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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에치슨 라인을 자초하는 이재명 라인

배셰태 2026. 5. 1. 12:41

[분석] 에치슨 라인을 자초하는 이재명 라인
파이낸스투데이 2026.04.30 박대석 칼럼니스트
https://www.f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83367

▸1950년 타의에 선언이 불러온 전쟁의 참상
▸이번에는 자초하며, 역사 반복되는가
▸"외국군" 드러낸 자주파 속셈과 동맹 해체 기도
▸미군 없는 한반도 그 대가는 국민 몫

챗지피티 2.0으로 글의 핵심을 표현한 이미지

1950년 1월 12일, 미국 국무장관 딘 애치슨은 워싱턴 내셔널 프레스클럽 연단에 섰다. 그는 미국의 태평양 방위선을 알류샨 열도에서 일본, 오키나와, 필리핀으로 이어지는 선으로 공표했다. 한반도와 대만은 그 선 밖에 있었다.

김일성은 곧 스탈린에게 남침 승인을 받았고, 소련의 군사 지원과 중공의 개입 보장까지 확보했다. 그해 6월 25일 새벽 전쟁이 터졌다. 애치슨 연설이 전쟁을 단독으로 낳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침략자들이 미국의 개입 의지를 낮게 오판하는 데 결정적인 신호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국가 지도자의 안보 언어가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지를 역사는 기억한다. 지금, 이재명 대통령이 그 연설과 닮은 언어를 구사하기 시작했다.

●에치슨의 선언, 그 비극적 교훈

애치슨 라인은 전략적 실수였다. 미국은 이후 유엔군을 주도해 참전하고 36,574명의 전사자를 냈지만(미 국방부 공식 통계), 그 선언 하나가 부추긴 오판의 대가는 참혹했다. 한반도에는 민간인을 포함해 수백만의 사상자가 생겼고, 1천만 명에 달하는 이산가족이 발생했다. 전쟁은 정전으로 봉합됐을 뿐 종결되지 않았고, 그 미완의 대결은 지금도 이 땅 위에 살아 있다.

6·25전쟁은 북한의 불법 남침으로 시작됐다. 소련이 사전에 기획하고 승인했으며, 중공군이 개입해 전세를 뒤집었다. 나중에 스스로 '항미원조(抗美援朝)'라 자랑하는 중국은 지금껏 한국에 단 한 차례도 사과한 적이 없다. 북한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일본에게는 70년 전 식민지배의 배상을 요구하면서, 같은 전쟁에서 한국인을 죽인 중국과 북한의 책임엔 목소리 한 번 높이지 않는 것이 한국 좌파 진영의 현실이다. 이 비대칭이 가리키는 방향이 어디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외국군"이라는 표현 하나의 함의

2026년 4월, 이재명 대통령은 국방 관련 발언에서 주한미군을 "외국군"이라고 호명했다. "주한미군을 빼고도 우리 군사력 수준이 세계 5위인데, 왜 외국군이 없으면 자체 방위가 어려운 것 같은 불안감을 가져야 하느냐"는 취지였다. 국방부 장관은 이를 받아 "일부 세력들이 선동하고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고 화답했다.

주한미군이 평택에 있지만 대다수 정상적인 국민은 이를 외국 점령군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일부 친중 종북세력 만이 불편해 할 뿐이다.

'주한미군'과 '외국군'은 같은 실체를 가리키는 다른 이름이 아니다. 전자는 한미상호방위조약과 UN 헌장에 기반한 동맹군이자 대북 확장억제의 제도적 기둥이다. 후자는 낯선 타자, 의존의 상징, 주권 침해의 이미지를 불러오는 단어다. 이 단어 교체는 동맹의 법적 지위와 심리적 정당성을 동시에 허무는 언어 설계다. 우연한 실언으로 읽기 어려운 이유가 거기에 있다.

정동영 전 의원은 북한이 "주적"이 아니라고 공개 발언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전방 배치 전력 감축 가능성을 흘렸다. 이재명 대통령은 미국 상원의원단에게 "전작권 환수로 미국의 부담을 줄이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들은 개별 사안이 아니다. 하나의 방향을 가리키는 연쇄 신호다. 그 방향이 가리키는 곳은 결과적으로 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환영할 지점이다.

●핵보유 3개국이 포위한 한반도의 현실

이재명 대통령이 말한 '세계 5위'는 GFP(글로벌파이어파워) 기준 재래식 전력 순위다. 그런데 GFP 상위 5개국 가운데 핵무기를 갖지 않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재래식 전력 비교표는 한반도를 둘러싼 위협의 구조를 설명하지 못한다.

러시아는 세계 최다 핵탄두를 보유한 GFP 2위 군사 강국이다. 중국은 핵전력을 빠르게 증강하는 GFP 3위다. 북한은 순위는 31위에 불과하지만 핵탄두를 실전 배치한 나라다(SIPRI·FAS 추산). 이 세 나라는 단순한 외교적 우호 관계를 넘어, 북러 군사협력 심화와 중국의 전략적 후원 가능성이 맞물리는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은 1961년 체결된 조중우호협력상호원조조약을 여전히 유지한다. 한반도 유사시 중국의 자동 개입을 명시한 조약이다. 반면 한미동맹을 '외국군'으로 폄훼하는 것이 현 정부의 언어 선택이다. 이 비대칭이 누구에게 유리한지는 자명하다.

1950년 북한은 재래식 전력에서도 남한을 압도했다. 그 위에 핵탄두까지 얹은 것이 오늘의 북한이다. "세계 5위의 재래식 전력으로 자체 방위가 충분하다"는 말은, 핵우산이 빠진 한국의 민낯을 직시하지 않는 발언이다.

●한반도 역사에서 미국이라는 유일한 행운

한국사를 공부하면 분통이 터진다. 공식 통계로만 931차례의 외침. 당이 왔고, 몽골이 왔고, 왜구가 왔고, 명·청이 왔고, 일본이 왔고, 소련과 중공이 왔다. 그 모든 외세 가운데 한국을 위해 피를 흘리고, 먹을 것을 가져오고, 번영의 길을 함께 만든 나라는 오직 하나였다.

미국은 일본 제국의 패망을 이끈 핵심 세력이었고, 해방 후 남한의 방위와 재건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6·25전쟁이 터지자 에치슨 선언의 실수를 깨달은 미국은 유엔군을 주도해 뛰어들었고, 36,574명이 이 땅에서 목숨을 바쳤다.

전쟁 후 미국의 밀가루와 설탕이 굶주린 국민의 생명을 연장했고, 경제 원조가 초토화된 산업 기반을 일으켰다. 한미 원조 협정, 한미상호방위조약, 주한미군 주둔이 없었다면 한국의 고도성장은 그 토양 자체가 없었을 것이다. 오늘 재래식 전력 세계 5위를 자랑할 수 있게 된 것도 미국의 안보 보증 아래 70년간 쌓아 올린 축적의 산물이다. 미국과 한국이 나눈 것은 단순한 이해관계가 아니다.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시장경제와 인권이라는 가치의 공유였다.

한국은 없는 미국도 만들어야 할 판인데, 있는 미국을 '외국군'이라 부르며 거리를 두니 어안이 벙벙하다. 누가 듣기 좋은 말인가?

●이란 전쟁이 6,800km 밖 한국에 몰아친 충격

2026년 3월 미국의 대이란 군사 공격이 시작됐다. 한국과 이란의 거리는 6,800km다. 두 달이 채 되지 않아 한국은 몸살을 앓고 있다. 원유의 70% 이상, LNG의 20% 이상을 중동에서 들여오는 한국 경제는 호르무즈 해협 하나에 생사가 걸린 구조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문제와 관련해 한국의 기여 부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자 원·달러 환율은 1,520원대를 넘어섰고 코스피는 급락했다. 이것은 동맹을 방치한 대가가 실시간으로 청구되는 방식이다.

한국 안보와 경제가 한미동맹, 중동 에너지 공급망, 미국의 전략 의지와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지를 이번 사태가 다시 드러냈다. 주가는 트럼프 발언 한마디에 흔들리고, 환율은 동맹 신뢰도에 반응한다. 동맹은 위기 때 전화 한 통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평시에 쌓아 온 신뢰와 기여의 이력이 유사시의 방어막이 된다.

●미군이 빠지면 치러야 할 실제 비용

자주파들은 주한미군 철수를 말하면서 그 비용을 국민에게 설명하지 않는다. 주한미군이 제공하는 핵우산, 확장억제, 연합 정보·감시·정찰 자산, 전시 증원 능력을 한국군 단독으로 대체하려면 국방예산을 지금보다 대폭 늘려야 한다. 트럼프가 NATO 탈퇴를 거론하는 것만으로도 유럽 국가들이 국방비를 14%나 증액해야 했던 현실을 보라. 주한미군이 한반도에서 완전히 빠질 경우 그 압박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병역 부담도 달라진다. 지금의 복무 기간으로 독자적인 억지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청년세대가 감당해야 할 군 복무의 무게가 늘어나는 것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문제다. 외국인 직접투자도 마찬가지다. 주한미군 주둔은 단순한 군사 자산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안보 프리미엄이다. 동맹 약화 신호는 외국인 투자와 국가신용도에 즉각적인 불안 요인으로 작용한다. 자주국방의 구호는 달콤하지만, 그 청구서는 국민이 받는다.

●북·중·러는 가치 동맹의 상대가 될 수 없다

북중러와 교류, 상호주의적 협력은 가능하다. 그러나 그것은 미국과의 동맹과 동급으로 놓을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 중국·러시아·북한은 자국 국민의 기본권을 억압하는 권위주의 체제를 유지한다. 이들이 한국에 원하는 것은 협력이 아니라 종속이다. 중국은 한미동맹 이간을 국가전략의 핵심에 놓고 있으며, 북한은 대한민국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러시아는 북한에 무기와 기술을 제공하며 한반도 불안정화를 후원한다.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시장경제와 인권이라는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국가와 군사·전략적 동맹을 맺는 것은 원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한미동맹의 본질은 이익의 계산을 넘어선 가치의 동맹이다. 북·중·러 권위주의 연대가 조약과 무기 거래로 결속을 강화하는 동안,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동맹을 '외국군'이라 폄훼하는 것이 누구에게 이득인지는 물을 필요도 없다.

이재명 정부의 대외 노선이 동맹 회의론을 자극하고 적성국에 유리한 신호를 발신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반면, 그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된다.

●한반도 역사상 가장 합리적인 길

역사를 공부할수록 하나의 확신에 이른다. 대한민국이 취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이고 항구적인 경로는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미국과 힘을 합쳐 한반도를 통일하고, 동북아 글로벌 패권의 동반자로 도약하는 것이다. 외침의 무한루프를 끊어낼 유일한 구조적 출구가 거기에 있다.

미국이 동북아에서 발을 빼는 순간 한국은 북·중·러에 일본 변수까지 더해 모두 상대해야 한다. 일본은 현재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협력국이나, 군비를 온전히 풀면 현재 7~8위 권에서 세계 3위권에 진입하는 나라다. 주변 강국 모두를 한국 단독으로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반면 미국이 함께하는 구도에서 한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의 테크노-군사 허브다. 반도체·배터리·조선·방산·원전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한국을 미국은 쉽게 버리지 못한다. 이 비대칭적 가치를 최대한 살려 동맹의 레버리지를 키우는 것이 진짜 자주 외교다.

1905년 을사늑약 당시 고종은 열강에 친서를 보냈으나 어느 나라도 응하지 않았다. 미국은 가쓰라-태프트 밀약으로 일본의 조선 지배를 묵인했다. 스스로 동맹의 가치를 증명하지 못한 나라의 운명이었다. 1950년의 에치슨 라인은 선의의 실수였다. 그러나 지금 이재명 정부가 걷는 길은 그 실수를 선택으로 반복하는 것처럼 보인다. 몰라서 당한 것이 아니라 알고도 가는 것이라면, 경고는 더 엄중해야 한다.

자주국방은 필요하다. 그러나 자주국방은 동맹의 대체어가 아니라 동맹을 더 강하게 만드는 보완재다. 주한미군을 '외국군'으로 치환하는 것은 안보의 외주화가 아니라 안보의 자해(自害)다. 적의 핵 앞에 벌거벗은 재래식 전력 5위는 숫자에 불과한 허상이다. 국가안보는 구호로 지켜지지 않는다. 힘의 균형과 동맹의 신뢰, 냉정한 현실 인식 위에서 지켜진다. 그 비용을 치르는 것은, 언제나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이다.

칼럼니스트 박대석

박대석칼럼


【 참고자료 】
한겨레, "이재명 대통령 '세계 5위 군사력인데 왜 외국군 없으면 불안하냐'" (2026.4.28)
중앙일보, "'외국군 의존 왜 하느냐'는 이재명 발언 파장" (2026.4.28)
서울신문, "트럼프 '한국 도움 안 됐다'… 이재명 '전작권 환수로 미 부담 줄이겠다'" (2026.4.3)
코리아타임스, 트럼프 이란 강경 발언 이후 코스피·원화 시장 반응 (202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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