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의 새로운 양상…AI가 핵심 무기로 부상
에포크타임스 2026.03.20 이경찬 객원 논설위원
https://www.epochtimes.kr/2026/03/742740.html
- 총보다 빠른 정보전…가짜 이미지가 국제 여론 흔든다

2026년 3월 1일, 이란 혁명수비대의 공격 직후 소셜미디어 플랫폼 X를 중심으로 미 항공모함이 격침된 장면의 이미지가 급속히 확산되며 전황을 둘러싼 정보전 논란이 커지고 있다. | 에포크타임스
중동에서 군사 충돌이 격화되는 가운데 전쟁 양상이 무력 충돌을 넘어 정보 공간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이란과 연계된 것으로 보이는 온라인 계정들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전황을 왜곡하거나 조작하는 사례가 연이어 포착되면서, 전쟁 보도의 신뢰성과 국제 여론 형성 구조가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는 이란 영문 관영 매체인 테헤란 타임스(Tehran Times)가 2월 28일 소셜미디어에 공개한 미군 기지 피해 주장이다. 이 매체는 카타르 또는 바레인 인근 미 해군 시설이 공격을 받아 건물이 파괴됐다고 주장하며 ‘공격 전·후’ 위성사진을 나란히 제시했다. 그러나 사진 속 건물 배치가 서로 맞지 않거나 차량이 여러 위치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등 현실에서 발생하기 어려운 요소가 발견됐다.
이미지 분석 기술을 통한 검증에서는 해당 사진이 AI로 생성되거나 수정된 흔적이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실제 전투 성과가 부족할 경우 AI 콘텐츠를 활용해 전과를 확대 재현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전황이 불리한 상황에서 자국민의 사기를 유지하고 상대국의 심리적 부담을 키우는 전형적인 정보전 전략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사례는 테헤란 타임스가 3월 6일 소셜미디어에 추가로 공개한 이미지에서 확인됐다. 매체는 아랍에미리트(UAE) 내 미군 기지에서 거대한 화염과 연기가 치솟는 장면이라며 사진을 확산시켰다. 그러나 연기 밀도와 불꽃의 움직임이 자연 현상과 맞지 않고, 지나치게 극적인 구도와 균일한 조명 효과가 나타나면서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분석가들은 이러한 특징이 AI로 생성되거나 과도하게 편집된 이미지에서 자주 발견되는 시각적 패턴이라고 지적했다.
●비공식 계정 확산… 전쟁 정보 왜곡
문제는 조작된 정보가 항상 공식 채널을 통해서만 확산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부 허위 영상은 일반 사용자 계정에서 시작된 뒤 빠르게 공유되며 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
이라크 북부 에르빌 국제공항에서 대형 폭발이 발생했다는 주장은 특정 언론 보도가 아니라 소셜미디어 플랫폼 X에 올라온 비공식 계정 게시물에서 시작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 게시물은 2월 말 전후 확산되며 실제보다 과장된 화염 이미지를 포함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콘텐츠가 단순한 오보를 넘어 전쟁 상황을 극적으로 연출함으로써 대중의 감정을 자극하고, 전쟁 인식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는 효과를 낳는다고 설명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분쟁 상황에서 AI 기반 콘텐츠는 확산 속도가 매우 빠르며, 사실 여부가 확인되기 전에 이미 수백만 명에게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이용자들은 감정적으로 강렬한 이미지에 먼저 반응하게 되고, 이후 정정 보도가 나오더라도 이미 형성된 인식을 바꾸기 어려운 경향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국가 선전과 결합된 AI… ‘심리전 무기’로 진화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미 항공모함 공격을 주장했을 때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났다. 3월 1일, 이 주장 직후 소셜미디어 플랫폼 X를 중심으로 항모가 격침되는 듯한 영상이 급속히 확산됐다. 그러나 해당 영상은 실제 전투 장면이 아니라 군사 게임 화면을 편집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정보 조작 논란이 불거졌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례가 국가 선전 메시지와 온라인 여론 조작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심리전이라고 평가한다. 정부의 공식 발표에 AI 콘텐츠가 시각적 ‘증거’처럼 덧붙여지면서 메시지의 설득력이 강화되는 구조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또한 일부 분석에서는 이러한 정보전 방식이 과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중동 분쟁에서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발전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군사력뿐 아니라 디지털 영향력을 동시에 활용하는 전략이 현대 분쟁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터넷 차단 속 정보 공백… 국민은 확인 어려워
이란 내부 상황은 정보 왜곡의 위험을 더욱 키우고 있다. 정부의 인터넷 통제와 외부 정보 접근 제한으로 인해 시민들이 다양한 출처를 통해 사실을 교차 검증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AI로 제작된 이미지와 영상이 실제 전황을 대신하는 ‘현실’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인권단체들은 정보 오염이 심화될수록 시민들이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기 어려워지고, 전쟁에 대한 사회적 합의 형성도 왜곡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확산되는 ‘정보전 산업’… 전쟁 방식의 변화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를 계기로 전쟁 수행 방식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과거에는 군사력과 경제력이 전쟁의 핵심 변수였다면, 이제는 정보 생산 능력과 여론 통제 기술이 중요한 전략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AI 기술은 제작 비용이 낮고 접근성이 높아 소규모 조직이나 개인도 대규모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는 국가 차원의 선전 활동뿐 아니라 민간 영역에서의 자발적 정보 조작까지 확대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디지털 비대칭 전력’으로 규정한다. 군사적으로 열세에 있는 국가가 정보 공간에서 공격적 전략을 통해 전쟁의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라는 해석이다.
●대응 기술 진화… 허위 정보 차단 한계
AI 콘텐츠를 식별하려는 기술 역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이용자 참여형 검증 시스템을 도입했고, AI 워터마크 분석이나 디지털 흔적 추적 기술도 등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감지 기술이 항상 정확한 결과를 내놓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AI 생성 콘텐츠가 점점 정교해지면서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으며, 서로 다른 검증 시스템이 상반된 판단을 내리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결국 정보 이용자의 비판적 사고 능력이 가장 중요한 방어 수단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양한 언론 보도와 학계 분석, 정부 발표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해 판단하는 태도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총성 없는 전쟁의 시대… ‘진실 경쟁’이 승패
이번 이란 사례는 현대 전쟁이 물리적 전장과 디지털 공간이 결합된 복합적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미사일 공격이나 군사 작전 못지않게, 가짜 영상과 조작된 이미지가 국제 여론과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분쟁이 발생할 때마다 유사한 정보전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전쟁의 승패가 군사력뿐 아니라 정보의 신뢰성을 둘러싼 경쟁에서도 결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각국 정부와 시민사회 모두 새로운 대응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제 전쟁은 총이나 미사일로만 싸우는 것이 아니라, 가짜 사진·영상·정보를 퍼뜨리며 여론과 인식을 놓고 싸우는 ‘정보전’도 중요한 충돌의 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경찬 논설위원은 정치 PR 전문가로, 한국커뮤니케이션에서 정치·선거 전략과 홍보를 담당하며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축적했습니다. 이후 한국정치사회연구소 연구위원과 정치 보좌관으로 활동하며 정책과 정치 현장에 대한 이해를 넓혔고, 에포크타임스 기자로 오랜 기간 활동하며 언론 현장의 최전선을 경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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