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연칼럼] 재선거를 요구하는 국민은 틀리지 않았다
트루스데일리 2026.06.06 김성연 기자
https://www.truthdaily.co.kr/news/articleView.html?idxno=5419
- 신뢰 잃은 선거 관리, 커지는 재검증 요구
- 민주주의를 잘 지키는 길은 투명한 공개뿐

김성연 편집부국장 겸 사회정책부장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뿌리가 썩으면 오래가지 못한다. 민주주의의 뿌리는 바로 '신뢰'다. 국민이 선거 과정과 결과를 믿지 못한다면, 승패를 불문하고 사회적 갈등은 결코 끝나지 않는다.
이번 6.3 지방선거는 대한민국 선거제도의 신뢰를 근본부터 흔들어 놓았다.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유권자들은 길게 줄을 선 채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전국 수십 곳에서 추가 용지 공급이 이뤄지는 등 극심한 차질이 빚어진 끝에 결국 중앙선관위원장과 사무총장이 사퇴를 표명했다.
선관위는 사전투표율을 반영해 본투표용지 인쇄량을 조정했다고 해명한다. 그러나 선거를 총괄하는 국가기관이 유권자 수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가장 기본적인 준비물인 투표용지를 바닥내고 투표를 중단시켰다는 것은 그 자체로 명백한 '선거 관리의 실패'다. 국민이 이를 단순한 행정 실수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동안 쌓여온 채용 비리 의혹과 관리 부실 논란이 이번 사태를 통해 불신으로 폭발한 것이다.
여기에 선거 기간 중 발생한 이재명 대통령의 투표 논란은 국민적 의구심에 기름을 부었다. 기표소 안에서 투표하던 중 "반만 찍혔는데 괜찮으냐"며 기표된 투표지를 들고나온 행위는 방송 화면에 고스란히 포착됐다. 비록 선관위는 기표 내용이 외부에 완전히 노출되지 않았고 투표 의사가 명확하다는 이유로 유효표 판정을 내렸지만, 국민의 의문은 다른 곳을 향한다. '일반 유권자가 똑같이 행동했어도 선관위가 이토록 관대한 기준을 적용했을 것인가'라는 의구심이다. 선거는 법적으로 공정해야 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 눈에도 공정하게 보여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이제 일부 시민은 재선거를, 또 다른 이들은 전면 재검표와 자료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선관위는 법적 사유가 아니라며 선을 긋지만, 민주주의는 메마른 법 조문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국민적 신뢰가 붕괴한 상황에서는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해명만큼 무력한 것도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선관위의 구차한 변명이나 "믿어달라"는 맹목적인 호소가 아니다. 투표소별 인쇄 수량과 산정 기준·추가 공급 절차·투표함 이동 경로 등 이번 선거 관리의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일이다. 선관위가 당당하다면 감추고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재선거 요구를 무조건 '음모론'으로 몰아붙이는 태도는 사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민이 왜 이토록 극단적인 요구를 하게 되었는지 그 절박한 불신의 원인부터 돌아봐야 한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특정 후보의 당선이 아니라, 국민이 투표소로 향하는 발걸음을 의심하게 되는 순간이다. 신뢰가 무너지면 사회는 갈등으로 쪼개진다.
선관위가 진정으로 민주주의를 수호하고자 한다면, 투명한 검증의 시험대 위에 스스로 올라서야 한다. 국민이 납득하지 못하는 선거는 끝난 선거가 아니다. 재선거 요구를 잠재우는 길은 비난이 아니라 공개다. 검증을 두려워하는 순간 신뢰는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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