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쿠팡 301조 청원 철회… 한미 통상 갈등, 규제 형평성 쟁점 부상

배셰태 2026. 3. 10. 19:36

쿠팡 301조 청원 철회…한미 통상 갈등, 규제 형평성 쟁점 부상
에포크타임스 2026.03.10 홍기훈
https://www.epochtimes.kr/2026/03/741218.html

- 데이터 안보와 통상 리스크 사이…일관된 규제 원칙 마련 시급

쿠팡 서울 본사 사옥.|AFP/연합

쿠팡의 주요 투자사인 그린옥스와 알티미터가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제기했던 무역법 301조 단독 조사 청원을 공식 철회했다.

투자사들은 청원 철회 배경에 대해 “USTR이 미국 기술 기업에 대한 한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 전반에 대해 포괄적 301조 조사에 나설 의지를 밝혔기 때문”이라며, 단일 기업 대상 청원은 중복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철회는 단순한 분쟁의 종결이 아니라,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계기로 한국의 디지털 규제 체계 전반에 대한 미국 정부 차원의 조사로 무게 중심이 이동했음을 시사한다.

정부는 쿠팡 사건에 대해 11개 부처가 참여하는 합동조사단을 구성하고 택배 면허 취소까지 검토하는 등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했다. 반면, 6년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4045만 명의 상세 금융 데이터 542억 건이 국외로 전송된 카카오페이 사건은 행정 처분 수준에서 사안이 일단락되었다.

데이터의 유출과 체계적 전송이라는 성격 차이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정한 제재 기준의 근거는 모호하기만 하다. 이러한 제재의 불균형은 ‘개인정보 보호’라는 법적 가치가 기업의 국적, 혹은 당시의 정치적 여론에 따라 가변적으로 적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법조계와 업계에서는 “정부가 데이터 보호라는 명분 아래 법 원칙을 일관되게 적용하기보다는, 정치적 필요성에 따라 대응 수위를 결정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스스로 ‘맥락이 다르다’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되풀이하는 동안, 정작 중요한 ‘일관된 데이터 보호 기준’은 실종되었다는 평가를 면하기 어렵게 되었다.

사진: 쿠팡과 카카오페이,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주요 지표 비교.|에포크타임스

●알리페이 배후의 ‘황금주’와 안보 리스크

카카오페이 사건의 핵심은 정보 제공 대상이 중국 알리페이였다는 점이다. 알리페이의 모회사인 앤트그룹은 중국 정부가 ‘황금주(특별의결권주식)’를 확보해 국가 차원의 통제력을 행사하고 있다.

중국 국가정보법 제7조는 모든 조직과 시민이 국가 정보 사업에 협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중국 정보기관의 데이터 요청 시 거부하기 어렵다는 법적 한계가 존재한다.

2025년 외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앤트그룹의 데이터를 인민은행 산하 시스템에 강제 통합시켰으며, 이는 한국인의 금융 데이터가 중국 국가 금융망과 연결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쿠팡 사건은 도둑이 몰래 장부를 훑어본 것이라면, 카카오페이 사건은 집주인이 가계부와 열쇠를 통째로 넘긴 꼴이지만 정부 대응은 정반대였다”고 비판했다.

●통상 갈등으로 번진 데이터 규제 이슈

USTR은 지난 3일 연례보고서에서 한국의 디지털 서비스 관련 정책이 미국 기업을 차별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301조 조사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 하원 법사위원회는 쿠팡 한국 임원을 소환해 비공개 청문회를 진행했고, 미 투자사들은 한국 정부를 상대로 별도의 국제투자분쟁(ISDS) 절차를 밟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일 산업통상부 장관이 직접 워싱턴을 방문해 우려를 전달했으나, 국제사회에 ‘불공정 무역 관행’으로 낙인찍힌 한국의 디지털 규제 체계를 시정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이번 형평성 논란에 대해 “개별 사건의 구체적 맥락이 다르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어떤 맥락이 6년간의 체계적 데이터 전송보다 보안 관리 실패로 인한 조회 로그를 더 무겁게 만드는지에 대한 설명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이다.

정부의 처벌 기준이 기업의 국적이나 정치적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면 이는 법치주의의 신뢰도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향후 ISDS 중재 과정에서도 정부의 방어 논리를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