자는 음성통화를 최우선으로 제공하기 위해서 동영상 서비스를 차단하거나 느리게 제공하는 등의 ‘차별행위’를 하는 것이 타당한 방법일 수 있는가? 이런 문제를 다루는 게 망 중립성 논의다.
한국적 망 중립성에 대한 논의 절실
하지만 망 중립성은 절대적 기준이 있는 게 아니다. 미국의 망 중립성 원칙 강조는 미국의 산업구조를 대변한다. 미국은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닷컴 등 세계 인터넷 주요 기업들이 태동한 본고장으로 이들 인터넷 기업의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터넷의 개방성과 차별금지를 요구한다.
국내에도 망 중립성을 놓고 대립하는 주장이 있다. 통신업체들은 ‘한국적 망 중립성’을 강조하고 있다. 공평한 이용권을 보장하되 정당한 망 이용대가 부과와 통신사업자 네트워크 관리 권한을 인정하는 ‘한국적 망 중립성’을 주장한다. 국내 통신업계는 콘텐츠·P2P 업체의 무임승차, 일부 사용자의 트래픽 독점으로 인한 일반 이용자 역차별 등을 해결할 수단으로 망 중립성을 거론하고 있다.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 사업자나 포털과 같은 콘텐츠 사업자들은 네트워크에서의 콘텐츠 차별을 반대하는 논리로 망 중립성을 거론하고 있다. 포털들은 투명성, 접속차단 금지, 불합리한 차별 금지라는 망 중립성의 원칙을 법제화해서 인터넷산업의 개방성과 혁신성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터넷 서비스의 데이터가 커지고 이용자가 늘어나는 것과 함께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의 등장도 망 중립성 논의를 복잡하게 만드는 배경이다. 최근 네이버가 프로야구 실시간 중계를 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내놓았다. 수만 명이 퇴근길에 동시에 이동통신망을 이용해 인기 프로야구 중계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이동통신망에는 엄청난 부하가 걸리면서 음성통화마저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이 경우 동영상 실시간 중계서비스를 이동통신사가 차단하는 것은 타당한 일인가, 아닌가. 문제는 특정 서비스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새로운 서비스가 네트워크 사업자와 일부 이용자 편의를 위해 차단될 경우, 혁신성이 생명인 콘텐츠 업계에서 다양한 개발 시도가 계속되기 어렵다.
인터넷 기술이 발달하면서 통신망을 통해 오가는 조각난 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는 딥패킷 검사(Deep Packet Inspection) 방법이 개발돼 쓰인다는 점도 망 중립성 논의에서 고려되어야 할 문제다. 네트워크를 통해 오가는 정보 조각을 들여다보고 파악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법적 규제가 없으면 사업자가 얼마든지 콘텐츠의 내용에 따라 특정 서비스를 차단할 수 있다. 트래픽 과다만이 아니라, 네트워크 사업자의 이해에 어긋나는 콘텐츠나 서비스 역시 차단될 수 있는 상황이다.
버스전용차로나 혼잡통행료 부과처럼 도로의 통행 규칙은 정해진 게 있다기보다 현실을 반영한 사회적 합의에 따라 결정된다. 네트워크에서의 망 중립성도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면서 심도 깊은 논의를 통해 검토돼야 한다.
글_구본권 <한겨레신문> 기자
'시사정보 큐레이션 > ICT·녹색·BT·NT外'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성전자, 독자 플랫폼 바다2.0 공개…애플 iOS에 도전 (0) | 2011.08.25 |
---|---|
[스크랩] 방송통신 융합 패러다임을 선도해나가기 위한 우리들의 자세 (0) | 2011.08.25 |
토종 OS로 구글 따라잡겠다는 순진한 지식경제부 (0) | 2011.08.23 |
구글플러스가 페이스북·트위터와 '맞짱' 뜰 수 있을까? (0) | 2011.08.23 |
[스크랩] 한국형 오픈 포털 "다시 꿈꿀 수 있나요?" (0) | 2011.0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