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네이트와 싸이월드 회원 3500 만명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계기로 한국에서는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논란이 뜨겁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인터넷 실명제를 폐지하자는 의견도 많은데요. 같은 시간 독일에서는 인터넷 실명제(Klarnamenzwang) 도입이 논의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독일에서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하고자 하는 배경과 찬반의견을 나누어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Bert23- www.aerosolplanet.com | flickr | cc by-nc 2.0)
인터넷 익명성을 제한하려는 움직임
기민당 소속 내무부 장관 프리드리히 한스- 페터(Friedrich Hans-Peter)가 최근 슈피겔 지와의 인터뷰에서 노르웨이 테러사건과 같은 일을 막기 위해서는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노르웨이 살인자 브레빅은 인터넷 상 극우주의에 관한 게시물을 통해 극단주의에 빠졌들었는데 미래에 브레빅과 같은 사람을 막기 위해서도 극단주의적 게시물을 올리는 블로거들의 신원이 밝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출처: www.golem.de/1108/85677.html)
페이스북과 구글에서의 인터넷 실명제 도입
페이스북과 최근 구글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소셜 네트워트 사이트 구글 플러스(Google+)에서도 실명으로 사용자가 등록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스팸을 차단하고 타인을 사칭한 프로필을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출처: 구글 플러스 사이트)
인터넷 실명제 도입을 찬성하는 의견
인터넷 실명제 도입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극단주의자가 인터넷의 익명성을 악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독일에서는 노르웨이 극우주의자 브레빅(Breivik)의 집단학살 사건이 일어난 후 극우단체의 블로그들에 대해 강력히 통제하고 감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감시와 통제가 실효를 얻으려면 극우단체에서 익명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더 이상 익명성을 보장해 주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브레빅이 가장 존경하고 영향을 많이 받은 블로거도 자신의 실명이 아닌 피요르드만(Fjordman)이라는 닉네임으로 반이슬람 관련 글을 올리고 활동했습니다.
최근 논란이 된 극우주의자 블로그 뿐 아니라 이슬람 극단주의자, 지하디스트들도 익명으로 인터넷에서 증오와 폭력을 조장하는 글을 올리고 조직원들을 훈련시켜 문제가 되어 왔습니다. 따라서 인터넷 실명제 지지자들은 인터넷에서 효과적으로 극단주의자들의 활동을 통제하고 감시하려면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올해 초 독일에서는 사이버 집단괴롭힘의 플랫폼이라고 불렸던 아이 쉐어 가쉽(‘iShareGossip’) 이라는 사이트가 문제가 되었는데요(‘iShareGossip’에 대해 보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의 글을 참조하세요.)
로튼 네이버(‘Rotten Neighbor’)라는 사이트도 자신의 이웃을 온라인에서 공개하고 익명으로 공격하여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사이버 집단 괴롭힘이나 악성 댓글, 증오 메일과 같은 경우 가해자들은 익명으로 숨어서 공격하지만 피해자들은 실명과 개인정보가 노출되어 큰 피해를 입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제시된 여러 방안 중 하나로 논의된 것이 인터넷 실명제입니다.
인터넷 실명제 도입을 반대하는 의견
독일에서 인터넷 실명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습니다.
익명성이 인터넷의 가장 큰 장점 중의 하나로 개인의 표현의 자유와 사생활 보호를 보장한다고 합니다.
인터넷 익명성이 중동의 민주화 운동을 가능하게 했다고 합니다. 중동 이집트, 리비아 뿐 아니라 북 아프리카 모로코 등지에서 민주화를 위한 반정부 시위를 조직할 때 소셜 네트워크가 사용되었습니다. 현 중동국가에서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하였다면 지금의 민주화 운동은 없었을 뿐 아니라 반정부 인사들이 검열과 통제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인터넷 익명성이 자신의 신체안전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폭력적 가족 구성원을 피해 피신한 가정폭력 피해 여성들, 스토킹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 동성연애자가 자신의 정체성이 밝혀짐으로 인해 자신과 가족들이 사회에서 차별을 받거나 위험에 빠질 수 있는 경우에는 익명성 보장이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학교나 직장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에도 익명성이 보장되지 못하면 인터넷에서 집단따돌림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사회에서 차별을 받는 종교단체나 소수민족에 속한 구성원이나 이름으로 종교나 출생국가를 짐작할 수 있는 경우에도 익명성 보장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2006년 미국 메릴랜드 대학 연구에 따르면 인터넷 포럼에서 모하메드란 이름을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10배 이상 이슬람인이라는 이유로 욕설을 들었다고 합니다.
이번 한국의 사태처럼 해킹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있습니다. 개인의 정보를 대규모로 수집하고 있다가 그 정보가 해킹을 당해 유출될 경우 그 피해는 막대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최근 해킹 사건에 대한 독일의 반응
독일에서 인터넷 실명제 도입이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슈피겔 지를 비롯하여 독일 유력 언론에서는 한국의 인터넷 실명제와 최근 해킹 사건에 대해 자세하게 보도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인터넷 실명제(제한적 본인 확인제)란 일정 규모 이상의 온라인 포털에 게시물이나 영상, 댓글을 올리기 위해서는 주민등록번호를 포함하는 개인정보를 통해 실명을 인증해야 하는 제도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슈피겔 지는 인터넷 실명제가 인터넷상 허위사실 유포나 명예훼손을 막기 위해 2007년 도입된 것이라 보도하면서 그 기폭제가 된 사건으로 ‘고 최진실 씨 사건’를 소개하였습니다.
독일 언론들은 민간기업이 인터넷 실명제를 이유로 막대한 양의 개인 신상 정보를 수집 관리하고 있는 데 문제가 있다고 보면서 이러한 정보는 계속해서 국제 해커들의 표적이 되어 왔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이름과 주소로 실명을 인증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 포털이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개인의 ID번호까지 수집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한국 정부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한적 본인 확인제에 관련 법규를 개편할 예정입니다. 인터넷 상에서 개인 신상정보가 누출되는 사고를 막고 불필요한 정보 수집을 최소화하고자 하기 위해서입니다. 인터넷상 주민등록번호 수집 이용 제한과 개인정보 유효기간제 도입 방안 등을 발표하고 아이핀 사용과 같은 다른 방안들도 함께 논의하고 있는 중입니다. 한국 정부도 인터넷 포털이 실명을 확인했다는 기록만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번호와 신상 등 개인정보를 수집 관리하고 있는 관행이 문제가 있다고 보면서 포탈의 불필요한 정보 수집을 최소화 시키고 전화번호와 주소까지 개인 정보의 암호화 적용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한국과 독일에서 인터넷 실명제가 크게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인터넷 실명제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인터넷 포털이 과도하게 개인정보를 요구하고 보관하는 것에 대해 제한이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습니다. 독일에서는 지금 반대 여론이 거세어 인터넷 실명제 도입에 대해 불투명하지만 이번 논란이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올 지 주목해 볼 만 합니다.
독일 베를린 통신원 - 권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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