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주말 맞아 서울 송파 개표소 앞 2만 명 집결… “전국 재선거” 요구

배셰태 2026. 6. 7. 14:45

주말 맞아 송파 개표소 앞 2만 명 집결…“전국 재선거” 요구
에포크타임스 2026.06.06 남창희/이가섭 기자
https://www.epochtimes.kr/2026/06/752323.html

- 정치 구호·특정인 비난 없이 태극기 흔들며 애국가 제창
- 인쇄물 아닌 직접 쓴 손팻말, 경찰과도 충돌 없어
' 경기장 출입구 막고 통제… “평화적 시민 감시 활동”

6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핸드볼경기장에 마련된 송파구 개표소 앞에 시민 수천명이 "재선거"를 요구하며 집결했다. 현장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협조로 질서가 유지됐다. | 이가섭/에포크타임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이후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에서 이어지고 있는 재선거 요구 집회가 개표소로 옮겨갔다. 6일 에포크타임스 취재를 종합하면,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마련된 개표소 주변에는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2만 명(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늘어난 시민들이 태극기와 손팻말을 흔들며 재선거를 요구하고 있다.

이번 시위는 특정 집단이 전체를 이끌어가기보다 시민들이 현장에서 토론과 소통을 통해 집회 방향성을 설정하는 등 자발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아침부터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는 20대 청년 박모씨는 올림픽공원 입구에서부터 하루 종일 시민들에게 개표소 방향을 안내하느라 목소리가 쉬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날 경찰 기동대가 잠실 7동 제2 투표소에서 “투표함을 반출하는 것을 소셜미디어에서 보고 뭐라도 돕고 싶어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그는 “오늘 본 가장 인상 깊었던 모습은 좌우로 이념이 다른 시민들이 현장에서 토론을 벌이고 소수의견도 존중하자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었다”며 “그렇게 성숙하게 소통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려는 것을 보고 한국 사회에 대한 희망이 생겼다”고 말했다.

시민들 손에 들린 팻말도 여느 시위와 달랐다.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시위에 빠지지 않는 인쇄물 팻말이나 깃발이 아니었다. 현장에서 시민 스스로 빈 종이에 매직으로 직접 ‘재선거’라고 쓴 핸드 메이드였다. 이번 부실선거 배후에 중국 공산당이 있다고 생각해 한자로 적은 사람도 있었다.

시민들이 직접 종이에 쓴 재선거 요구 손팻말 | 이가섭/에포크타임스

전날에는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와 국민의힘 이진숙 대구 달성군 당선인,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이 다녀갔지만 이날 현장은 정치인이나 유력 인사가 아닌 시민들이 주도하고 있었다.

실제로 전날 김민수 최고위원이 다음 날(6일)에는 청와대 앞으로 모여줄 것을 요청했지만 현장에서는 별 반응이 나오지 않았고, 이날 개표소 앞에는 여전히 많은 시민들이 모였다.

에포크타임스 현장 취재진에 따르면, 이들은 자신이 좌파나 우파 혹은 특정 정당 지지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헌법에서 보장한 권리인 참정권을 지키러 나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재선거를 요구하며 개표소인 핸드볼경기장을 포위한 것도 이러한 명분에서다. 시민들은 10여 곳에 달하는 입구를 모두 봉쇄하고 투표지 반출을 막고 있다.

선거법상 투표용지는 기표하지 않은 빈 종이, 투표지는 기표를 마친 무효 혹은 유효 상태의 종이를 가리킨다. 즉 투표지는 유권자의 의사가 표시된 종이다.

개표소에 모인 시민들이 반출을 막으려는 건 빈 투표용지가 아니라 기표된 투표지다. 일단 선관위가 투표지를 옮겨 선거 절차를 완전히 마칠 경우, 부실투표에 대한 추가 증거를 찾고 재선거 요구를 관철하기가 어렵다는 게 시민들의 설명이었다.

6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 공원 내 개표소 앞에 모인 시민들이 직접 손팻말을 제작하고 있다. | 이가섭/에포크타임스

시민들은 이러한 행동이 “평화적 감시 활동”이라는 입장이다. 잠실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지연되고 일부 유권자들이 투표를 못 하고 돌아가는 등 선거 오염 발생이 유력한 상황에서 선관위와 정부의 대응에만 맡길 수 없다는 것이다.

노태악 선관위 위원장이 이날 오후 4시 대국민 사과를 통해, 부실한 선거 관리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고 철저한 진상 조사를 약속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하는 시민도 있었다. 한 70대 남성은 “도망갈 게 아니라 감옥에 가야 한다”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시민들이 개표소 앞으로 모인 것은 송파구 잠실 7동 제2투표소에 있던 투표함 2개가 경찰의 집행으로 개표소로 이송된 전날(5일) 오전 9시 30분께다. 당시 100~200명에 그쳤던 시민들은 오후 5시께 2천 명으로 불어났고 주말을 맞은 6일에는 계속 사람이 늘면서 수천 명이 됐다.

현장에는 남녀 청년들과 장년층, 노년층이 뒤섞여 있었고 아이와 함께 온 가족 단위 시민들도 있었다. 경기도 수원에서 여섯살 딸, 남편과 함께 찾아온 김모 씨(37)는 “딸이 현장에서 잠들 수도 있어 밴드웨건과 담요를 챙겨왔다”며 “밤을 샐 것은 아니지만, 늦게까지 자리를 지키며 국민의 목소리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한 시민은 “광우병 때도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나온 엄마들이 많았는데 이번에도 유모차가 많아서 놀랐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민들 사이에서는 유모차를 끌고 나온 여성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현장에는 전날에 이어 돗자리를 깔고 밤샘을 준비하는 시민들도 있었고, 오전부터 과자와 물을 나눠주는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개인이 후원하는 물품”이라며 “언론이 제대로 보도하지 않으니, 소셜미디어에 이번 소식을 공유하는 게 보답”이라고 말했다.

6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한 시민이 대형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 이가섭/에포크타임스

초등학생 아이와 현장을 찾은 아버지 배모 씨(52)는 이번 집회에서 뜻밖의 수확도 있었다고 했다. 바로 태극기의 위상 회복이다. 배 씨는 “과거 태극기는 태극기 부대 어르신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며 사회적으로 폄하되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오늘은 달랐다”고 말했다. 이어 “마침 오늘이 현충일이라는 점에서 더욱 뜻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청년들이 주축이 됐다는 점도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송파 개표소 현장에서는 경찰과 시위대 간 대규모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전날 일부 경찰들이 과격한 태도를 보였지만 이날은 다소 완화됐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다만, 시민 일부가 경기장을 빠져 나온 남성에서 소지품 검사를 요구하거나, 경기장 내부 편의점 반입 물품을 하나하나 검사하는 등 크고 작은 소동이 일기도 했다. 현장에서 취재하던 언론사 기자들이 모여든 사람들을 “시위대”라고 하자 시민들이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

한편,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시민들과 대화를 유지하면서 현장 경비를 강화하고, 이날 근처에서 예정된 K팝 공연에 맞춰 관람객 동선을 조정하는 등 질서 유지에 주력했다.

* 업데이트: 집회 참가 인원을 경찰의 비공식 집계를 참고해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